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11년차, 그러나 임재철의 도전은 이제부터다. 나이 때문에 힘들 것이라는 냉정한 시선에도 “젊은 선수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맞이한 PO서 화려한 부활
내년 목표도 3할이 아니다 오직 주전 확보 ‘올인’
“마무리 훈련서도 달리기 1등” 투혼의 겨울나기
두산 임재철(34)이 2011년 또 다시 도전을 시작한다. 1999년 롯데(2차 3번·전체17번)에 입단해 어느새 프로 12년차. 그러나 그는 ‘나이가 들면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주위의 차가운 시선, ‘이제는 좀 쉬고 싶다’는 달콤한 유혹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스스로 “야구나이로 환갑”이라고 하면서도 “그래도 젊은 선수들과의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내년 목표도 3할이 아니다 오직 주전 확보 ‘올인’
“마무리 훈련서도 달리기 1등” 투혼의 겨울나기
○“2010 PS는 야구인생의 터닝포인트”
임재철의 야구인생에 있어 2010년 포스트시즌은 커다란 터닝포인트가 됐다. 올 시즌 내내 이성열에게 우익수 자리를 내줘야했지만 꾸준한 자기노력으로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주전을 꿰찼다.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주어진 한 타석, 한 타석에 집중했고 필요한 안타, 필요한 타점을 생산하며 맹활약했다. 10경기에 출장해 타율 0.333·6타점·8득점·11사사구·1도루. 팀내 라이벌인 이성열도 “타석에서의 집중력, 욕심 부리지 않고 볼넷을 얻어내는 노련함을 보며 많이 배웠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임재철은 “야구를 더 오래 할 수 있는 기반이 된 것 같다”며 “주위에서 ‘포스트시즌에서 100점 만점에 99점’이라고 칭찬해주신다. 무엇보다 임재철이라는 내 이름 석 자를 알리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주전자리? 본격경쟁은 이제부터”
그러나 ‘만족’은 없다. 이 정도에 만족할 거였다면 시작하지도 않았다. 아직 좌익수 김현수, 중견수 이종욱처럼 확실한 주전자리를 보장 받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시즌에는 정수빈까지 가세해 한 자리를 두고 3파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김경문 감독은 이미 마무리훈련지에서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기용할 것”이라고 선수단에 공표했다.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하며 존재가치를 증명했지만 무한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임재철도 “내공을 더 쌓고 실력을 더 키워야한다”고 이를 앙다물었다. 경험이 풍부하고 공·수·주에서 빠지지 않는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는 부족한 것이 많기만 하다.
○“목표는 내 자리를 찾는 것”
내년 시즌 목표도 타율 3할, 몇 홈런이 아니다. “내 자리를 찾아오는 것”이다. 그는 “우리 팀은 누가 나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전지훈련에서도 방심할 수 없다. 시범경기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주전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방심하지 않겠다”고 했다.
현재 몸 컨디션은 완벽하다고 할 만큼 좋다. 김경문 감독은 김선우 정재훈 임재철 등 고참선수들에 한해서 오전·오후 훈련 후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도록 온천행을 직접 지시했다. 김 감독의 배려로 “한 달 동안 휴식도 충분히 취할 수 있었다”는 그는 “지금 마음 같아서는 40세까지도 뛸 수 있을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내 야구인생은 이제 환갑이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야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먼저 말을 꺼낼 정도로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최근 마흔 살까지도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지금 야구나이로는 환갑이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언제까지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열심히 하다가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아직”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꾸준한 식이요법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다져진, 건강한 몸이 있는 한 젊은 선수들과 경쟁에서 밀릴 생각은 없다. 이번 마무리훈련에서도 달리기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임재철은 “나의 건강비결은 절제”라며 “운동선수는 스스로를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겨울을 잘 보내서 내년에 기회를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