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박찬호가 전성기 시절의 강속구가 안 나오는 원인은 투구 시 뒷다리에 있었다. SK 김성근 감독은 스포츠동아의 연속 촬영 사진을 보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두번째와 세번째 사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밀어 던지는 투심이 공 채는 감각 떨어뜨려
“뒷다리 때문에 구속이 안 나와.”SK 김성근(69) 감독은 23일 LG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문학구장 감독실에서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뛰는 투수 박찬호(38)에 대해 “현재 그 정도 볼 스피드를 가지고는 일본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범경기에서 최고구속은 146km까지 찍었지만 여전히 직구 구속은 140km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찬호의 오른 다리를 주목했다. 김 감독은 “얼마 전 스포츠동아에서 투구 연속동작 사진을 싣지 않았나. 그걸 보니 투구폼이 한 눈에 들어왔다. 볼을 놓는 시점에서 상체와 하체가 따로 노는 것처럼 보였다. 구속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결국 빠른 공이 있어야 변화구도 산다”고 진단했다.
3월 8일자 스포츠동아에 게재된 박찬호의 투구 연속사진인데, 5일 나고야돔에서 열린 주니치와의 시범경기에서 찍은 것이다.
사진을 보면 박찬호가 공을 몸 앞에서 때리지 못하고 상체가 뒤로 뒤집힌 상태에서 공을 놓고 있다. 상체가 뒤늦게 넘어온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이런 현상이 나타난 원인은 바로 오른 다리가 먼저 주저앉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축족인 오른쪽 다리가 지탱하면서 투구판을 박차고 나가야하는데, 첫번째 사진과 두번째 사진에서 보면 오른다리가 주저앉는다는 것. 그러면서 자유족인 왼쪽 다리가 스트라이드 되지만, 상체가 따라오지 못하고 뒤늦게 넘어오면서 공을 놓는 시점, 릴리스포인트가 부자연스럽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팔로만 던지는 듯한 투구폼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컨트롤도 흔들린다. 높은 공과 실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김 감독은 “메이저리그 시절 박찬호가 얼마나 빠른 공을 던졌나. 그런데 텍사스 시절에도 오른 다리가 미리 주저앉아 그 점을 지적한 적이 있다”면서 “예전에 제주도에서 좌타자에게 약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투심(패스트볼)이나 체인지업 등을 던지는 걸 봤는데 그 때문에 결국 직구도 죽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체인지업과 투심패스트볼은 공을 밀 듯이 던지는데, 그걸 자주 사용하면서 손끝으로 강하게 공을 채는 직구의 감각이 떨어져버렸다는 것이다.
박찬호는 지난달 고지로 스프링캠프를 옮기기 전 오키나와에서 SK의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던 김 감독을 찾아간 적이 있다. 당시 박찬호는 김 감독에게 조언을 구할 계획이었으나 그럴 분위기가 아니어서 인사만 하고 헤어졌다.
김 감독은 다시 한번 “뒷다리가 주저앉으니 볼이 들어가는 각이 수평이 돼버렸다. 뒷다리를 세워야 볼 각도도 살아나고 컨트롤도 살아난다”고 강조하면서 “일본에서 통하기 위해서는 컨트롤이 중요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타자들이 유인구에 방망이가 잘 속아 나오지만 일본타자들은 잘 참아낸다. 좋은 변화구가 있지만 직구 구속이 올라와야 변화구도 산다”고 덧붙였다.
결국 박찬호가 오른 다리를 세우고 던질 수 있어야 일본에서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원포인트 레슨이다.
문학 |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김종원 기자 (트위터 @beanjjun)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