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각장애학교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도가니’. 다들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을 용기있게 스크린에 옮겨 사회적인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제공 |삼거리픽쳐스
공유, 선물로 받은 실화소설 영화화
성추행 장면은 카메라 각도 트릭
덩치 작은 성인 대역배우도 기용
22일 개봉 이후 27일 현재까지 6일 동안 120만여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도가니’(감독 황동혁·제작 삼거리픽쳐스).
영화는 2005년 광주 인화학교 청각장애 학생들에 대한 교장을 비롯해 일부 교직원들의 성폭행 사건이라는 끔찍하지만, 미처 챙겨보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포털 사이트 등에서 가해자들에 대한 사건을 재조사하라며 요구하고 나섰다. 영화의 반향이 커지면서 교육 당국과 경찰도 추가 조사에 나섰다.
공지영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도가니’는 관객에게 공개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투자도 힘겨웠고 피해자의 상처를 오히려 덧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컸다. ‘도가니’가 지금같은 큰 반향을 일으키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상병’ 공유의 진급 선물에서 시작된 영화
‘도가니’의 주연 공유는 연기에 그치지 않고 영화의 탄생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군 복무 시절 공유는 병장으로 진급하며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를 선물받았다. 평소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그는 무심히 첫 페이지를 열었다가 밤새 단숨에 읽었다.
공유는 “직업만 배우일 뿐 나도 똑같은 사람인데 소설을 읽고 먹먹해져 가슴이 쿵쾅거렸다”며 “허락된다면 이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반드시 영화로 만들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제대 후 첫 출연작이 ‘도가니’가 되기를 원했지만 준비가 길어져 ‘김종욱 찾기’부터 찍었다. 공유는 그 와중에도 “‘도가니’를 잊지 않고 가슴에 안고 있었다”고 했다. ‘도가니’ 제작이 시작된 후에는 “내가 간절히 원해 만들어진 영화니까 어느 때보다 큰 책임감에 불안하고 부담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이번 작품에 임했던 남다른 각오를 토로했다.
● ‘성폭행’ 묘사, 아역배우의 상처는?
‘도가니’는 ‘불편한 진실’을 그린 만큼 관람하기 쉽지 않은 영화다. 아역배우들을 등장시킨 성폭행 묘사 장면이 대표적인 ‘불편함’이다. 아이들에 대한 잔인한 폭행을 넘어 벌거벗은 아이의 몸을 더듬고 추행하는 장면은 이를 연기한 아역배우들에 대한 안쓰러움을 자아낼 수도 있다. 또 아역들이 이런 장면을 찍을 때 받았을 정신적 상처와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세심한 배려에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부모들에게 실제 사건과 영화의 줄거리, 캐릭터를 세밀히 설명했고, 촬영도 부모 입회 아래 진행했다. 특히 일부 장면은 일종의 ‘촬영 트릭’을 이용했다. 카메라 각도에 변화를 주어 장면이 주는 메시지는 극대화하지만 배우들은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기법을 썼다. 성추행 등 불가피한 장면은 덩치가 작은 성인 대역배우를 나섰다.
● 투자? 어림없었다
연출자 황동혁 감독은 “큰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알지 못 하는 곳에서 이런 잔인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분노든, 연민이든, 죄책감이든 뭔가 느낄 수 있는 영화로 남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쩌면 소박하기만 했던 기획 및 제작 의도는 투자자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화의 한 관계자는 “상업영화로는 지나치게 무겁고 불편한 이야기로 비쳤던 게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메이저급 투자사들로부터 연거푸 투자를 거절당했다.
결국 CJ E&M 영화부문이 내부 논란을 거쳐 1년 전 투자를 결정해 제작에 돌입할 수 있었다. 영화의 또 다른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지만 사건 자체는 여전히 사회적으로 해결되지 않았고 이를 영화로 알린다면 사회적 울림이 크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었다”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