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로페즈와 아름다운 이별

입력 2012-0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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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용병 로페즈가 KIA에서 자유계약으로 풀렸다. 로페즈는 한국야구에서 계속 뛰고 싶어 한다. 어디에 둥지를 트느냐에 따라 KIA에 비수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   스포츠동아DB

대형용병 로페즈가 KIA에서 자유계약으로 풀렸다. 로페즈는 한국야구에서 계속 뛰고 싶어 한다. 어디에 둥지를 트느냐에 따라 KIA에 비수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 스포츠동아DB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기까지

좌완 외국인 투수 찾고 있는 KIA
“더 좋은 용병 뽑을 수 있다” 확신

한국 야구에 애착 커 놓아주기로
국내 타구단과 계약 여부 큰 관심

아킬리노 로페즈(37)의 자유계약 획득. 2012년 프로야구의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다. 그리고 아름답지만 칼로 되돌아올 수 있는 변수가 많은 이별이다.

KIA는 2일 로페즈를 자유계약 선수로 공시했다. 당초 예상은 계약실패로 인한 KIA의 보류권 행사였다. KIA는 선동열 신임 감독의 요청으로 좌완 외국인투수 둘을 찾고 있다. 그 중 한명은 불펜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수준급 투수다.

로페즈는 지난해 11월 KIA의 2012년 재계약 대상자, 즉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됐지만 보험 성격이 많았다. 그 사이 KIA 스카우트팀은 도미니카공화국과 멕시코를 돌아다니며 좌완 투수를 찾았다.

특히 새로운 좌완 투수와 협상이 이뤄져도 KIA가 로페즈를 보류선수로 묶어두면 앞으로 5년간 로페즈는 타 구단에서 뛸 수 없었다. 그러나 KIA는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1등 공신이자 지난 3시즌 동안 선발의 한 축에서 활약해온 로페즈를 과감히 자유계약으로 시장에 풀었다. 야구규약상 만약 KIA가 로페즈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계약을 제안하고 이를 거부하는 순간 로페즈는 앞으로 5년간 KIA가 아닌 다른 한국 구단에서 뛸 수 없었다. 그동안 한국프로야구에서 관행적으로 이같은 편법은 꾸준히 계속돼왔다. 그러나 KIA의 선택은 달랐다.

KIA 김조호 단장은 2일 “로페즈가 그동안 팀에 많은 공헌을 했다. 지금도 좋은 기량을 갖고 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좌완투수를 영입하기 위해 로페즈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어 ‘어떤 수준의 외국인 투수를 확보했기에 로페즈를 풀어줄 수 있었냐?’는 질문에 “한국프로야구에 큰 애착을 갖고 있는 로페즈가 간곡하게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도의상 이를 받아들였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은 계속 노력 중이다”고 설명했다.

로페즈는 그동안 KIA의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등 외국인 선수 이상의 역할을 해왔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지만 KIA는 ‘더 좋은 외국인 투수를 뽑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로페즈에게 자유계약 선물을 안겼다. 실제로 KIA가 확보한 영입 리스트에는 로페즈를 뛰어넘는 우수한 투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로페즈는 2009년 시즌 14승(5패), 방어율 3.12를 기록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완봉승 포함 2승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옆구리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전반기에만 10승을 거뒀다. 특히 한 번 등판하면 7∼8회를 무조건 책임지는 모습은 최근 국내 투수들에게 찾아 볼 수 없는 이닝 소화 능력이었다. KIA 내부에서도 여전히 로페즈를 ‘10∼15승급’투수로 평가했었다. 결국 대범한 결단이지만 만약 로페즈가 내년 새로운 한국 팀에서 뛰면서 성적을 올린다면, 교체를 결정한 코칭스태프에게는 가장 부담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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