귀에 쏙쏙 ‘족집게 코치’ 제주 이유있는 2위 돌풍

입력 2010-12-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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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박경훈 감독(가운데)이 1일 열렸던 서울과의 챔프전 1차전에서 교체돼 나오는 배기종(왼쪽)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제주는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2010시즌 파란을 일으켰다.

제주 박경훈 감독(가운데)이 1일 열렸던 서울과의 챔프전 1차전에서 교체돼 나오는 배기종(왼쪽)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제주는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2010시즌 파란을 일으켰다.

이도영 등 코치 3인방 조련술 값진 결과로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 중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가르치는 능력이다.

선수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핵심이다. 모 농구팀 감독이 금쪽같은 작전타임 때 “상대를 막아. 우리는 넣어. 그러면 이겨”라고 한 코미디 같은 사건은 그래서 지금도 회자된다. 올 시즌 제주 유나이티드는 FC서울에 밀려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2006년 연고지 이전 후 늘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걸 감안하면 정말 놀라운 변신이다. 제주발 돌풍의 원동력으로 바로 이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잘 가르치니 잘 이해한다

박경훈 감독은 이도영(49) 수석코치, 김영민(37) 코치, 이충호(42) GK코치로 스태프를 구성했다. 하나같이 이름값과 거리가 멀다. 구단은 내심 무게감 있는 인물을 원했지만 정반대였다. 그렇다고 감독의 권한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도 없는 노릇. 속만 끓였다.

그러나 박 감독의 판단은 정확했다. 박 감독을 비롯해 이 수석코치, 김 코치가 아시아축구연맹(AFC) P 라이선스(Professional-Licence) 보유자다. 자격증만 있다고 다 잘 가르치는 건 아니다. 이들 모두 교육 분야에 풍부한 현장 경험을 자랑한다.

박 감독부터 전주대 교수로 재직했던 이색 경험의 소유자다. 이 수석은 2년 간 현직 지도자들을 직접 가르치는 축구협회 전임강사를 했다. 둘은 A 라이선스(1급)를 받으며 친해졌고 축구 전반에 대해 토론하며 인연을 쌓았다. 박 감독은 당시 이 수석의 식견에 “혹시 내가 감독이 되면 코치로 모시겠다”고 농담했는데 현실이 됐다.

김 코치와 이 GK코치는 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출신. 김 코치는 피지컬과 자료수집, 비디오 분석에 능하다. 이 코치는 골키퍼 코치면서도 천안시청 하재훈 감독 아래서 수석코치 역할을 맡기도 했다.



제주의 비디오 미팅은 특별하다. 수시로 이뤄지는 프레젠테이션이 가장 눈에 띈다. 기본적인 전술 교육과 각자 염두에 둬야 할 점 등을 PT로 전달한다. 첨단 애니메이션 기법도 동원된다.

코칭스태프의 의도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인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제주 선수들은 “많은 지도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이렇게 설명을 잘 해주는 경우는 처음이다”고 혀를 내둘렀다.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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