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이 벗겨질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가볍다. KIA 유니폼을 입은 이범호가 10일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 오쿠라가하마 구장에서 힘차게 프리배팅을 하고 있다.
KIA옷 입고 지옥훈련 13일째
손바닥 벗겨지고 물집 투성이
따뜻한 동료들은 부활 활력소
범 굴에서 ‘범’이 다시 웃는다
KIA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시작한지 정확히 13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범호(30)의 양 손바닥은 성한 곳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여러 군데 물집이 잡히고 살갗이 벗겨졌다. 손바닥이 아파 악수만 해도 큰 고통이 전해질 정도다. 그러나 이범호는 오히려 웃으며 배트로 힘껏 공을 때렸다. 손바닥 벗겨지고 물집 투성이
따뜻한 동료들은 부활 활력소
범 굴에서 ‘범’이 다시 웃는다
10일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 오쿠라가하마 구장. 이범호는 훈련을 시작하기 전 꼼꼼히 양 손바닥을 테이프로 감았다. 팀 선배 김상훈이 직접 의무트레이너의 가방을 뒤져 손바닥에 붙일 수 있는 두툼한 의료용 테이프를 찾았다. 그리고 “손바닥 벗겨진 데는 이게 최고다”며 다정하게 어깨를 두드렸다.
이범호는 “야구를 시작한 이후 이렇게 강도 높은 훈련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솔직히 죽을 것만큼 힘이 들지만 그 이상 행복하고 즐겁다. 훈련 덕분에 밤에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다”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KIA는 미야자키 캠프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되는 훈련은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실내 연습장에서 훈련이 이어지는 날도 많다.
이범호는 “지난해 소프트뱅크 캠프는 엑스트라 훈련을 받아도 아무리 늦어야 4시면 모두 끝났다. 절대적인 시간 뿐 아니라 프로그램 내용도 KIA가 훨씬 많다. 타격 훈련만 봐도 소프트뱅크에서 100개를 쳤다면 지금은 300개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고된 훈련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범호의 표정은 하루가 다르게 밝아지고 있다. 10일 훈련 중에는 직접 3루 근처 그라운드를 정리하고 송구 연습을 위해 그물망을 설치하기도 했다.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조금만 더 힘내자”며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이범호는 지난해 소프트뱅크와 맺은 2+1년 계약을 포기하고 국내로 돌아왔다. 기회가 없는 곳에서 아까운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그라운드에서 열정을 쏟겠다는 힘든 결정이었다. 그만큼 새 동료들이 기대 이상 따뜻하게 반겨주는 KIA에서 흘리는 땀이 더 소중하다.
사진제공 | KIA 타이거즈
휴가(일본 미야자키현)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