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깊어만 가는 키드먼의 연기… 래빗 홀

입력 2011-12-13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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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키드먼의 안정된 연기가 눈길을 끄는 영화 ‘래빗 홀’. 프리비젼엔터테인먼트 제공

‘래빗 홀’(22일 개봉)은 니콜 키드먼을 중심으로 카메라를 움직이는 영화다. 키드먼은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에 플랫슈즈를 입은 평범한 중산층 주부 베카로 나온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즐기던 베카와 하위(에런 에크하트) 부부는 아들 대니를 차 사고로 잃는다.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베카는 집 안에 남아 있는 대니의 흔적을 하나씩 지워나간다. 차 안의 아이용 카시트를 떼어내고, 아이가 기르던 개를 친정으로 보낸다.

그러나 하위는 이런 아내가 못마땅하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들의 동영상을 꺼내 보는 게 일상이 된 하위는 대니를 대신할 아이를 갖고 싶어 하지만 베카가 반대하고, 둘은 사사건건 부딪친다. 그러던 어느 날 베카는 대니를 차 사고로 죽게 만든 고교생 제이슨(마일스 텔러)을 만난다. 제이슨은 베카에게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문, ‘래빗 홀’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를 선물한다.

영화는 배우들의 내면으로 카메라 앵글을 고정해 상처와 위안이란 주제에 천착한다. 클래식 기타 소리 외에는 음악도, 별다른 카메라워크도 없다. 배우들의 감정 연기에 오롯이 집중하게 만든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모임에서 독설을 내뱉고, 슈퍼마켓에서 졸라대는 아이에게 해롭다며 사탕을 사주지 않는 여성의 뺨을 때리는 베카의 감정의 격랑을 조용히 따라간다.

2003년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담은 ‘디 아워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키드먼의 연기는 더욱 깊어졌다. “냉정하다” “감정을 비운 것 같은 캐릭터를 선보인다”는 외신의 평가처럼 키드먼은 ‘오버’하지 않는다. 깊은 눈빛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의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을 표현한다. 그는 최근 촬영을 마친 박찬욱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에 출연해 내년에 한국 관객과 만난다.

‘헤드윅’(2000년) ‘숏버스’(2006년) 등을 연출한 존 캐머런 미첼 감독이 2007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뉴욕 무대에 올랐던 동명의 연극을 스크린에 옮겼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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