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를 환영하기 위해 부산까지 찾아온 오릭스 오카다 요시노부 감독(왼쪽)이 오릭스 유니폼을 입은 이대호에게 모자를 직접 씌워주고 있다. 부산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2년 안에 일본 최고타자에 오르겠다”
오릭스 최초 제안 ‘3년 150억원’ 거절
확정금액만 105억…파격 조건 입단
오카다 감독 부산 입단식 이례적 참석
일본에 진출하는 메이저리거 출신들도 쉽게 받지 못하는 거액이다. “받을 건 다 받고 가겠다”는 말은 결코 허튼 것이 아니었고, ‘대한민국 4번 타자’의 자존심은 결국 ‘상상을 초월하는 역대 최고 조건’으로 이어졌다. 일본에서도 ‘최고 타자가 되겠다’는 빅보이 이대호(29)의 오릭스 계약 조건이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좋은 ‘2년간 총액 7억6000만엔’인 것으로 공식 발표됐다. 더구나 스포츠동아의 취재 결과 이대호는 안정적인 ‘3년간 총액 10억엔’이라는 조건도 뿌리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호는 6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오릭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과 무라야마 요시오 본부장(단장)이 참석한 가운데 입단 기념 기자회견을 갖고 ‘오릭스맨’으로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계약금 2억엔+연봉 2억5000만엔+인센티브 6000만엔
당초 2년간 7억엔(105억원) 조건이 알려졌을 때 1억엔 이상이 옵션인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대호와 구단이 밝힌 공식 조건은 계약금 2억엔에 연봉 2억5000만엔 등 2년간 총액 7억엔이 ‘확정금액’이고 여기에 플러스 알파의 형식으로 연당 3000만엔씩의 인센티브가 따로 붙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호는 처음 ‘7억엔’ 조건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확정금액이 훨씬 많다”고 했는데, 7억엔 전부가 확정금액이라는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조건이다. 확정금액(7억엔·105억원)은 롯데가 4년간 제시한 총액 100억원(확정금액 80억원+옵션 20억원)보다 많다. 특히 2009년 말 김태균이 지바 롯데에 입단할 때 3년간 총 7억엔 중 옵션이 1억5000만엔이었고, 2003년 말 이승엽이 일본에 진출할 때 총액 5억엔 중 1억엔이 옵션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두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조건이다. 일본 팬들 조차도 ‘너무 비싸다’고 판단할 정도의 큰 금액이다.
○‘3년간 10억엔’ 조건을 뿌리치다
이전까지 일본에 진출하는 한국 선수들은 금액보다도 계약기간에 더 신경을 썼다. 안정적인 환경의 새 무대에서 뛰겠다는 생각 때문. 그러나 이대호는 처음에 ‘3년 10억엔(150억원)’이라는 거액을 제시한 오릭스측 제안을 뿌리쳤다. ‘3년 10억엔’ 조건은 오릭스 구단에 정통한 일본 소식통과 이대호의 지인들로부터 동시에 확인됐다. 이대호가 ‘3년 10억엔’이라는 안정적 조건을 버리고 2년 계약을 한 것은 “2년 내 일본에서 최고 타자에 오르겠다”는 바람처럼 ‘승부 기간’이라고 보는 2년 내에 일본에서 확실한 성적을 거두고, 그 이후에 더 큰 도약을 노리겠다는 의도이자 또다른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대호 “팀 우승 위해 최선 다할 것”
이대호는 “오릭스에 입단하게 돼 영광”이라면서 “오릭스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큰 고민없이 사인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롯데를 떠나 다른 팀을 가는 건 당초 생각하지도, 생각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많이 고민했다. 남자라면 내 자신에 대해 새롭게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내 개인 성적을 떠나 오릭스가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그의 다짐이었다.
○오카다 감독 “일본적응 도울 것”
‘확정금액’만 7억엔이라는 파격적인 조건 뿐만 아니라 부산에서 열린 입단식에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직접 참석했다는 것 자체가 오릭스 구단이 이대호에게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 일본 언론조차도 오카다 감독의 부산 입단식 참석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보도하고 있을 정도다. 오카다 감독은 “구단 수뇌부회의에서도 오른손 타자를 보강하면 우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대호 선수를 확보해 굉장히 기쁘다. 내년에 우선 1루를 맡길 계획”이라며 “ 이대호 선수는 유연성에 빼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어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캠프가 시작되면 일본 투수들에 대해 많은 대화를 하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부산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