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손 가운데 젊은이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 그리고 시대에 대한 저항을 노래하며 위로의 손길을 건넨 이가 있었다. 빅토르 최(사진). 1990년 오늘, 그가 여름 휴가차 발틱해 인근으로 낚시를 갔다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로 숨졌다.
빅토르 최는 1930년대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전기기사 한국계 아버지와 러시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1962년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음악에 심취한 그는 1984년 밴드 키노를 결성해 1986년 첫 앨범을 내놓은 후 ‘전설’과 ‘우리는 변화를 기다린다’ ‘혈액형’ ‘태양이라는 이름의 별’ 등으로 인기를 모았다. 낮엔 기능공으로 일하며 밤에는 당국의 눈을 피해 무대에 선 빅토르 최는 자유와 저항의 정신은 음울하지만 강렬한 음악으로 펼쳐내며 ‘페레스트로이카’ 시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한국에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이 때였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모스크바의 젊음의 거리 아르바트가에는 매일 1000∼2000명이 촛불을 밝히며 추모의 행렬을 이뤘다. 추모의 벽도 세워져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찾아와 그의 노래와 정신을 기리고 있고 빅토르 최는 ‘20세기 위대한 러시아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