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특감은 면죄부 특감?

입력 2012-01-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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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감사 돌입…무엇이 문제인가

위로금 지급 배경·부당압력만 조사
횡령 당사자·김진국 전무 이미 퇴사
비자금 의혹은 빠져 ‘물감사’ 가능성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분위기는 내내 무거웠다.

대한체육회 감사실 직원 4명이 축구협회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하기 위해 이날 오전 회관 6층에 도착했다. 감사팀이 짐을 푼 곳은 공교롭게도 최근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진국 전무이사의 방이었다. 감사 기간은 3일로 예정됐지만 상황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협회 직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이런 상황에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손을 내저었다. 다른 관계자도 “협회가 비리 집단처럼 돼 버렸다”고 씁쓸해 했다.

감사팀 직원들도 말을 아끼기는 마찬가지. 취재진이 다가가 말이라도 건네려고 하면 서둘러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감사팀의 감사 범위는 ▲협회가 비리 직원에게 거액의 위로금을 건넨 배경 ▲전무이사가 조사위원회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 두 가지로 한정될 전망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협회 고위층의 또 다른 비자금 의혹 등은 조사하지 않는다. 체육회 박명규 감사실장은 “언론에 나온 부분(횡령 등)만 한다. (비자금 등) 다른 부분은 안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위로금을 건넨 배경과 전무이사의 부당 압력 의혹조차도 명쾌하게 밝혀질 지는 의문이다. 이를 제대로 조사하려면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총무팀 직원 A씨와 김진국 전 전무의 소환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둘 다 현재 협회 직원이 아니다. 박명규 실장은 “(소환 여부에 대해) 우리는 수사기관이 아니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소환 요청을 할 의지는 있느냐”고 묻자 “있어도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 A씨에 대한 추가 처벌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박 실장은 “(추후 형사처벌 등에 대해) 지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으니 명확하게 조사해 공식 발표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한편, 축구협회 김주성(46) 신임 사무총장은 체육회 감사에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김 총장은 이날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협회가 작년 말부터 여러 어려운 상황을 겪던 중이라 이 문제를 원만하게 마무리하려고 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올바르지 못한 방법이라고 시인한다”면서 “체육회 감사에 충실히 응하고 잘못 처리된 부분에 대해서는 재발하지 않도록 후속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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