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銀 특수법인 120곳 불법대출중 1조3500억 환수 가능

입력 2011-07-2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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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원이상 예금주 보상길 열렸다2만7196명에 초과액 1750억… 법원 배당결정 관건

부산저축은행그룹이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120곳에 불법대출한 4조5942억 원 가운데 29.4%인 1조3500억 원가량을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부산저축은행그룹에 5000만 원 이상을 예치한 예금주나 부산저축은행의 권유로 후순위채권을 구매한 사람도 피해액의 일부를 보상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 1조 원 이상 환수 가능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대주주들이 전국 각지에 개발사업을 위해 세운 SPC 120곳을 모두 조사해 지금까지 공시가격으로 4000억 원, 시가로 1조 원이 넘는 국내 부동산과 주식, 사업권을 확보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검찰과 예금보험공사는 올 5월 대주주가 불법대출하거나 빼돌린 자금을 추적하는 ‘책임재산환수팀’을 출범시켜 환수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수천억 원이 투자된 인천 효성동 도시개발사업과 전남 신안군 개발사업 등을 추진한 SPC 대표들로부터 사업권에 대한 위임장을 받고 채권과 부동산도 대부분 넘겨받았다. 검찰은 또 부산저축은행의 실질적인 관계사였던 서울신용평가정보 매각대금 154억 원을 되찾았다. 월인석보 등 김민영 부산저축은행장이 소유한 보물급 문화재 18점(시가로 약 20억 원)과 고서화 950여 점도 환수했다.

검찰은 캄보디아 등 해외 건설사업에 5227억 원이 투자된 것과 관련해서도 3500억 원가량(66.9%)을 환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프놈펜 근교 신도시 개발사업이나 공항, 고속도로, 섬 개발을 위해 사들인 용지와 사업권이 대부분 남아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공조를 요청하기 위해 캄보디아 당국을 방문한 뒤 예보 관계자도 수차례 캄보디아를 찾아 부동산 등에 대한 가압류 절차를 밟고 있다. 또 캄코뱅크를 통해 국내외 은행으로 넘어간 예금 210억 원에 대해서도 환수작업에 나섰다.

○ 예금주 피해보상 얼마나 가능할까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5개 은행에 5000만 원 이상을 예금한 법인 및 개인 예금주는 2만7196명. 5000만 원 초과 예금액은 모두 1750억 원이다. 환수 가능한 1조3500억 원의 13% 수준이어서 전액 피해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5000만 원까지는 예보가 보험료로 지급하지만 초과분에 대한 피해보상은 파산배당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예보는 은행 자산을 모두 환수해 매각한 뒤 파산재단을 구성하고 법원은 이렇게 환수한 자산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가리게 된다. 먼저 대주주가 탈루하거나 체납한 세금을 뗀 뒤 5000만 원 이상 예금주와 예보가 각자의 채권비율만큼 환수한 돈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매각 금액이 예상보다 적거나 예보 채권비율이 높아 예금주 배당액이 1750억 원에 못 미치면 예금주에 대한 전액 피해보상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저축은행이 파산했을 때 5000만 원 초과 예금주들은 초과분의 30% 정도만 돌려받았다”며 “전체 환수금액이 크면 클수록 피해보상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측의 권유로 후순위채권을 사들인 예금주 2947명(피해액 1132억 원)은 보상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검찰이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속여 후순위채권을 판 혐의로 대주주들을 추가 기소했기 때문에 민·형사소송을 통해 피해액을 보상받을 길이 열렸다.

○ 수사 마무리 국면에 들어서나

검찰은 책임재산 환수에 관심을 계속 기울이는 한편 개발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 대상도 계속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대검 중수부 폐지와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계속되면서 수사의 활력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수사 기간이 4개월을 넘어가면서 피의자들이 더는 입을 열지 않는 데다 개발사업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어 참고인 소환에 시간이 걸리는 점도 수사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수사의 돌파구가 될 만한 로비스트 박태규 씨의 국내 송환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수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신임 검찰총장의 결단에 달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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