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팬 김빛나씨가 바라본 선동열 해임] “연인에게 이별통보 받은 기분”

입력 2011-01-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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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우승 전력이 아니다. 내년, 그리고 그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2009년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2010년 한국시리즈 전패를 맛보면서도 삼성팬들은 크게 낙심하지 않았다. 선동열 감독님이 늘 언급했듯, 우리 팀은 아직 ‘리빌딩’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매년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동안 과도한 프리에이전트(FA) 선수 영입으로 삼성의 색을 잃어 간다는 비판 속에서 선 감독님은 자체 선수 육성을 통한 팀의 리빌딩을 진행했고, ‘지키는 야구’, ‘뛰는 야구’ 등 삼성만의 새로운 팀컬러를 입혀 갔다. 2010년에는 에이스, 중심타선, 마무리 투수의 부상 공백에도 탄탄한 선수층으로 준우승의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그리고 그 또한 아직 ‘마침표’가 아니라, 우승을 향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도 팬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내년 시즌쯤에선 세대교체가 어느 정도 완성단계에 이를 것이고, 선 감독님이 구상했던 큰 그림이 점차 색을 드러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차에, 그 그림을 채 보지 못하고 감독님 사퇴 소식을 들어야 하는 것에 가장 큰 아쉬움이 있다.

선 감독님 사퇴에 대한 의견과 억측이 분분한 가운데, 팬들은 속사정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마음의 준비 없이 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것 같은 허탈함이 더 크다. 떠나간 연인과의 추억을 그리듯 선 감독님이 만들어주었던 수많은 즐거운 경기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보고, 두 번의 우승과 준우승, 그 때 그 순간의 환희를 다시 꺼내보며 하루를 보냈다. 다시 한 번 선 감독님의 지난 6년간의 노고에 팬의 한 명으로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한편으로는 류중일 신임 감독님에 대한 반가움이 있다. 야구를 처음 제대로 이해하고 보기 시작한 것이 20년 전 일이니, 그는 내 기억 속 최초의 1번타자이자 최초의 유격수가 아닌가. 아마 같은 마음으로 삼성 프랜차이즈스타 출신 감독을 반기는 삼성 팬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선 감독님이 다져 놓은 탄탄한 마운드에 삼성 특유의 화끈한 공격력을 강화해 끈끈하고 화끈한 류 감독님만의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로운 그림에 대한 기대감은 벌써 4월을 기다리게 한다. 우리의 우승에 대한 도전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김빛나


삼성팬인 부모님 덕분에 생후 70일 만에 야구장에 갔다는 ‘모태 삼성팬’. 서울 경기는 빠짐없이 챙겨 보고 종종 대구 원정응원까지 나설 정도로 열성적이다. 현재 세계태권도연맹에서 일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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