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야구인 68% “연고지 신인 1차지명 부활” 찬성

입력 2011-07-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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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신인선수 지명회의 1라운드에서 뽑힌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들은 2년 전부터 시행된 전면드래프트 1라운드를 통해 각 구단 유니폼을 입었다.스포츠동아DB

이슈&포커스 | 야구계 파워엘리트 50명 설문 전면드래프트 vs 1차 지명 부활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KBA)가 공동 개최한 ‘프로-아마 야구발전위원회’에서 아마추어 관계자들은 프로측에 신인 선수 선발에서 1차 지명을 부활해줄 것을 요청했다. 현행 프로야구 신인선발은 연고 지역 선수에 대한 1차 지명 없이 모든 드래프트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전년도 순위 역순으로 지명하는 전면 드래프트제를 채택하고 있다. 9구단 엔씨소프트의 참가 때문에 일시적으로 방식이 조금 변경되지만 8월 25일 실시되는 ‘2012년 신인드래프트’도 큰 틀에서 이렇게 진행된다. 그러나 아마추어 관계자들의 주장처럼, 1차 지명 부활을 다시 논의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스포츠동아는 야구계 안팎의 파워엘리트 50명에게 1차 지명 부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중·고·대학 감독 등 10명의 지도자도 설문 대상에 포함시켜 아마추어 쪽에서는 실제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직접 들어봤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겐 연고팀 입단 꿈
지역팀 지원 유망주 해외유출 막아야”
아마감독 90%도 1차 지명 전폭 지지
“현 제도 정착”“프랜차이즈스타 필요”
8구단 단장들 4:4로 찬반 의견 맞서



○1차 지명을 부활하라=68%

전체 응답자 50명에게 ‘현행 전면드래프트 유지가 맞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지역연고 1차 지명 부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68%에 이르는 34명 응답자가 ‘현 제도를 손질해 1차 지명을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현 제도 유지가 좋다고 답한 응답자는 16명에 불과했다.

프로 각 구단 프런트(단장·스카우트팀장 등 총 16명)는 양쪽으로 정확히 반반씩 의견이 나뉘었지만 구단별 코칭스태프 1명과 선수 1명 등 총 16명 답변만 놓고 보면 답변 비율이 달랐다. 이 중에서 5명만이 현 제도 유지가 낫다고 답했고, 11명은 1차 지명 부활이 필요하다는 견해였다.

아마추어 관계자들은 예상대로 10명 응답자 중 단 1명만이 현 전면드래프트제의 유지를 선택했고, 나머지 9명이 1차 지명 부활에 같은 목소리를 냈다. 상대적으로 이해관계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해설자 등 야구인들 답변을 살펴보면 대상자 8명 중 6명이 1차 지명 부활에 손을 들었다.

50명 중 1차 지명 부활의 필요성을 제기한 34명에게만 ‘그렇다면 1차지명의 적정 인원수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추가 질문을 던졌을 때 62%에 이르는 21명이 1명으로 답했다. 2명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1명(32%)이었고, ‘3명 이상이어야 한다’고 답한 사람도 2명 있었다.


○4-4로 팽팽하게 갈린 구단 의견

8개 구단 단장들 의견을 살펴보면 정확히 4-4로 나뉘었다.

삼성과 LG, 한화, 넥센이 현 제도 유지 의견을 낸 반면, SK와 두산 롯데 KIA 등 나머지 4개 구단은 1차 지명 부활 필요성에 동감했다. 같은 서울을 연고로 하는 LG와 두산이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띄었다.

LG 백순길 단장은 “전면 드래프트가 2년 전부터 시행됐는데 당시에도 뭔가 명분이 있어서 바뀐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일단 현행 제도를 정착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1차 지명이 없어지면서 프로팀들의 지역연고 고교팀 지원이 줄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런 것은 프로팀들이 공동 출자해 지원금을 마련한다든지 하는 방안 등을 모색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1차 지명 부활을 주장하는 구단은 연고지역내 유망주 자원이 많은 구단들”이라며 “삼성은 지금도 연고지역 중고교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화 노재덕 단장도 “현재로서는 지역적인 환경이 평등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궁극적으로는 1차 지명 부활에 찬성하지만 현재로서는 전면 드래프트가 더 합리적”이라고 했다.

스카우트팀장을 겸직하는 LG 김진철 운영팀장은 “1차 지명의 폐해도 많다”면서 “1차 지명을 하게 되면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도 지역의 1차지명이라는 이유로 많은 계약금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고교팀이 적은 지방팀의 경우, 전면드래프트라면 3라운드 정도에 지명될 선수가 1차 지명을 받은 뒤 다른 팀 1차 지명 선수와 계약금을 비교한 사례도 있었다”고 구단경영측면에서 접근했다. 김 팀장의 지적대로 한 때 LG와 두산의 경쟁구도로 서울지역 1차지명 선수들의 계약금이 쓸데없이 올라간 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롯데 배재후 단장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바라는 지역 팬들에 대한 도리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1차 지명은 부활해야 한다”면서 “지역 고교팀을 봤을 때 부산에 좋은 유망주 자원이 많다고 하지만 서울이나 광주에 비하면 그렇지 않다. 롯데에 절대 유리하지 않다. 그렇더라도 1차 지명은 다시 되살려야 한다”고 했다. 두산 김승영 단장도 “구단이 고등학교 때부터 프랜차이즈 스타를 키울 수도 있고, 연고지명을 함으로써 유능한 고등학생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KIA 김조호 단장과 SK 민경삼 단장의 의견도 이와 일치했다.



○왜 1차 지명 부활이 필요한가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인은 “전면드래프트제도 아래에서 아마추어 유망주의 해외 유출, 지역연고팀에 대한 해당 프로팀의 지원 부족 등이 이미 여실히 드러났다”며 “잘못 바뀐 규정은 다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한 해설자는 “만약 류현진이 한화가 아닌 고향팀 SK에 있었다면 팬 흡입력이나 한국 프로야구에 미치는 파괴력은 달라질 수 있다. 이게 바로 프랜차이즈냐, 아니냐의 문제”라며 “아무래도 구단들이 지역 고교팀에 대한 지원도 덜 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추어 90% “1차 지명 부활 필요”

광주일고 감독을 거쳐 현재 인하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허세환 감독은 “프로팀에서 지역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원해줘야 아마추어 야구도, 프로야구도 산다”면서 “오랫동안 고교 선수들을 지도한 입장에서 보니 선수들이 연고팀에 가려고 야구에 입문한 경우가 많았다. 그들의 꿈을 키워준다는 측면에서도 1차 지명은 부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LG 스카우트팀장을 거친 서울고 유지홍 감독도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쳐보니 1차 지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면서 “특히 대어급 고교 선수의 해외 유출을 막고, 지역팀에 대한 프로팀들의 지원을 활발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전면드래프트제는 손을 봐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도헌 기자 (트위터 @kimdohoney)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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