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서울대 그룹사운드 샌드페블즈 1기 출신
●배경음악 루머-기타연주 표절 파문 "억울해"
●장기하 잇는 홍대출신 슈퍼스타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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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퀸, 아버지는 도어즈나 애니멀즈의 음악을 들려주셨다. 어릴 때부터 밴드 음악은 내 삶이었다.” 밴드 톡식.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본능을 자극하는 음악을 한다. 원초적인 음악이다.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라 음악을 알고 한다."
음악인생 20년의 베테랑 뮤지션 유영석이 2인조 밴드 '톡식(Toxic·김정우-김슬옹)'에게 바친 헌사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 속, 마이너한 장르 록 밴드. 8강 생방송 시청률 3.4%. 하지만 그런 KBS 밴드서바이벌 '톱밴드'에서 '톡식'이라는 스타가 태어났다. 흰 피부에 선이 가는 얼굴, 그리고 연주에 몰입했을 때 나오는 취한 듯한 표정에 반한 여성 팬도 많다. 어느덧 팬클럽 회원수는 3400명을 넘어섰다.
26일, 홍익대학교 앞 톡식의 연습실 근처 까페에서 이들을 만났다. 톡식의 연습실은 '이 곳이 홍대 앞 맞나' 싶을 만큼 조용하고 한적한 골목길에 있다.
"너무나 큰 시작이고 은인이죠. 저희한테 맞는 옷, 예쁜 옷이라고 생각해요."(김정우)
"방송에서 저희를 보여드릴 기회가 최대 3번밖에 남지 않은 게 너무 안타까워요. 아직 보여드릴 게 많은데."(김슬옹)
밝게 웃는 김정우(25)와 달리, 김슬옹(20)은 최근 감기 등으로 몸이 좋지 않아 수척했다.
톡식은 "요즘 거리에서도 많이 알아보겠다"라는 인사에 "평소에는 어디 나가질 않아서요"라고 수줍게 답했다. 하지만 까페에 있던 손님들은 벌써 "톡식이야, 톡식", "인터뷰 하나봐"라며 수군댔다.
"모두가 같이 올라갈 수 있게, 한 마음으로 함께 하는 분위기…저는 그런 걸 꿈꿔요. 저희가 '인디밴드는 꽉 막혀있다', '자기 음악밖에 모른다' 그런 반감 같은 걸 없애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김슬옹)
▶2인조 밴드, 톡식의 매력…연주 표절 파문 억울해
록밴드는 베이스기타와 드럼이 리듬을 잡고, 전자 기타가 멜로디를 연주하는 3인 구성이 기본이다. 다양한 느낌을 주기 위해 건반(키보드), 두 번째 전자 기타, 전문 보컬 등이 추가된다.
그런데 톡식의 멤버는 두 명 뿐이다. 톱밴드의 코치나 심사위원들은 톡식에게 "베이스기타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나(유영석)", "베이스와 함께 하는 톡식은 어떨지 궁금하다(한상원)" 등 멤버 보강에 대해 질문했다. 하지만 "우리의 매력은 2인조"라는 게 톡식의 입장이다.
"집착하는 게 아니라 2인 구성이 저희와 잘 맞아요. 오케스트라는 여러 악기의 앙상블이잖아요. 대신 저희는 2명이 연주하니까 개성이 더 분명히 드러나죠. 멜로디 전달도 좀더 수월하고, 두 사람 모두 가수라면 몰라도 밴드의 보컬로는 충분하고요."(김정우)
그럼에도 톡식이 풍부한 사운드를 낼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장비 덕분이다. 두 사람은 연주 중에 쉴 틈 없이 움직인다. 기타 소리의 음역대를 낮춰주는 '옥타버'와 손으로 긁어 소리를 내는 카오스 패드, 앰프 3개까지 사용하는 장비의 종류도 다양하다.
"공연할 때 보면 장비가 너무 많다보니 세팅하는 도중에 공연 콘티를 잊어버리기도 해요. 공연 사고가 날 때도 있고요. 그 의외성이 밴드의 매력 아니겠어요?"(김슬옹)
"둘이서 5인조 밴드 분량의 악기를 들고 다니죠. 너무 힘들어요. 어디 들어줄 사람 없나? 기타가 진짜 무겁죠. 무대하고 내려오면 어깨가 아파요."(김정우)
김정우는 과거 'At a time'이라는 밴드로 데뷔하려다 무산된 바 있다. '11분'을 타이틀곡으로 한 앨범도 준비하던 상황에서 데뷔 콘서트 3일전 드러머가 갑작스럽게 군에 입대했기 때문. 현재의 기타 연주는 당시와는 많이 다르다.
"당시는 베이스가 있었고 지금은 없으니까요. 스타일은 똑같은데 연주방법이 달라졌을 뿐이에요. 그 때도 저고, 지금도 저예요. 그 노래는 아깝지만 못 쓰는 거죠. 저희 밴드 노래가 아니니까."(김정우)
개성 넘치는 밴드들이 가득한 '톱밴드'에서도 톡식은 '튀는' 존재다. 그러다 보니 반발도 만만찮다. '배경음악을 켜놓고 한다', '기타 연주를 표절한다' 등 악의에 찬 소문들이 따라붙은 것. 톡식은 "이런 이야기 한 번도 한 적 없는데…"라며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억울하고 서운했다'고 밝혔다.
"'나 어떡해' 기타 연주는 제가 만든 거예요.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산울림 노래를 화이트 스트라입스 느낌으로 연주한 거고요. 뉘앙스만 비슷하다고 다 표절인가요? 칙 코리아 같은 피아니스트는 자작곡에 아랑페즈 협주곡을 넣기도 하는데… 관심을 많이 받는구나, 하고 좋게 생각하려고 해요. 변명보다는 음악으로 말씀드려야죠."(김정우)
톱밴드에서 톡식을 지도하고 있는 정원영 밴드의 음악은 본래 톡식만큼 하드하지 않다. 하지만 두 청년은 정원영 교수에게 '빠졌다'.
"정원영 선생님은 '이렇게 바꿔'가 아니라 '이렇게 해보자'라고 하시는 분이에요. 1차, 2차 예선 때 모두 심사를 보셨는데, 저희를 정말 좋아하고 걱정해주신다고 느꼈어요. 일찌감치 정원영 선생님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죠."(김정우)
김정우는 "다들 록밴드라면 록만 들을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집에는 팻 메스니(미국 재즈 기타리스트)의 음반이 가장 많다"며 "싫어하는 장르는 없다. 발라드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뷰 도중 울린 김정우의 핸드폰 벨소리는 영국 밴드 뮤즈의 노래였다. 이에 김정우는 "가장 존경하는 밴드는 뮤즈와 산울림"이라고 덧붙였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음악'을 하기 때문이란다.
“산울림처럼 ‘해석의 여지가 많은 음악’을 하고 싶다.” 밴드 톡식,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아이돌 밴드? 아이돌에게 미안한 소리
톡식에겐 '꽃미남 2인조', '아이돌 밴드'라는 호칭이 따라다닌다. 외모에 대한 칭찬일 수도 있지만, '외모 덕'이라는 불편한 뜻일 수도 있다.
"사실 아이돌 음악은 잘 몰라요. 그런데 저희 보고 아이돌 밴드라고 하시면 진짜 아이돌한테 죄송해요. 그 분들 하루에 열 몇 시간씩 연습하고 이런 거 보면 상상을 초월하거든요."(김정우)
톡식은 '톱밴드' 방송 초기 '편곡은 잘하지만 자작곡이 없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얼마 후 '잠시라도 그대', '인투 더 나잇(into the night)', '겟 아웃(get out)' 등 몇몇 자작곡들이 공개되자 이번에는 '가사가 유치하다'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가사가 꼭 철학적일 필요는 없잖아요? 권지용씨(지드래곤)의 '나도 어디선 꿀리진 않아' 이런 표현 정말 대단하잖아요. 산울림, 10cm, 권지용 씨처럼 쉬우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가사가 좋은 것 같아요."(김정우)
톡식에게 유명 기획사가 접촉중이라는 소문은 꾸준하다. 얼마 전에는 YG의 양현석 사장이 직접 전화했다는 말도 나왔다. YG와 톡식은 이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톡식은 "권지용씨를 좋아하는 것과 기획사는 별개"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이승열 콘서트 후반부에 이름이 등장한 것 역시 해당 기획사와 친하게 지내면서 도와줬을 뿐이라는 것.
"좋게 봐주시는 건 감사한데 정식으로 연락받은 건 전혀 없어요. 축하 전화 하시는 분도 계셔서 당황스러워요. 톱밴드 끝나고 저희에게 잘 맞는 곳을 생각해보려고요."(김정우)
"저희도 앨범은 내야죠. 그런데 저는 지금이 좋아요. 클럽에서 공연하고 나와서 맥주 마시고 음악 들으면서 춤추고 재밌잖아요. 공연 오셔서 '톡식이다' 이런 것보다는 저희랑 같이 놀러 오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같이 디스코도 추고, 추임새도 넣고. 저희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관객들도 달라지더군요."(김슬옹)
▶'나 어떡해' 그리고 톡식
"나 어떡해, 너 갑자기 가버리면! 나 어떡해, 너를 잃고 살아갈까."
익숙한 가사. 하지만 정겨운 멜로디 대신 강렬한 전자음악에 쇳소리 섞인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톡식'은 지난 10일 브로큰발렌타인과의 '톱밴드' 16강전에서 부른 '나 어떡해'로 주요 포털 검색어를 장식했다.
"6-70년대의 하드록 감성, 2000년대의 트렌디함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인트로는 하드록으로 가다가 기타가 솔로를 치고 다이내믹한 분위기로 바뀌도록 편곡했어요. 리듬 자체는 80년대 디스코고요."(김정우)
김정우의 아버지는 샌드페블즈 1기로, '나 어떡해'를 부른 멤버들의 선배다. 그는 지금도 어린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친다. 덕분에 김정우는 어릴 때부터 이미 밴드 음악에 젖어있었다. '나 어떡해' 공연은 아버지의 후배들에 대한 오마주인 셈. 화려한 연주가 돋보이는 '나 어떡해' 톡식 버전은 정식 음원으로 발매됐다.
최근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중 '편곡'이 중시되는 프로그램으로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꼽힌다. 출연자들이 과거의 명곡을 특유의 스타일로 살리거나, 혹은 기존 이미지와 다른 변신을 꾀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이다.
그런데 '나가수'보다 편곡이 더 중요한 프로그램이 바로 '톱밴드'다. '톱밴드'에서는 보컬의 노래도 연주의 일종일 뿐, 편곡이 더 중요하다. 8강 진출팀 중에는 '제이파워'처럼 보컬 없이 연주자들로만 구성된 밴드도 있다. '톱밴드'는 '단판토너먼트'라는 점에서 '나가수'보다 더 가혹하다.
"긴장 상태를 유지하다가 그 긴장이 확 풀리고 다시 긴장하고 또 풀리고…힘들죠. 요즘은 사실 체력 관리를 못해요. 잠이라도 많이 자고 해야하는데. 슬옹이 보세요. 너무 힘드니까 이렇게 아프고. 진짜 슬옹이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너무 고생하는 게…"(김정우)
"같이 고생하는데…"(김슬옹)
톡식은 '톱밴드'에서 정원영밴드의 지도 아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산울림)', '호텔 캘리포니아(이글스)' 등 동서양 록의 고전들을 자유롭게 변주해왔다.
"아버지는 애니멀스나 C.C.R, 도어즈를 좋아하셨어요. 어머니는 주로 퀸을 들려주셨죠. '기타를 쳐야겠다'라고 마음먹은 건 퀸의 92년 웸블리 라이브 영상을 봤을 때에요. 그런 무대에 서보는 게 평생 꿈이죠."(김정우)
샌드페블즈는 서울대 그룹 사운드다. 하지만 김정우의 아버지는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김정우가 음악의 길을 선택하자 가장 기뻐한 사람이었다.
"'나 어떡해'를 처음 들려드렸을 때, '인트로 좋다' 딱 한 마디 하셨어요. 제게 한 번도 뭔가 강요하신 적이 없어요. 예의를 안 지킨다고 혼난 적은 있어도 공부 안 한다고 꾸중들은 적은 없어요. 따로 통금시간은 없었는데, 딱히 밖에서 할 게 없어서…."(김정우)
김정우는 초등학교 때 피아노로 예술중학교 진학을 꿈꿨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터지면서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음악을 잊지 못하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기타를 잡았다. 지금도 작곡은 피아노로 한다. 김슬옹도 본격적으로 음악의 길에 들어선 것은 중학교 때. 두 사람이 알고 지낸지는 6년이 넘었지만 톡식을 결성한 것은 약 1년 전이다.
"예전에는 각자 밴드가 있었기 때문에 같이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없었어요. 둘 다 밴드가 깨지면서 같이 하게 됐죠. 밴드라는 게, 연주만 잘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죠."(김정우)
▶준비된 스타, '인디밴드' 톡식
톡식의 외모적 특징은 짙은 아이라인과 가녀린 선이다. 외모를 꾸미는 능력은 서로 인정한다.
"중성적인 느낌은 사실 저희 의도예요. 데이비드 보위나 티렉스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퀸도 그렇고."
방송에 출연했을 때보다 공연할 때의 표정이 더욱 인상적이고 매력 있다는 평이다.
"방송은 카메라 앵글이 있기 때문에, 움직임이 아무래도 정적이에요. 보이는 앵글의 제한이 있고, 그 안에서 뭔가를 해야 되는 거잖아요? 사실 흥분하면 제어가 잘 안되긴 해요."
김정우와 김슬옹은 5살 차이다. 20대인 두 사람으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 차이. 하지만 두 사람은 형과 동생이라기보다는 '음악적 동료'다.
"제가 슬옹군을 동생으로 바라보지 않아요. 슬옹군도 저를 형으로서 대하지 않아요. 음악적인 부분에서 충돌이 필요할 때는 얼마든지 저한테 이야기해요. 그렇게 맞춰가지 않으면 밴드를 할 수가 없어요. 둘이기 때문에."
둘 다 보컬임에도 불구하고 드러머인 김슬옹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방송에서 잘 들리지 않는다. 김슬옹은 이 때문에 억울하다고 했다.
"드러머 아닌 분들은 몰라요. 뒤에서 드럼만 치고 사진 찍혀도 보컬만 찍히고 내 마이크 소리는 작아지는 이런 기분… 남궁연 선생님께서 '나는 드럼 바깥으로 끄집어낼 거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방송에서야 테크닉을 많이 보여야 하니까 안전하게 가야죠. 진짜 공연 오시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한 인디기획사 관계자는 "톡식은 장기하의 뒤를 잇는 홍대가 낳은 슈퍼스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신성의 탄생
"신성의 탄생"(김종서), "왜 이런 천재들의 음반이 아직 나오지 않았나(김종진)"라는 찬사가 톡식을 향한다.
톡식은 오는 10월 1일, 투스테이(2stay)와 생방송으로 펼쳐지는 8강전을 치른다. 톡식은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는 획기적인 변신을 보여드릴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글·사진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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