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재석이’ 임지규 “차승원 음주 애무신, 가장 기억에 남아”

입력 2011-06-30 11: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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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 외모에 체격이 왜소한 배우 임지규는 "신발을 신어야 174cm에요. 덕분에 남성스러운 차승원 선배에 옆에서 귀염둥이가 됐죠” 라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동안 외모에 체격이 왜소한 배우 임지규는 "신발을 신어야 174cm에요. 덕분에 남성스러운 차승원 선배에 옆에서 귀염둥이가 됐죠” 라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재석이는 문진영 대표(최화정)와 잘 됐겠죠."

달달한 꿈에서 덜 깬 듯한 눈빛이다. MBC '최고의 사랑'(이하 최고사)에서 두 달 동안 독고진(차승원)의 매니저 '김재석'으로 산 배우 임지규(33)가 그린 행복한 결말이다.

그는 드라마에서 이희진(제니 역)을 두고 정준하(구애환 역)와 사랑의 삼각관계를 그려갔다.

그런 그에게 "실제라면 제니는 누구와 이어졌을까?"라고 묻자, 의외로 '야심' 가득한 답변을 해온 것이다. 문진영은 독고진을 키운 본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자, 재석의 직장 상사다.

"제니는 결국 구애환을 선택했을 거예요. 주인공 구애정(공효진) 오빠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서로 알던 사이잖아요. 무엇보다 아들 띵똥(양한열)의 엄마도 만들어주는 게 행복한 결말이죠."

MBC '역전의 여왕'에서 재벌남 박시후의 비서로 눈길을 끈 임지규는 이번 작품에서는 톱스타의 매니저로 출연했다. '아무나' 매니저가 아니다. 성격 나쁘지만 심장이 병약한 독고진에게 지극정성은 기본이고, 독고진의 연인 구애정을 돕는 든든한 지원군까지 소화해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역전'에서 박시후의 비서 강우는 '여우같은 곰'이었다면, '최고사'의 재석은 '곰 같은 여우'라고 표현한다. 33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곰에서 여우로 변신한 배우 임지규를 만났다.

▶'독립 영화계의 독고진' 임지규 선생


고신대 수학을 전공한 임지규는 2004년 첫 단편영화 '핑거 프린트'로 데뷔한 후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스태프로 일하며 때를 기다렸다. 이후 '은하해방전선'(2007)과 '과속 스캔들'(2008)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2007)로는 마니아를 거느릴 정도로 독립영화계에서 위치 구축한 배우가 됐다.

-독립영화로 데뷔했네요. 출연한 독립 영화에서는 대부분 어두운 역할이었어요. 드라마에서는 주로 밝은 역할을 맡는데, 어떤 연기가 더 잘 맞는 것 같나요?

"사실 저는 내성적인 성격이에요. 그래서 '최고사'를 연기할 때 힘들었어요. 극 중 재석이 굉장히 밝고 설레발을 잘 떠는 캐릭터라서 실제 저와 달랐거든요. 저는 한마디를 하더라도 고민을 많이 하는 성격이에요. 하지만 실제 제 성격처럼 내성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더라면 이만큼 사랑을 받지 못했겠죠."

-'독립영화계의 독고진'이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아요.

"경제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연기였어요. 그때는 시간이 충분했으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드라마는 쪽 대본이 나오는 상황이니 만족스런 연기를 하는 게 쉽지는 않거든요. 여건은 안 좋았지만 행복했어요."

▶독고 형님이 조용히 "재석아"라고 불러주었다. 눈물이 났다.

임지규는 '최고사'에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캐스팅이 결정되고 이틀 뒤 차승원과 단독 대면이 있었다. 이 때가 그의 캐릭터를 확실히 정하는 계기가 됐다.

처음 대본에 있던 독고진 매니저는 지금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는 차승원의 조언대로 부산 사투리 대신 존댓말을 하기로 했다. 극중 이름도 실제 차승원의 매니저 이름 '김재석'으로 바꿨다.

그는 여전히 드라마 속에 있는 듯 차승원을 '독고 형님'이라고 부르며 고마워했다.

-극 중 이름이 실제 차승원의 매니저 김재석 씨와 같아요.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나요?

"독고 형님(차승원 분)이 심장이 아파서 병원에 몰래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형님, 병원 다녀온 것 제게도 얘기 안 해주실 거예요?'라고 물어요. 자신이 죽으면 매니저를 그만둘 수도 있겠다 싶었던 형님이 '김재석'이라고 나지막이 부르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울컥 쏟아 졌어요. 누군가 제 이름을 진심으로 불러주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원래 눈물 연기 잘 못하는데…. 실제로는 차승원 선배가 분장실에서 '재석아'라고 부르면 둘 다 (실제 차승원의 매니저와 임지규) '네!'하고 벌떡 일어나요. (웃음)"

-독고진과의 환상궁합 신, 노래방에서 'Heart breaker' 부르는 장면이 재미있었어요.

"다른 노래로 바꾸고 싶었어요. 사실 랩 울렁증이 있어요.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이후로 랩을 하면 닭살이 돋아요. 하지만 노래 가사와 독고의 상황이 맞아떨어져서 부를 수밖에 없었죠. 저도 제니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노래를 부르긴 했는데 편집됐죠. 독고진을 위한 장면이니까요."

-노래 부르면서 톱스타 차승원이 망가진 모습을 보면서 놀랐겠어요?

"어떻게 저렇게까지 준비를 했을까…. 많이 보고 배웠죠. 노래방신 이외에도 독고형님은 짧은 장면에도 대사가 계속 입에 달라붙도록 연습을 하시더라고요. 인상 깊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조연이라고 만만하게 할 작품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죠."
배우 임지규는 MBC ‘최고의 사랑’(이하 최고사)에서 두 달 동안 독고진(차승원)의 매니저 ‘김재석’으로 살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배우 임지규는 MBC ‘최고의 사랑’(이하 최고사)에서 두 달 동안 독고진(차승원)의 매니저 ‘김재석’으로 살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차승원이 "너만의 롤(role)이 생겨서 정말 좋다"고 말해.

'기억에 남는 장면은?'이라는 질문에 임지규는 술에 취해 독고진을 애무하는 장면을 꼽았다.

대본에는 백 허그에 그치는 장면이었지만, 임지규와 차승원은 서로에게 몸을 의지하고 가슴을 어루만지는 능청스러운 애드리브를 선보였다. 이 때 배경음악으로는 공교롭게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OST가 흘러나왔다. '번지점프를 하다'는 이병헌 주연의 동성애 코드 영화다.

"독고 형님이 '어차피 로맨틱 코미디니까 관객들이 용납하는 부분이 있다. 구애정만 오해하면 된다. 여기를 이렇게 만져줬으면 한다'고 의견을 내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제 아이디어를 보태서 과감하게 했죠. 막 옷도 올리고. (웃음) 형님도 당황하지 않고 능청스럽게 내버려 두더라고요. 합이 잘 맞았어요. 오글거릴 수도 있는데."

- 드라마를 통해 차승원에게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주인공으로서 긴장을 한번도 늦추는 것을 못 봤어요. 제가 독고 형님의 코미디를 좋아했었거든요. 사람의 마음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코미디를 하시는 것 같아요. 유치하게 웃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찡하게 만드는 연기가 좋아요. 앞으로 제 연기도 그냥 웃기기만 한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 느껴졌으면 해요."

-비서나 매니저 역할이 주목 받기 쉽지 않은 역할인데, 노력한 점은 무엇인가요?

"비서나 매니저가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죠. 누구나 똑같은 대사와 연기를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문장 끝 단어 한마디씩 조금씩 바꿨죠. 신인 배우라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촬영 감독님들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더라고요. 대사가 끝나고 애드리브를 조금씩 하기도 했어요. 그 애드리브를 보고 사람들이 '깨알 같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드라마가 끝날 쯤 차승원은 임지규에게 "지규야, 너만의 롤(role)이 생겨서 정말 좋다. 그냥 매니저 역할로 끝나지 않고 너만의 이야기가 생겨서 좋다"라는 칭찬을 했다고 한다.

임지규는 인터뷰 중간마다 독고형님(차승원)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은 했다.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 지규씨의 분량이 적었는데, 아쉬움은 없었나요?

"아니요. 해피 엔딩을 맞이해서 좋았어요. 스타들의 뒷모습 이야기까지 너무 심각하게 던져지지 않았고요.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 극이 빨리 마무리 되서 주변 인물들이 풍부하게 그려질 시간이 없었어요. 제니, 애환과의 티격태격한 삼각관계 이야기가 좀더 있었으면 했죠."

▶"내게 다 준 독고진, 닮고 싶은 배우도 차승원"

- '최고사'가 연예인들의 애환을 소재로 다뤘어요. 연예인으로서 어떤 의미로 와 닿았나요?

"저도 과거에 한 오디션에 입상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1등을 했더니 해당 홈페이지에 '심사위원의 조카다' 등의 글이 막 올라오더라고요. 그렇게 작은 일에도 공격을 받는 걸보니 스타가 되고나면 정말 많은 것들은 인내해야 하나 봐요. 참 안타까워요."

- 이번 작품을 통해 '명품 조연'이라는 별칭이 붙었어요.

"내가 과연 이 드라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했어요.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주인공도 잘 살리니 감사해요. 저는 '최고사'를 할 때 목표가 '독고진에게 다 맞춰주자'였어요. 처음에는 손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맞추다 보니까 어느 순간 독고형님이 저에게 주더라고요. 장면마다 제 캐릭터가 잘 살도록 조언도 해주셨어요."

-앞으로 주연 욕심은 없나요?

"주연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다만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주연을 맡는 다는 것은 위험한 것 같아요. 그동안 저는 항상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준비가 덜됐음을 실감했어요. 제가 만약 독고진 역할을 맡았다면 할 수 있었을까요? 어휴! 상상도 하기 싫더라고요. 섣불리 주연을 맡았다가 '알고 보니 거품이었어!'라는 소리를 들으면 어떡해요. '저 사람 연기를 보면 행복하다'는 말이 나오도록 준비가 됐을 때 출격하고 싶어요."

임지규는 원래 임창정, 정재형, 한석규처럼 코믹함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드라마 촬영을 마친 지금은 차승원을 벤치마킹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차승원 선배의 남자다움을 닮고 싶어요. 몸매요? 어떻게든 해볼 겁니다."

동아닷컴 한민경 기자 mk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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