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천커신 감독 ‘무협’

입력 2011-11-1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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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깨달음 담긴
옛 홍콩영화의 부활

뉴 제공

한때 홍콩 영화는 한국 영화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우위썬(吳宇森), 쉬커(徐克),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의 영화들은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홍콩 영화는 고만고만한, 비슷한 영화들을 쏟아내며 한국 관객에게서 외면 받기 시작했고 이제 관객은 홍콩 영화에서 신선함을 발견하려는 기대를 접은 듯하다.

17일 개봉하는 천커신(陳可辛) 감독의 신작 ‘무협’은 표현법과 스토리 모두 요즘의 홍콩 영화답지 않다는 호평을 받는다. 시골로 숨어든 무림의 고수 류진시(전쯔단·甄子丹)는 과거를 숨기고 안빈낙도의 삶을 즐기려 한다. 하지만 집에 도적 떼가 들이닥치자 그들을 살해하면서 무술 실력이 드러난다. 그를 의심하는 수사관 쉬바이주(진청우·金城武)는 류진시의 과거를 캐기 위해 혈안이 되고, 정당방위인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수사관과 무림 고수의 신경전이 급박하게 전개된다. 탕웨이(湯唯)는 류진시의 아내 역을 맡았다.

영화에는 미국 드라마 ‘CSI’에서 봐왔던 현란한 수사기법이 등장한다. 쉬바이주는 사건 현장에서 증거들을 수집해 이 사건이 무림의 고수만이 저지를 수 있는 일임을 밝혀낸다. ‘첨밀밀’(1996년)의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로 한국 관객을 사로잡았던 천커신 감독이 이런 연출을 선보이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류진시가 범죄로 가득한 무림의 세계를 벗어나 갱생의 의지를 보이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그는 자신에게 무술을 가르쳐 극악한 살인마로 만든 아버지와의 관계를 단절하려는 뜻에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한다. 생물학적 근원을 따르는 것을 거부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려는 그의 모습에서는 철학적 깨달음마저 느껴진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은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15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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