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의뢰인’ 하정우, 연관검색어 ‘머리 크기’에 대해 묻자…

입력 2011-09-30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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땟국 흐르던 조선족 남자가 ‘훈남 변호사’로 돌아왔다. 영화 ‘의뢰인’에서 하정우는 승률 99%의 스타 변호사 강성희 역을 맡아 시체 없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변호하게 된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항상 말끔한 정장 차림에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하지만, 일만큼은 완벽한 변호사. '굿와이프'의 윌, '슈츠'의 하비 등 미국 드라마 속 매력남들이 그렇다. 29일 개봉하는 영화 '의뢰인(감독 손영성)'에서 배우 하정우(33)가 연기한 강성희도 이들을 꽤 닮았다.

강성희는 승률 99%의 스타 변호사. 어느 날 시체 없는 살인 사건의 용의자 한철민(장혁)을 변호하면서 담당 검사 안민호(박희순)와 치열한 공방을 벌이게 된다.

전작 '황해(감독 나홍진)'에서 땟국 줄줄 흐르던 구남으로 분했던 하정우는 이번에 '차가운 도시 남자'가 됐다. 깔끔한 외양이 고현정의 연하남으로 출연했던 드라마 '히트'(MBC, 2007)의 '완소김검' 김재윤 검사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강성희는 훨씬 노련하고, 더 뻔뻔하다. 그리고 사이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성장한 하정우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오랜만에 '엄친아' 캐릭터로 돌아간 하정우

"죄송한데… 담배 한 개비 피울 게요."

몸이 안 좋다면서 하정우는 손에서 담배를 떼지 못했다. '언 발에 오줌 누기'란다. 그럴 만도 했다. 그는 지난해 '황해' 이후 쉴 틈 없이 달려왔다. 뒤이어 '의뢰인', '범죄와의 전쟁(감독 윤종빈)'을 찍고, 현재 '러브 픽션(감독 전계수)'을 촬영 중이다. 5월엔 칸영화제를 다녀왔다. 그간 보지 못한 새치도 생겼다.

-이번에 연기한 강성희 변호사는 사법 연수원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검사 출신이지만 자유분방한 면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공부도 잘하고 놀 줄도 아는 '엄친아'입니다.

"관객이 관심을 가지고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어요. '법정 스릴러'란 장르가 한국에선 낯설기도 하니까, 관객을 영화 후반부 법정 장면까지 끌어갈 사람이 있어야겠다 싶었죠. 그래서 강성희를 경쾌하게 띄웠어요. (박)희순 형과 (장)혁이 형이 스토리에 밀착해 긴장감을 높여줬다면, 전 환기 시키는 역할을 했어요. 형들과 해서 든든했어요. 또 감독님이 세 사람을 잘 조율해 주셨고요."

연기자 하정우.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손 감독이 '하정우표' 강 변호사를 만들 수 있는 여지를 줬나요?

"네. 처음 강성희는 밋밋했어요. 그게 이 작품을 택한 이유이기도 해요. 제가 색을 칠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까요. 감독님과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한 동작이나 대사들을 고민했어요. 원래 시나리오에선 한철민이 '변호사님, 절 믿으세요?'라고 물으면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닙니다'라고 답해요. 하지만 '전 웬만하면 다 믿어요'로 조금 가볍게 바꿨죠."

-브로커 역의 성동일을 직접 캐스팅하기도 했습니다.

"맞아요.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까 (성)동일이 형이 떠올랐어요. 영화 속 전형적인 요소들이 있어, 캐릭터가 주는 재미가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같이 '국가대표'도 했고, 혁이 형이랑 '추노'도 해서 더 캐스팅이 쉬웠어요. 대본 보내고 연락하니까 '어, 알았어'라고 했어요."

- 직접 법조인들을 만나기도 했나요.

"변호사 한 분, 판사 두 분을 만났어요. 시체 없는 살인 사건에 대한 판례를 들었죠. 시나리오의 설정을 현장에 있는 분들을 통해 들으니 새로웠어요. '시체 없는 살인사건 말이지?'라고 반응하는 모습 자체로 현실감이 느껴졌죠. 실제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 "진짜 범인은 하정우다" 우스개도

- 연쇄살인범 '4885' 지영민('추격자', 감독 나홍진, 2008) 이미지가 아직 대중들에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의뢰인'에서도 "진짜 범인은 하정우다"란 우스갯소리도 있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렇게 캐릭터 반전으로 의아함을 준다면, 그것 자체가 재미 아닐까요? 지영민 패러디물은 저도 봤어요. 진~짜 웃겼어요."

-'의뢰인'을 시리즈물이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 변호사와 브로커, 안 검사 등은 그대로 가고. 그만큼 인물들이 매력 있었습니다. 혹시 편집된 장면 중에 캐릭터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준 것이 있나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있다'를 외쳤다) 왜 검사를 그만뒀는지 브로커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대로 설명해드릴게요. 베트남 신부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심문하는데, 용의자는 절대 죽이지 않았다고 계속 부인해요. 갑자기 너무 피곤해진 거예요. 그래서 강성희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데, 용의자가 갑자기 자살해요. 징계위원회에도 회부되고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슷한 사건을 다시 맡게 되고, 그 순간 호흡 곤란으로 정신을 잃어요. 눈 뜨면 의사가 제 손을 잡으며 공황장애라고 하고요. ('공황장애'가 유행이냐고 물었다) 2분 30초 분량이지만, 많은 걸 설명해요. 하지만 대신 제가 아이디어 낸 다른 장면이 들어갔어요."

손영성 감독과 출연진(하정우, 박희순, 장혁)이 술자리에선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고 묻자 하정우는 “시시콜콜한 잡담으로 시작해 결국 작품 이야기를 하다 피 튀기며 끝난다”고 답했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추격자', '국가대표(감독 김용화, 2009)' 등 흥행작 대부분이 남자배우와 호흡을 맞춘 작품입니다.

"글쎄요. 요즘 '공블리'랑 '러브 픽션'을 찍고 있어요. 저도 공효진 씨를 '공블리'라고 불러요. 하하. 작품을 쫓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들어오는 시나리오 비율은 6대 4 아니, 6.5대 3.5?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어요. 마틴 스콜세지 감독, 로버트 드니로를 좋아해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보고 자라면서 배우의 꿈을 키우게 했던 인물들이죠. 은연중에 영향 받은 것 같아요."

-2007년 이후 필모그래피를 보면 주연 작품만 10개입니다. 우정 출연도 합치면 훨씬 많고요. 게다가 어느 정도 완성도 있는 작품들입니다.

"다작은 집안 내력 같아요. 아버지(김용건)는 25년째고요. 근데 왜 다들 저에게만 물어보시는지…. (웃음) 크게 버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다작이 민폐도 아니잖아요. '러브 픽션'을 마무리하면 좀 쉴 거예요. 이건 확실합니다."

▶ 전도연 누나, 영화도 잘되길~

-'국토대장정'도 하지 않나요. (올해 5월에 열린 4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하정우는 영화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 시상자로 나서 결과 발표 전 "지난해 상을 받았기 때문에 올해는 힘들 것 같다. 수상하면 그 트로피를 들고 국토대장정에 오르겠다"며 선언했다. 하지만 곧 "수상자 하정우"라며 자신의 이름을 호명했다.)

"그것도 휴식의 일부예요. 지인 15명과 함께 11월 둘째 주 출발하기로 했어요. FC하정우 팀도 있고, 선후배들도 있어요. 모두 배우예요. 충분히 걸으면서 깨달음의 시간을 만들고 싶어요. 참여자 모두 작가고 이야기꾼이 돼,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을 예정이고요. 많은 이들과 나눌만한 것이 있으면 나누고, 없으면 우리끼리 CD 나눠 가지고…. 사실 작은 공약이었는데, 규모가 커졌어요. 그러다 보니 자꾸 의미를 찾고…."

-'피에로' 등 개인전을 세 번 연 화가이기도 합니다. 촬영하느라 바쁠 것 같은데 언제 그리나요.

"오늘도 6시간 잤어요. (보통 직장인의 수면시간이지만, 하정우에겐 바쁘다는 뜻이었다) 아침에 실수로 일찍 일어나면 그릴 때도 있고…. 대중없어요. 에이전시도 있고, 작품이 팔리기도 해요. 천만 원에 팔린다고 놀라는 분도 계시는데 그건 정말 사이즈가 큰 그림이에요. 돈의 액수보다 '하나의 업'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이 중요하죠. 물론 배우의 삶을 잘 지탱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거고요. 배우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가족 중에서 그림에 재능 있는 사람이 있었나요.

"증조할아버지 위로는 뵌 적이 없어서…. 아버지의 패션 감각이라든지, 인테리어 감각을 봤을 땐 남다른 것 같아요. 아주 오래전부터 그림 수집도 하셨고. 그런 부분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지난 작품 '멋진 하루(감독 이윤기, 2008)'에서 연인이었던 전도연과 라이벌이 됐습니다. ('의뢰인'과 전도연이 주연한 '카운트다운'의 개봉일이 같다) 전도연에게 한마디.

"(잠시 머뭇거리더니) 누나, 영화 잘되길 바라. ('의뢰인'은? 하고 묻자) 물론 잘 돼야죠."

마지막으로 '물어볼까 말까' 고민한 질문을 조심스레 던졌다. 팬들이 붙여준, 머리 크기와 관련된 별명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물었다. 그는 싱겁다는 듯 "뭔 상관이에요"라고 웃었다. 철저한 프로의식과 '쿨'한 스타일. '느낌 있는' 두 남자 하정우와 강성희의 공통분모였다.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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