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떡국 즐기던 그도 떠났다…한국은 日야구 용병 젖줄?

입력 2010-12-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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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과 김치를 즐겨 먹던 ‘한국형 용병’ 히메네스. 하지만 두산의 손짓을 뒤로한 채 결국 일본 라쿠텐과 입단 계약을 맺었다. 2007년 MVP 리오스에 이어 또다시 ‘잘 키운 용병’을 일본으로 ‘수출’하게 된 두산은 쓴 입맛을 다시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히메네스 日 라쿠텐 입단…외국인선수 유출 대책 없나
우즈 레스 리오스 이어 또 한번 뺏겨… 연봉 5억5천만원…인센티브로 유혹올해 두산의 에이스로 활약한 외국인투수 켈빈 히메네스(30)가 일본으로 떠났다.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는 17일 공식홈페이지에 히메네스와의 계약사실을 전했다.

또 다시 한국에서 검증된 투수를 일본에 빼앗기는 상황에 직면하자 두산은 물론 프로야구 전체가 고민에 빠졌다.

한국프로야구는 일본에 외국인선수를 공급하는 파이프로 전락해야 하는 것일까. 일본행을 원하는 외국인선수의 중간 기착지에 머물러야하는 것일까. 외국인선수 보호책은 정말 없는 것일까.


○히메네스마저…. 두산의 한숨

두산은 그동안 히메네스의 일본행 가능성에 대비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었다. 히메네스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던 야쿠르트가 임창용에게 거액을 안기면서 발을 뺐기 때문이다.

히메네스의 에이전트인 크리스 환타가 일본 다른 팀과도 저울질 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에도 두산은 “몸값을 올리기 위한 수순일 가능성도 있다”며 잔류에 희망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히메네스의 라쿠텐 입단이 최종 발표되자 허탈해졌다. 두산은 “돈싸움에서 일본 구단을 이길 수 없다”며 체념하는 듯한 분위기지만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히메네스의 추정연봉은 1년간 4000만엔(5억5000만원). 이 정도라면 두산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성적에 따른 거액의 인센티브가 걸려 있기 때문에 히메네스가 최종적으로 라쿠텐 유니폼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그동안 히메네스가 일본에 갈 것에 대비해 왈론드를 비롯해 3명 정도의 외국인선수 후보를 마련해뒀다”며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새로운 외국인투수가 제2의 히메네스가 될지 확신할 수 없어 한숨만 나온다.

특히 두산은 그동안 홈런왕 출신의 타이론 우즈(2003년)를 시작으로 개리 레스(2005년), 다니엘 리오스(2008년) 등 특급선수들을 일본에 빼앗긴 바 있어 “우리가 일본야구 젖줄이냐”며 장탄식을 내뱉을 만하다.

비단 두산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SK에서 뛴 호세 페르난데스는 2003년, 국내로 다시 복귀하기는 했지만 현대에서 맹활약한 클리프 브룸바는 2005년 일본으로 나갔다. 한국프로야구 활약상을 바탕으로 몸값을 올려 일본에 진출한 것이었다.

일본프로야구는 손 안대고 코를 푸는 격으로 한국에서 검증된 특급 외국인선수를 낚아채고 있다. 그러나 어차피 외국인선수는 연봉을 많이 주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선수 보호, 해법은 없는가


돈싸움 승산없어…다년계약은 부담 … 몸값 상한선 50만 달러 인상 주장도

최근 갈수록 외국인선수의 성공사례를 찾기 힘들다. 한국에서의 성공은 반드시 경력과 몸값에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달빛 속의 미인 찾기’는 신인 스카우트뿐 아니라 외국인선수 스카우트도 해당된다.

그런데 한국프로야구가 가까스로 옥석을 가려 놓으면 일본이 삼켜버리고 있다. 그저 손놓고 바라만 봐야하는 것일까.

프로야구 단장들은 16일과 17일 나주에서 프로야구 현안을 놓고 단장회의를 개최하면서 외국인선수의 일본 유출에 관해서도 잠시 의견을 나눴다.

두산 김승영 단장이 히메네스의 일본행 가능성에 대해 얘기를 하다 외국인선수 보호책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단장들은 “어차피 돈 싸움으로는 일본에 이길 수 없다. 외국인선수를 다년계약으로 묶어두는 방식뿐인데,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결론만 내리고 말았다.

1년 계약으로 영입하는 선수도 시즌 도중 퇴출돼 구단의 금전적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장기계약은 더욱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야구계에서는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선을 올리자”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프로야구의 수준이 급격히 높아져 첫해 외국인선수 몸값 상한선인 30만 달러 내에서는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몸값을 높여야 그만큼 실패확률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어차피 특급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뒷돈 거래를 하고 있고, 중도에 외국인선수를 교체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이제는 현실적으로 몸값 상한선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팀들은 “설사 뒷돈 거래로 30만 달러보다 많은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상한선만큼은 협상용으로 놔둬야한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상한선을 50만 달러로 높이면 외국인선수도 그만큼을 요구할 게 뻔해 외국인선수 몸값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외국인선수 보호책 논쟁. 그러나 이러는 사이 특급 외국인선수는 일본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일본에 빼앗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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