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백중 한국사격
한국 사격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심리학적으로 접근해 선수들을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만든 지도자들의 훈련 방법이 큰 역할을 했다. 한국 사격의 간판스타 진종오.스포츠동아DB
■ 한국 사격 왜 강할까?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1주일이 지났다. 당시 환희의 여운이 아직도 느껴진다. 이번 대회에서는 수영이나 유도 펜싱 사격 등에서 금맥이 쏟아졌다. 중국에 이어 2위를 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사격의 약진이다. 대회 첫 날부터 사격의 메달레이스는 화끈했다. 금메달 13개를 획득하는 경이적인 성과를 거뒀다. ‘한국 사격이 이렇게 잘 할 줄 몰랐다’는 팬들의 반응을 보면서 한국 사격은 분명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물론 사격 관계자들은 이것이 시작일 뿐이라고 한다. 2년 후 런던올림픽에서도 금메달 2∼3개는 무난히 획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한국 사격이 왜 이렇게 강할까. 이번 주 ‘스포츠 & 사이언스’에서 집중적으로 알아본다.
광저우 AG 금메달 13개 효자노릇 톡톡
선수들 심리훈련 큰 성과…자신감 쑥쑥
스포츠과학 접목…지도자들 열공모드
2년후 런던올림픽서 금 2∼3개 전망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사격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은 분명 선수들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 국가대표팀 지도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성공도 가능한 일이다.
우리 사격대표팀 지도자들은 과연 누구인가?
그들은 선수 출신으로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들이다. 물론 세계 어느 나라 지도자들도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선수 출신의 지도자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지도자들은 그들과 다른 면이 분명히 가지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사격 선수들은 10발로 승부를 가리는 결승 사격에서 자신의 기량을 다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우리 선수들은 결승 사격이라는 압박감을 받는 상황에서도 주저 없이 자신의 기술을 믿고 훈련 때처럼 과감하게 슈팅을 했다.
결승 사격에서는 어떤 선수를 막론하고 불안을 느끼면서 경기를 한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과감하게 슈팅을 했다.
양궁도 마찬가지다. 우리 양궁 선수들이 단체전에서 중국 선수를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하는 상황을 연상해 보자.
4세트까지 피 말리는 접전을 하다가 마지막 5세트에서 우리 선수는 자신의 기술을 믿고 주저 없이 슈팅을 한 반면에, 중국 선수들은 “실수를 하면 안 되는데”, “꼭 10점을 쏘아야 하는데” 등의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고 슈팅을 했기 때문에 슈팅 타임이 길어지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이것이 메달 색깔을 바꾼 것이고, 이것이 우리 선수들과의 실력 차이다.
● 위기 상황일수록 과감한 슈팅이 금 비결
그러면 과연 이러한 압박감에서도 우리선수들은 어떻게 과감하게 슈팅을 할 수 있었을까?
우리 사격 지도자들은 기술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선수들이 위기를 맞더라도 극복 방법을 평소 훈련을 통해 습득할 수 있도록 지도자들이 돕는 것이다. 그 결과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그대로 표출됐다.
즉, 우리 지도자들은 사격 선수들에게 위기 상황일수록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슈팅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훈련에서도 선수들이 체험을 해 믿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실제로 사격의 변경수 총 감독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과 같은 큰 국제대회를 앞두고 2달 전부터 동물적인 사격 훈련을 실시하도록 선수들에게 주문을 한다.
변경수 총 감독은 “기술적인 문제는 대회 2달 전에 이미 종료된다. 이때부터는 오직 자신의 슈팅 기술을 믿고 반사적으로 슈팅하는가의 여부에 따라서 메달의 색깔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이런 사실 때문에 변 총 감독은 선수가 10점 만점을 쏘아도 동물적인 감각으로 반사적인 슈팅을 하지 않으면 선수를 다그치고, 반대로 최악의 8점을 쏘아도 자신을 믿고 슈팅을 하면 선수를 격려하는 훈련을 시켰다.
이러한 훈련 방법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우리가 금메달 13개를 획득하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선수들이 경기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집중해야할 것에 집중하고, 경기불안을 제어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심리훈련 방법들을 우리 지도자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심리훈련을 평소 훈련장에서 배양시켰다.
그렇다면 우리 지도자들이 어떻게 심리훈련을 선수들에게 적용시켰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꾸준히 공부한 덕분이다. 우리 사격 지도자들 모두가 체육과학연구원에서 1급 경기지도자 자격을 획득했다. 1년에 걸쳐서 역학, 생리학, 심리학, 코칭론, 트레이닝론 등의 스포츠과학에 대해 폭넓게 공부를 하는 이 과정을 외국에서도 부러워한다.
특히 사격은 선수들의 심리가 메달 색깔을 바꾸기 때문에 스포츠심리학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들은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여념이 없으면서도 시간을 쪼개서 공부를 했다. 이것이 2년 후 런던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병현 KISS 수석연구원
정리|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