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매콤 시큼 텁텁… 여름 스크린 4색 별미

입력 2011-07-2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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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3’ ‘해리포터’ ‘고지전’ ‘퀵’…. 한 상 가득 비싼 요리들이 올라와 있다. 여름 휴가철이 영화시장의 최고 성수기인 만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거액의 제작비를 들인 국내 영화들도 이때를 노려 물량 공세에 돌입한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여름마다 되풀이되는 이유다. 하지만 성찬에도 불구하고 호러, 코믹, 예술 영화 등 독특한 장르를 선호하는 관객들은 젓가락 갈 데가 없다. 대형 오락 영화보다는 자기만의 입맛을 만족시켜 주는 작품이 절실한 관객들을 위해 이 여름 ‘뜨겁고’ ‘센’ 장르 영화 4편을 한 줄 평 및 별점(★★★★★ 만점)과 함께 소개한다.》

● 코믹한 좀비 영화가 좋아

공상과학(SF), 액션, 코미디 요소를 버무린 ‘에일리언 비키니’(8월 25일 개봉)는 24일 막을 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의 사랑을 독차지한 작품이다. 오영두 감독이 500만 원을 들여 만든 이 영화는 올해 일본 유바리(夕張)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줄거리의 개요는 에일리언이 번식을 위해 남자를 유혹한다는 것. 봉사활동이 취미이자 직업인 바른생활 청년 영건(홍영근)은 어느 날 괴한들에게 습격당한 여인 하모니카(하은정)를 구출해 집으로 데려온다. 영건은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그녀에게 원기 회복을 돕는 십전대보탕과 피부 미용에 좋은 마즙을 권한다. 하루 동안 번식을 해야 하는 에일리언인 하모니카는 다짜고짜 잠자리를 갖자고 유혹하지만, 영건은 결혼 전 순결을 지키겠다고 서약했다며 버틴다. 하모니카는 영건을 대상으로 칠판을 손톱으로 긁기, 콧구멍에 마늘과 생강 짠 물 넣기 등 온갖 고문을 시작한다.


● 더위에는 역시 스릴러

블라인드

청순가련형 외모와 달리 김하늘은 코믹한 연기로 주목받는 배우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이후 ‘그녀를 믿지 마세요’ ‘7급 공무원’ 등 유독 코믹한 배역에서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라인드’(8월 11일 개봉)는 그의 연기를 눈 비비며 다시 보게 한다. 이 영화에서 김하늘은 시각장애인 역할을 안정되게 선보인다. 어느새 고교생이 된 유승호도 아역 이미지에서 벗어난 연기로 눈길을 끈다. 이번이 장편 데뷔작인 안상훈 감독은 신인 감독 같지 않은 연출 솜씨로 괜찮은 스릴러물 하나를 뽑아냈다.
보육원에서 자라 경찰대 학생이 된 수아(김하늘)는 운전하던 차가 사고가 나 동생을 잃는다. 이 후유증으로 시력까지 잃게 된 수아는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어느 비 오는 날 수아는 모범택시를 타고 집에 가던 길에 이 모범택시가 사람을 친 것을 느낀다. 하지만 택시운전사는 개를 쳤다고 하며 수아를 길에 버리고 도망친다.


● 난 소중하니까 예술영화를

‘그을린 사랑’
(21일 개봉)은 한 편의 그리스 신화를 보는 느낌이다. 전쟁의 비극과 그로 인해 파기된 인간사회의 금기를 담은 이 영화는 인간의 잔혹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킨다.

캐나다에 사는 쌍둥이 남매 잔(멜리사 데조르모풀랭)과 시몽(막심 고데트)은 변호사로부터 어머니 나왈 마르완(루브나 아자발)의 유언장을 받는다. 유언장에서 어머니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와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를 찾으라고 말한다. 남매는 어머니의 고향을 찾아 수십 년간 내전이 계속됐던 중동의 한 지역으로 향한다. 남매는 여기서 어머니가 유명한 전사였음을 확인한다. 영화는 남매가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가듯 어머니의 과거를 찾는 과정을 따라간다. 추리 형식을 도입해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압권이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베니스데이즈’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 화끈한 에로로 여름나기

영문학과 교수인 주리(유동숙)는 37세의 골드미스이지만 그 나이 되도록 남자 경험이 없다가 중년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야동’ 한 편을 보고 성에 호기심을 갖는다. 포르노 영화를 만드는 친구 명숙(변지연)을 찾아가 무조건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조르는 주리. 첫 촬영이 시작된 날 그는 가슴에 큰 상처가 있는 남자 배우 별(원태희)을 만난다. 좀처럼 설레는 일이 없었던 주리의 심장은 별을 만난 뒤 콩닥거리기 시작한다.

포르노 촬영을 소재로 한 ‘심장이 뛰네’(28일 개봉)다. 줄거리만 보면 비디오용 에로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저 그런 에로영화라고 넘겨짚었다면 오산이다.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수상했고, 상파울루국제영화제 공식경쟁 부문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여성인 허은희 감독은 여성의 성 의식과 심리를 섬세한 연출로 표현해냈다. 성과 꿈이라는 주제를 교묘하게 맞물려 엮어낸 솜씨가 돋보인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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