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양정민 “뿌리치지 못했던 검은 유혹…눈물이”

입력 2011-08-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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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관련 자필 편지

승부조작 양정민 ‘구치소에서 띄운 편지’

‘해선 안 될 일’
유혹에 넘어갔습니다

꿈도 믿음도 잃고
사람까지 다 잃었습니다
후회하고 또 후회합니다
K리그 승부조작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된 양정민(25·전 대전시티즌·사진)이 지인에게 보낸 자필 편지를 스포츠동아가 단독 입수했다.

양정민은 파란색 볼펜으로 쓴 이 편지에서 “‘해선 안 될’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유혹에 넘어간 잘못은 백 번 천 번 죽어도 마땅하다”며 참회를 했다.

승부조작과 관련한 혐의로 5월27일부터 창원교도소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양정민은 19일 창원지법에서 진행된 승부조작 공판에서 모든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올 4월 K리그 컵 대회 대전-포항 전 때 승부조작에 가담하고 검은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작년 7월과 9월 대전-전북, 대전-전남 전 때도 불법 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 건이 추가된 상태.

프로연맹은 6월 상벌위원회를 열고 양정민의 선수 자격을 영구 박탈했다.

양정민의 아버지 양성대(56·운수업) 씨는 “아들이 깊이 반성하고 있다. 가족들은 하루하루 너무 고통스럽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지만 모쪼록 만회할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남장현 기자 (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 양정민 편지 요약

○○님, 죄송하다는 말부터 해야겠네요. 우리 동료들이 땀 흘려 일궈놓은 팀을 이렇게 무너뜨려 죄송합니다.

직접 무릎을 꿇고 할 일을 편지로 대신하는 것 양해해 주세요. 어떻게 죄를 갚을 지 앞이 막막합니다.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해 죽고 싶은 심경입니다. 여기(구치소)에서 가장 힘든 건 절 믿어준 분들께 실망을 끼쳤다는 생각입니다.

많이 울고 반성도 많이 했지만 너무 힘드네요. 살면서 이런 곳은 처음 왔습니다. 하늘이 무너진 것 같고, 세상이 참 원망스러웠습니다. 그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이번 일로 모든 게 무너졌습니다. 꿈도 잃었고, 믿음도 잃었고, 사람들까지 다 잃었습니다. 꿈이 없다는 게 이렇게 슬픈 줄 몰랐어요. 사람은 희망을 갖고 산다는데 제 현실에서의 희망은 버려야 할 꿈입니다.(중략)

늦었다는 걸 알지만 후회를 많이 합니다. 프로 선수로 뛰며 상처도 컸습니다.

축구에 대한 실망도 많았고요. 프로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고, 이겨내야 하는 건데 전 제대로 된 프로가 아니었어요. 축구를 할 수 있는 정신과 몸이 아니었습니다. 제 잘못에 대한 변명으로 생각해 주세요. 그간 너무 감사했습니다.

지금도 많이 힘든 2군 선수들이 많은데, 그들이 이런 일에 희생되지 않도록 많은 관심을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새로운 인생이 기다리고 있으니 열심히 살게요. 죄송하고, 늘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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