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볼매폰’ 델 베뉴

입력 2011-03-21 16: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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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적인 무언가를 말할 때, 흔히 교복에 비유하곤 한다. 똑같은 색의 재킷, 똑같은 재질의 바지, 똑같은 위치에 달린 명찰까지. 대부분은 별 불만 없이 교복을 입긴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교복이 자신의 개성을 말살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교복이 대세인데 자기만 사복을 입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교복을 수선하는 방식으로 현실과 타협(?)하곤 한다. 어떤 학생은 바지단을 완전히 줄여 스키니 스타일로 입고, 어떤 학생은 갈수록 좁아지는 배기바지 스타일로 입는다. 몰개성의 상징인 교복에도 개인의 취향이 미묘하게 녹아있는 것이다.


델의 스마트폰 베뉴(Venue)를 처음 봤을 때, 딱 ‘줄여놓은 교복 바지’ 느낌이었다. 언뜻 보면 일반적인 스마트폰과 다를 바 없지만, ‘찬찬이’ 뜯어보면 조금씩의 일탈이 엿볼 수 있다. 물론 델의 5인치 태블릿폰 ‘스트릭(Streak)’만큼 파격적이지는 않다. 시중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4인치 스마트폰들보다 아주 약간 크고, 아주 약간 묵직하며, 아주 약간 튼튼할 뿐이다.

조금 크고 무거운 게 무슨 장점이냐고? 사람의 취향이라는 건 대단히 섬세하고 다양하다. 4인치 스마트폰이 모든 이를 100%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 중에는 크기와 무게의 미묘한 변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자신의 잣대로 다른 이들의 취향에 간섭하는 이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더 크고 더 무거우며 더 튼튼하다

베뉴의 화면은 4.1인치(480 x 800)로 일반적인 스마트폰보다 단 0.1인치 크다. 현재 국내에서 이보다 더 큰 스마트폰은 4.3인치의 HTC 디자이어를 제외하고는 없다. 아이폰은 3.5인치며, 갤럭시S를 포함한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4인치다.

이 0.1인치의 크기는 참으로 미묘한 수치다.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약 2.54mm다. 4.1인치 화면이 4인치 화면보다 더 시원한 화면을 보여준다고 말하기에는 호들갑스럽고, 차이가 없다고 말하기에는 확연히 체감할 수 있는 차이가 있다. 말 그대로 0.1인치만큼만 넓은 느낌이다.


같은 화면을 띄워놓고 보면 표시되는 영역은 4인치 스마트폰과 거의 동일하지만 글자나 이미지가 약간 크다. 물론 해상도를 저하시키지 않은 상태에서다. 인터넷 페이지의 텍스트 출력 범위는 4인치 스마트폰에 비해 약간 작다(글꼴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베뉴는 글꼴이 그나마 큰 화면을 선호하는 중장년층 사용자에게 보다 적합하리라 예상된다.

무게는 약 160g이다. 참고로 삼성 갤럭시S의 무게는 120g, 아이폰4의 무게는 137g다. 아무래도 덩치가 크니 무게도 그만큼 더 나간다. 그래 봤자 20~30g 정도의 차이일 뿐 베뉴를 오래 들고 있다고 팔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아프다거나 여성이 휴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베뉴가 주는 묵직한 무게감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미국 코닝사의 강화유리인 ‘고릴라 글래스’를 사용한 것도 눈에 띈다. 고릴라 글래스는 내구성이 강한 유리로, 충격과 스크래치에 강해 전자기기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고릴라 글래스가 측면 충격에는 의외로 약하고, 생활 스크래치까지 완벽하게 막아주지 못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으니 돈 많은 ‘용자’가 아니라면 너무 험하게 사용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베뉴 이외에도 스트릭, 모토로라 디파이, 삼성전자 갤럭시S, LG전자 옵티머스 2X 등이 고릴라 글래스를 사용했다. 고릴라 글래스는 보호 필름을 부착하지 않아도 긁힘이 적다고 알려져 있지만, 화면 표면이 약간 위로 불룩한 구성이니 보호 필름을 붙이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하겠다.

곡선화면을 제외하고는 베이직한 디자인

베뉴 디자인에서 찾을 수 있는 독특한 부분은 전체적으로 곡선 라인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베뉴의 상단, 하단, 양 측면, 전면, 후면 등 6면 모두에 곡선 처리가 되어 직육면체보다는 길쭉한 타원형에 가깝다. 양 측면을 둥글게 처리한 스마트폰은 흔하지만, 베뉴처럼 전면부와 후면부까지 곡선처리를 한 제품은 드물다.


이 일체감 있는 곡선 때문에 베뉴를 선택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단순히 모양만 예쁜 게 아니라 손에 쥐었을 때의 그립감도 좋기 때문이다(필자의 개인적인 느낌도 그렇다, 평평한 제품보다는 손에 잡히는 느낌이 훨씬 자연스럽다). 하지만 평면 터치스크린에 익숙한 사람들 중 일부는 둥근 터치스크린의 터치감이 떨어진다고 불평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직접 만져보고 개인적으로 판단해보기를 권한다. 다만 필자의 경우 2주간 사용하면서 둥근 터치스크린으로 인한 터치감 불만은 없었다.


곡선 처리 이외에 베뉴의 디자인은 무난한 편이다. 전체적으로 검정색을 띠고 있고, 양 측면은 은색 크롬으로 처리해 포인트를 줬다. 후면부는 격자무늬의 돌기가 튀어나온 플라스틱으로 처리를 했으며, 광택이 나지 않아 지문이 덜 묻는다. 하지만 불룩 튀어나온 모양 때문에 책상이나 바닥에 놓았을 때 가운데 부분만 집중적으로 생채기가 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그래서 앞서 언급한 대로 보호 필름을 붙이는 게 좋다). 전반적으로 ‘세련미’보다는 ‘중후함’을 발하는 디자인이라, 30대 중후반 이후의 사용자들이 선호할 만하다.

평범한 성능 가운데 카메라 기능 돋보여

베뉴의 사양은 지극히 평범하다. 1Ghz 퀄컴 스냅드래곤 8250 프로세서, 1GB 메모리와 512MB 롬(운영체제용), 외장 16GB 마이크로SD 카드(기본 제공)를 지원하고 있으며 안드로이드 2.2 버전(프로요)을 탑재했다. 최근 나오는 스마트폰들이 2세대 스냅드래곤이나 엔비디아 테그라2를 채택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다. 또한 배터리의 용량도 아쉽다. 베뉴의 배터리는 1,400mAh로, 애플의 아이폰4나 HTC의 디자이어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대신 여분의 배터리를 하나 더 끼워 준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800만화소 카메라다. 비슷한 사양의 다른 스마트폰들이 대부분 500만화소를 지원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화소다. 또한 인물, 풍경, 야간, 손떨림 방지 등 다양한 장면 모드와 모노, 네거티브, 감광 등의 색상 모드를 지원하며 ISO와 노출도도 변경할 수 있다. 물론 줌 기능도 있다(디지털줌이라 화질저하는 감안해야 한다). ‘조금 과장’해서 웬만한 똑딱이 디카에 맞먹는다. 그리고 하단에 별도의 셔터 버튼을 마련해 뒀다는 점도 강조할 만하다(반셔터-살짝 누르면 자동 포커싱되는 기능-도 작동한다).

반면 아쉬운 점은 전면부 카메라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소비자들이 애용(?)하는 셀프카메라로 사용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따른다. 화상 통화 역시 포기해야 한다.


델의 자체 인터페이스(UI)인 ‘델 스테이지’도 주목할 만 하다. 델 스테이지의 홈 화면에는 날씨 정보와 최근 사용한 9개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이 표시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면 수많은 어플을 내려 받게 되는데, 이 중 주로 사용하는 어플은 몇 개 되지 않는다. 따라서 주로 사용하는 어플을 일일이 한 곳으로 모아 놓거나 어플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델 스테이지를 이용하면 이런 수고를 덜 수 있어 편리하다. 또한 자주 사용하는 연락처, 최근에 사용한 사진, 음악, 웹페이지 등을 배치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표준에 근접한 성능

베뉴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2.2를 탑재했다. 그러면서 레퍼런스폰(운영체제 표준을 최대한 유지한 제품)에 상당히 근접한 스마트폰이다. 우선 메모리 운용 부분에서 레퍼런스폰다운 유연한 성능을 보여준다. 여러 어플(어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실행해도 크게 동요되지 않고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메모리 관리 어플인 ‘Advanced Task Killer’를 통해 확인한 평균적인 가용 메모리는 약 200~220MB 정도. 삼성 갤럭시S보다는 한결 여유로운 메모리 운용이다. 물론 3주간 사용하면서 멈춤(다운) 현상이나 재부팅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정도면 초보 사용자라도 메모리 관리/운용에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을 것으로 보인다. ‘Advanced Task Killer’와 같은 메모리 관리 어플도 없어도 될 듯하다.


경험한 바로는 ‘설정’ → ‘디스플레이’ 항목의 ‘애니메이션’ 기능을 끌 경우 보다 빠른 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필자의 경우 이 설정을 ‘일부 애니메이션’으로 맞췄는데, 이 정도만 되도 화면 넘김, 창 실행 등에 적용되는 애니메이션은 나름대로 만족스러울 수준을 보였다.

참고로 델의 5인치 스마트폰인 ‘스트릭’에서 지적됐던 동영상 재생 문제(720p 이상 해상도 동영상 재생 어려움)는 일단 베뉴에서는 재현되지 않는 듯했다. 720p HD 해상도의 mp4 파일 형식 동영상(약 550MB)을 재생해 본 결과 아주 부드럽진 않더라도 동영상을 시청하는데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적어도 음성 싱크는 잘 맞는다). 다만 베뉴가 지원하는 동영상 형식(예, avi 등)이라도 인코딩 방식에 따라 재생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니 베뉴에 복사 시 이를 감안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베뉴 역시 동영상 재생에 있어 성능적 매력을 크게 보이지 못하는 점은 인정해야 하겠다.


아울러 통신사는 KT를 통해 서비스되며 전화통화, 메시지 발수신, 3G 데이터 통신 모두 문제 없이 잘 처리됐다. 사용 도중 전화 수신 안테나가 2~3개(최대 4개)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전화통신에 별 다른 문제는 없었다. 아울러 어플 마켓은 안드로이드 마켓과 KT 올렛 마켓을 사용할 수 있다.

베뉴는 적어도 사용하는데 있어 답답하거나 불만스러운 성능 결과를 보이진 않았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불안해 하지 않고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하므로, 기기 관리에 있어 전문 지식을 굳이 습득할 필요도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단 위에서 지적한 대로 동영상 재생을 중요시 여기는 사용자에게는 적절치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하나의 매력, 가격대 성능비


베뉴의 공식적인 출고가는 737,000원이다. 하지만 2011년 3월 기준 2년 약정 계약을 맺으면 공짜로 구입할 수 있다. 비슷한 경쟁 제품 중에서는 가격대 성능비가 상당히 좋은 셈이다. 최상급 성능은 아니지만 만족할만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고, 비용은 중저가 스마트폰과 맞먹을 정도로 저렴하다. 스마트폰 초보 사용자에게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가격대 성능비가 높은 스마트폰은 베뉴 이외에도 많다. 하지만 베뉴는 다른 스마트폰에 없는 큰 화면, 독특한 곡선 디자인, 800만 화소 카메라 등의 독특한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이다. 처음 보면 다른 스마트폰과 비슷해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숨어 있는 매력이 드러나는 ‘볼매폰’, 바로 델의 베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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