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라면 SK 이호준(35)은 지금 일본 오키나와 재활자 캠프에 있어야 된다. 그러나 이호준은 연말을 병원에서 맞아야 했다. 황당한 재앙에 가까운 느닷없는 부상 탓에 남모를 신음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사연은 2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일 대구에서 열렸던 후배 김강민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바로 서울로 돌아오는 도중부터 발이 아팠다. 겨우겨우 도착해보니 오른 발등에 종기가 생겼다. 처음에는 집에서 치료를 해봤지만 종기는 혹만큼 커졌다.
결국 병원에 갔는데 봉와직염 판정을 받았다. 흔히 군대에서 발이 전투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증상이다. 결국 입원까지 했고, 수술마저 받았다. 추가적 치료도 필요하기 때문에 오키나와 캠프 합류는 새해 이후로 부득이하게 미뤄지게 됐다.
갑작스런 그리고 의문스런 부상 원인은 구두에 있었다. 1년 내내 운동화만 신다가 정장 구두를 갑자기 신고 장거리 이동을 하려니 발이 견뎌내질 못한 것이다.
이호준은 “면세점에서 산 구두인데 안 되겠다. 이제는 아내가 골라주는 신발만 신어야겠다”고 어이없고 당혹스런 와중에도 특유의 입담을 잊지 않았다. 뒤집어 보면 구두 신을 틈도 주지 않는 SK적 현상이 빚어낸 아픔일 수도 있겠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