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지세(伯仲之勢). 기량이 비슷해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형세를 뜻한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바로 백중지세다. 비슷한 크기, 비슷한 성능, 비슷한 사용자 환경(UI), 비슷한 가격, 아이폰을 제외하고는 동일한 운영체제(OS)를 갖춘 스마트폰이 범람하고 있다.
성능이 비슷하다 보니 디자인이 승부처가 된다. 다른 제품과 차별화된 혁신적인 디자인만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파격적인 디자인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직사각형 모양이 아닌 동그라미 모양의 스마트폰을 생각해보라. 기술적인 문제는 둘째치고 휴대가 불편해 외면 받을 것이 틀림없다). 익숙함과 편의성은 지키되, 작은 변화를 시도해 큰 차별화를 이루는 디자인이 진정 성공적인 디자인일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일부 스마트폰에서 채택하고 있는 곡면 유리를 들 수 있다.
기존 스마트폰에는 전면부에 평평한 유리(Flat glass)를 사용하는 게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세하게 휘어진 곡면 유리(Curved glas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있다. 곡면 유리는 평평한 유리보다 제조과정이 까다롭지만, 심미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슬쩍 보아서는 알 수 없고 직접 만져봐야 그 차이를 알 수 있다는 곡면 유리, 이 곡면 유리를 채택한 스마트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델 베뉴(Venue)
글로벌 PC제조기업 델이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내에 선보인 스마트폰 ‘베뉴(Venue)’의 가장 큰 장점은 ‘곡면 고릴라 글래스’다. 정면에서 보면 일반적인 평평한 유리와 다를 것 없이 보이지만, 만져보면 디스플레이 가운데 부분이 미세하게 튀어나와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배흘림 기둥을 연상케 하는 이 곡면 유리는 베뉴 사용자들이 가장 만족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 곡면 유리는 단순히 보기에만 좋은 것은 아니다. 베뉴는 상단, 하단, 양 측면에 모두 곡면 처리를 해 길쭉한 타원형에 가까운데, 이 때문에 손에 쥐었을 때 그립감이 뛰어나는 평이다. 어느 방향으로 잡아도 손에 착 감기고 미끄러지지 않는다.
불룩 튀어나온 모양 때문에 책상이나 바닥에 놓았을 때 가운데 부분에 생채기가 날까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강화유리 ‘고릴라 글래스’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흠집과 생채기가 잘 나지 않는다. 고릴라 글래스는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유리 중 가장 내구도가 뛰어난 강화유리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LG전자 옵티머스 2X
LG전자가 내놓은 세계 최초의 듀얼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 2X’에는 ‘2.5D 글라스’라는 곡면 유리가 사용됐다. 2.5D 글라스는 일반적인 평면 유리를 유리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깎아낸 것으로, 유리 전체가 앞으로 살짝 돌출된 대신 모서리 부분은 원만하게 기울어졌다. 실제 디스플레이가 표시되는 부분은 일반 스마트폰처럼 평평하되, 손가락이 닿는 부분은 곡선 형태를 띠고 있는 것. 사다리꼴 모양에 가깝다.
LG전자는 “손가락이 닿는 부분을 라운드로 매끄럽게 처리해 소비자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며 “이 곡선 유리 덕분에 다른 휴대폰 사이에서 눈에 확 띌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베뉴와 마찬가지로, 고릴라 글래스를 사용해 견고함도 갖췄다.
이 때문인지 옵티머스 2X는 출시 40일만에 20만 대의 판매량을 올리며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초반에는 물량이 부족해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2.5D 글라스의 제작 과정이 까다로워 한 번에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구글 넥서스S
삼성전자와 구글의 합작폰 ‘넥서스S’에도 곡선 유리가 사용됐다. 베뉴나 옵티머스 2X와 다른 점은, 불룩하게 튀어나온 방식이 아니라 접시처럼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방식이라는 것이다. 구글 측은 이 곡선 유리가 태양빛이나 조명의 반사로 인한 눈부심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손으로 쥐기 편하고 자판을 입력할 때도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이 디자인의 진가는 통화할 때 드러난다. 얼굴의 곡선을 따라 밀착되어 편안한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피커와 마이크가 귀와 입에 더욱 가까워져 통화 내용을 더욱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곡면 유리를 채택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하나같이 “평평한 유리보다 제작하기 까다롭고 단가도 비싸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면 유리를 사용하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성능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진 스마트폰 시장에서, 편의를 배려하는 작은 디자인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 포털 내 배포되는 기사는 사진과 기사 내용이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온전한 기사는 IT동아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IT저널 - IT동아 바로가기(http://it.donga.com)
성능이 비슷하다 보니 디자인이 승부처가 된다. 다른 제품과 차별화된 혁신적인 디자인만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파격적인 디자인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직사각형 모양이 아닌 동그라미 모양의 스마트폰을 생각해보라. 기술적인 문제는 둘째치고 휴대가 불편해 외면 받을 것이 틀림없다). 익숙함과 편의성은 지키되, 작은 변화를 시도해 큰 차별화를 이루는 디자인이 진정 성공적인 디자인일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일부 스마트폰에서 채택하고 있는 곡면 유리를 들 수 있다.
기존 스마트폰에는 전면부에 평평한 유리(Flat glass)를 사용하는 게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세하게 휘어진 곡면 유리(Curved glas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있다. 곡면 유리는 평평한 유리보다 제조과정이 까다롭지만, 심미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슬쩍 보아서는 알 수 없고 직접 만져봐야 그 차이를 알 수 있다는 곡면 유리, 이 곡면 유리를 채택한 스마트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델 베뉴(Venue)
글로벌 PC제조기업 델이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내에 선보인 스마트폰 ‘베뉴(Venue)’의 가장 큰 장점은 ‘곡면 고릴라 글래스’다. 정면에서 보면 일반적인 평평한 유리와 다를 것 없이 보이지만, 만져보면 디스플레이 가운데 부분이 미세하게 튀어나와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배흘림 기둥을 연상케 하는 이 곡면 유리는 베뉴 사용자들이 가장 만족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 곡면 유리는 단순히 보기에만 좋은 것은 아니다. 베뉴는 상단, 하단, 양 측면에 모두 곡면 처리를 해 길쭉한 타원형에 가까운데, 이 때문에 손에 쥐었을 때 그립감이 뛰어나는 평이다. 어느 방향으로 잡아도 손에 착 감기고 미끄러지지 않는다.
불룩 튀어나온 모양 때문에 책상이나 바닥에 놓았을 때 가운데 부분에 생채기가 날까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강화유리 ‘고릴라 글래스’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흠집과 생채기가 잘 나지 않는다. 고릴라 글래스는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유리 중 가장 내구도가 뛰어난 강화유리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LG전자 옵티머스 2X
LG전자가 내놓은 세계 최초의 듀얼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 2X’에는 ‘2.5D 글라스’라는 곡면 유리가 사용됐다. 2.5D 글라스는 일반적인 평면 유리를 유리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깎아낸 것으로, 유리 전체가 앞으로 살짝 돌출된 대신 모서리 부분은 원만하게 기울어졌다. 실제 디스플레이가 표시되는 부분은 일반 스마트폰처럼 평평하되, 손가락이 닿는 부분은 곡선 형태를 띠고 있는 것. 사다리꼴 모양에 가깝다.
LG전자는 “손가락이 닿는 부분을 라운드로 매끄럽게 처리해 소비자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하고자 했다”며 “이 곡선 유리 덕분에 다른 휴대폰 사이에서 눈에 확 띌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베뉴와 마찬가지로, 고릴라 글래스를 사용해 견고함도 갖췄다.
이 때문인지 옵티머스 2X는 출시 40일만에 20만 대의 판매량을 올리며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초반에는 물량이 부족해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2.5D 글라스의 제작 과정이 까다로워 한 번에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구글 넥서스S
삼성전자와 구글의 합작폰 ‘넥서스S’에도 곡선 유리가 사용됐다. 베뉴나 옵티머스 2X와 다른 점은, 불룩하게 튀어나온 방식이 아니라 접시처럼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방식이라는 것이다. 구글 측은 이 곡선 유리가 태양빛이나 조명의 반사로 인한 눈부심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손으로 쥐기 편하고 자판을 입력할 때도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이 디자인의 진가는 통화할 때 드러난다. 얼굴의 곡선을 따라 밀착되어 편안한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피커와 마이크가 귀와 입에 더욱 가까워져 통화 내용을 더욱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곡면 유리를 채택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하나같이 “평평한 유리보다 제작하기 까다롭고 단가도 비싸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면 유리를 사용하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성능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진 스마트폰 시장에서, 편의를 배려하는 작은 디자인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 포털 내 배포되는 기사는 사진과 기사 내용이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온전한 기사는 IT동아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IT저널 - IT동아 바로가기(http://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