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으로 ‘비’를 피한 한대화 감독의 ‘묘수’

입력 2012-02-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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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박찬호와 류현진(왼쪽)이 우여곡절 끝에 29일 KIA와의 연습경기에 동반 출격한다. 애리조나 캠프 때 정민철 투수코치(뒤 오른쪽)와 류현진이 박찬호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무산됐다 성사된 박찬호-류현진 시험등판

비로 일본과 연습경기 3경기째 취소 계획 차질
한감
독, 동병상련 KIA에 전화 “우리끼리 붙자”
고민하던 선감독도 휴식일 미루고 흔쾌히 OK!


일본 오키나와에는 또 비가 내렸다. 한화 숙소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벌써 세 번째 연습경기 취소. 26일 삼성전은 비가 앗아갔고, 27일 LG전은 상대가 갑작스럽게 취소를 통보했다. 그리고 28일 SK전 역시 밤새 내린 비 때문에 도저히 강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실전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려던 한화의 계획에 계속 차질이 생겼다.

특히 28일 경기는 여느 연습경기와 달랐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39)와 ‘대한민국 에이스’ 류현진(25)이 둘 다 첫 출격하기로 한 날이었다. 박찬호는 27일, 류현진은 26일 선발로 내정돼 있었지만 두 경기가 다 날아가면서 이날 나란히 던지기로 했다. 당연히 큰 화제를 모았고, 야구 관계자들의 기대도 컸다. 취소에 따른 허탈함도 다른 경기의 두 배일 수밖에.

한대화 감독. 스포츠동아DB



이때 한대화 감독(사진)에게 묘책이 생겼다. 비로 경기가 취소되자마자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KIA 선동열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린 경기 취소인데, 그쪽은?” 다행히 선 감독은 “우리도 주니치전이 취소될 것 같다”고 했다. 당초 한화와 KIA는 28일까지 경기를 치른 뒤 29일 쉬려고 했다. 한 감독은 “그럼 둘 다 취소되면 우리끼리 내일 붙자”고 제안했다. KIA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었다. 한 감독은 얼른 선수단에 지시를 내렸다. “내일 게임을 하게 될 테니 오늘 쉬라”고.

잠시 위기도 있었다. 다시 선 감독에게 연락이 왔다. “주니치가 쓰는 차탄구장 사정이 괜찮아서 아무래도 KIA는 경기를 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물러설 한 감독이 아니다. 평소 친분이 깊은 선 감독에게 “우리는 이미 선수들에게 휴식일까지 줘버렸다. 꼭 했으면 좋겠다”고 밀어 붙였다. 잠시 고민하던 선 감독이 흔쾌히 말했다. “그럼 우리가 휴식일을 하루 미루겠습니다.” 그렇게 29일 한화-KIA전이 성사됐고, 박찬호와 류현진은 다시 같은 날 같은 마운드에 서게 됐다. 한 감독의 추진력과 선 감독의 배려가 결합된 덕분이다.

박찬호는 28일 오전부터 숙소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몸을 풀며 조용히 하루 미뤄진 등판을 준비했다. 류현진도 다른 휴식일보다 일찍 숙소에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KIA 선발은 새 외국인 투수 앤서니. 한화는 예정대로 박찬호가 선발, 류현진이 두 번째 투수로 나선다.

오키나와(일본)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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