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투수 홍상삼. [스포츠동아DB]
프로 첫해 자만으로 올시즌 부진… 스스로 채찍질…내년 부활 선언
“제가 건방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두산 홍상삼(20·사진)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프로 데뷔 첫 해(2009) 30경기에 나가 9승6패(117이닝)를 기록했다. 방어율(5.23)은 다소 높았지만 시즌 초반 무서운 연승행진을 달리며 무너진 선발진의 한 축을 이뤘다.
그러나 이듬해 인 올해 프로의 매서움을 실감했다. 30경기에 등판해 4승3패(96.2이닝). 방어율은 6.42로 더 높아졌다. 시즌 후반기에는 예년 구위를 회복하지 못해 선발에서 중간계투로 보직이 변경됐고,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뼈아픈 실책으로 승리를 내주며 눈물을 흘렸다.
홍상삼은 부진의 이유를 “몸이 안 만들어져 있다보니 직구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고 자가진단했다. 올 시즌 포크볼을 장착하면서 슬라이더, 커브 등 구종을 다양화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주무기인 최고 구속 149km짜리 빠른 직구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쉽게 난타를 당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롯데전 4승무패(방어율 2.70)를 기록하며 ‘거인킬러’로 불렸지만 올해 5게임 1승1패(5홈런), 방어율 9.87의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는 고개를 숙였다.
홍상삼은 “내가 건방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 첫 해 예상치 못한 좋은 성적을 내다보니 올 시즌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책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후회가 깊은 만큼 스스로에게 엄한 채찍질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는 “자꾸 게으름을 피우려고 하는 내 단점을 고치고 싶다. 이번 겨울에는 열심히 운동해서 내년에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며 이를 앙다물었다. “이제 다 죽었어!”라는 한 마디와 함께.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