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야구인 80% “박찬호 국내복귀땐 한화행 OK!”

입력 2011-07-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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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야구스타 박찬호. 올해 일본 오릭스 유니폼을 입고 부상과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의 거취는 국내 
야구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국내 야구계는 ‘한화 유니폼을 입고 국내무대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하는’ 박찬호의 모습을 
희망하면서도 향후 복귀절차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타진했다.스포츠동아DB

한국이 낳은 불세출의 야구스타 박찬호. 올해 일본 오릭스 유니폼을 입고 부상과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의 거취는 국내 야구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국내 야구계는 ‘한화 유니폼을 입고 국내무대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하는’ 박찬호의 모습을 희망하면서도 향후 복귀절차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타진했다.스포츠동아DB

야구계 파워엘리트 50명 긴급설문 “박찬호 국내 복귀, 어떻게 생각하나”

40명 “신인드래프트 참여시 한화 연고권 인정”
상당수 “1라운드 신인지명권 포기 우선” 주장
7명 “영웅 박찬호, 명예로운 은퇴하라” 주문도
메이저리그에서 동양인 최다승(124승)을 올리며 ‘코리안 특급’으로 명성을 떨쳤던 박찬호(38)는 올해 일본 오릭스에서 뛰고 있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부진과 부상이 이어지면서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더니 최근에는 모 월간지와의 일본 현지 인터뷰를 통해 “내년에는 한국에서 뛰고 싶다. 고국에서 불러주면 당장이라도 달려가겠다”며 “고향팀 한화에서 뛰고 싶다. 제도적인 제약들이 해결된다면 내년부터라도 한국에서 뛸 수 있다”고 밝혀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스포츠동아는 구단별로 5명(프런트 2명·코칭스태프 포함한 선수단 3명),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상일 사무총장과 김인식 규칙위원장을 비롯한 유력 야구인 10명 등 파워엘리트 50인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 박찬호의 국내 복귀를 비롯한 향후 진로에 대해 의견을 묻고 복귀 시 절차를 포함한 제반 문제를 짚어봤다.


○한화 유니폼 입은 박찬호를 보고 싶다!

첫 설문 ‘박찬호는 국내로 복귀해야 하나? 또는 다른 형태(명예로운 은퇴와 일본 잔류, 메이저리그 복귀 등)로 진로를 잡아야 하나?’에 대해 총 응답자 50명 중 32명(64%)이 ‘국내 복귀’를 희망했다. ‘명예로운 은퇴’를 주문한 응답자가 7명(14%)으로 그 뒤를 이었고, 복귀 반대에 방점을 찍은 ‘기타’ 의견과 ‘일본 잔류’ 의견이 각각 4명(8%)과 1명(2%)으로 소수를 점했다. 유보적 입장과 무응답은 모두 합쳐 6명(12%)이었다. 국내 복귀는 선수단(13명)과 프런트(13명), 야구인(6명) 등 응답층 3개 카테고리에서 고르게 지지를 얻었다.

2번째 질문 ‘박찬호가 국내 복귀를 신청했을 경우 한화의 배타적 연고권을 인정해야 하나? 아니면 현행 전면 드래프트 제도에 입각해 제9구단 엔씨소프트를 포함한 전 구단에 동등한 기회를 주어야 하나?’에 대해선 한화의 손을 들어준 응답자가 무려 80%(40명)에 이르렀다. 이 역시 선수단(18명)과 프런트(13명), 야구인(9명)을 가리지 않고 한화 입단에 호의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박찬호의 신인 드래프트 참여 시 한화의 독점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현행 야구규약(제11장 제105조)을 국내 야구계가 존중하고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야구규약을 벗어나 전 구단에 동등한 권리를 부여할 필요성을 제기한 의견은 6명(12%), 기타 의견과 유보·무응답은 나란히 2명(4%)씩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국내 복귀 시 박찬호의 역할을 물은 결과는 선발투수가 27명(54%), 마무리를 포함한 불펜투수가 3명(6%), 기타 의견이 9명(18%), 유보·무응답이 11명(22%)이었다. 기타 의견은 ‘선발이든 불펜이든 보직에 상관없이 능력을 발휘할 것’(5명)과 ‘입단 후 팀 사정에 맞춰 결정할 문제’(3명), ‘어느 보직이든 힘들 것’(1명)으로 갈라졌다.

이번 설문조사의 총 3가지 질문에 대한 응답 결과를 요약하면 대세는 ‘박찬호가 한화에 입단해 국내무대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하는’ 모습이다.


○‘미래의 류현진’ 버리고 ‘레전드’ 택할까?

설문 결과 분석에서 가장 논란의 여지를 남긴 부분은 박찬호가 국내 복귀를 결심했을 경우 입단할 구단이다. 표면적으로는 압도적 다수인 40명이 한화 입단에 동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응답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한화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의 복잡한 속내와 우려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상당수가 ‘야구규약에 명시된 원칙대로’를 주장했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한화가 이해와 협조를 구하면 대승적으로 박찬호의 입단을 수용하겠다. 규약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구단 프런트도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복선이 깔려있다. 야구규약 105조 ③항과 ④항에 입각해 박찬호의 국내 복귀 절차를 따져보면 ‘연고권은 한화에 있으며, 한화는 박찬호와 입단계약을 체결할 경우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포기해야 한다.’ 쟁점 대목은 바로 한화의 신인 1라운드 지명권 포기다. 롯데 배재후 단장은 “한화의 연고권은 인정한다. 다만 내년 드래프트에서 한화가 권리를 일정 부분 양보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넥센 조태룡 단장 역시 ‘룰대로’를 언급하며 “한화가 지명권 한 장을 포기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박찬호는 올해든, 내년이든 한화 입단을 전제로 한 국내 복귀를 시도할 경우 신인 드래프트(매년 9월 5일)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이 경우 한화가 전년도 성적의 역순으로 지명하는 1라운드를 건너뛸 수 있느냐다. 한화는 최근 수년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꼴찌에 그친 까닭에 올해는 전체 1번으로 1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 내년 9월에도 전체 2∼3번이 유력하다. 이런 마당에 국내로 복귀하더라도 1∼2년 정도 활약할 ‘레전드’를 잡기 위해 상대적으로 성공 확률이 높은 ‘떡잎’(잘 하면 류현진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을 포기할 수 있을지에 나머지 구단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었고, 그 같은 입장이 설문 응답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샛길’로 들어오는 경우가 더 걱정스럽다!

박찬호가 국내로 돌아오려고 마음먹었을 때 파장이 가장 큰 시나리오는 따로 있다. 즉, 박찬호의 결심 시기에서 비롯되는 본질적 문제다. 한화의 신인 1라운드 지명권 포기 여부보다 더 폭발력이 강한 사안이다. 일부 설문 응답자들은 이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박찬호는 일본 오릭스 소속이다. 현실적으로 올해 9월(실제로는 8월 25일 실시) 드래프트 참여를 통한 국내 복귀는 여의치 않아 보인다. 내년 9월 드래프트 참여 가능성도 마찬가지다. 트레이드도 아니고 시즌 도중 소속 구단과 계약을 해지하고(또는 방출돼) 국내로 돌아올 가능성은 떨어진다. 현재로선 올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으로 국내 복귀를 추진하는 편이 설득력이 높다.

그러나 과거 국내 구단으로부터 지명 받은 적이 없는 박찬호는 반드시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야 하는 신분적 제약을 안고 있다. 따라서 현행 야구규약 상으로는 올 시즌 후 오릭스와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박찬호는 내년 9월까지 기다려야 국내 입성이 가능하다. 박찬호로서도, 연고권을 지닌 한화로서도 KBO와 타 구단들에 ‘선처’를 호소해야 된다. 입장을 바꿔서 보면 KBO와 타 구단들은 박찬호와 한화에 ‘특혜’를 베풀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일부 다른 구단들은 “(시즌 종료 후) 박찬호와 한화를 위한 특별법(특별지명)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이번 설문 응답을 통해 일찌감치 못 박았다. 향후 박찬호와 한화가 실제로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웅은 영웅으로 남아야 한다!

박찬호의 국내 복귀를 원하는 다수 의견과 상반되게 ‘명예로운 은퇴’를 주문한 응답자들의 의견도 귀담을 만했다.

양상문 전 롯데 감독은 “한국야구 최고의 영웅 아닌가. 한국에서 뛰었다가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그동안 쌓아올린 명성이 자칫 퇴색될 위험도 있다. 이 상태에서 물러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꼭 선수가 아니더라도 한국야구에 기여할 방법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또 약간은 다른 의견이지만 삼성 류중일 감독 역시 “일본에서 명예를 회복한 뒤 돌아오면 좋을 것 같다 설”며 명예 회복을 강조했다.

부진과 부상의 여파로 1군보다는 2군에 머문 시간이 많았던 박찬호가 영웅의 이미지를 더 이상은 훼손시키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얘기들이다.

정재우 기자 (트위터 @jace2020)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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