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출두작전 속 담배 한모금…박현준의 복잡한 심경 말하는 듯

입력 2012-03-03 09: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프로야구 경기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LG 투수 박현준이 2일 오전 대구지검 강력부에 자진출두해 1106호실 마약수사관실에서 조사를 받기위해 들어가고 있다. 대구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현장에서 본 박현준 출두

LG 박현준(26)의 검찰 출석은 한편의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박현준의 소환이 예고돼 있던 2일, 대구에는 이른 아침부터 봄비가 뿌렸다. 오전 9시가 가까워오자 출근을 위해 검찰 공무원들의 차가 드나들면서 취재진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8시40분경 출근한 박은석 대구지방검찰청 2차장검사는 “이른 아침부터 수고하신다”며 인사를 건넸다. “이렇게 하는데, 성과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윽고 9시20분, 박현준을 태운 검은색 제네시스가 검찰청으로 들어오다가 곧바로 유턴해 돌아나갔다. 이를 목격한 취재진이 제네시스를 찾기 위해 분주할 때, 박현준은 대구지검 맞은편 대구지방법원 민원인 주차장에서 수사관들과 함께 흰색 SUV로 갈아탔다. 그는 차를 바꿔 타기 전 담배를 한대 피워 물었다. 목전으로 다가온 검찰 조사에 대비해 복잡한 심경을 정리하는 듯했다.

곧이어 SUV가 비상등을 깜빡이며 검찰청으로 돌입했다.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이었다. 박현준은 수사관 2명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위에 검은색 점퍼를 걸친 후드티와 청바지의 편한 복장이었다. 뒷모습이었지만, 짧은 스포츠머리에 양 옆의 수사관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건장한 체격이기에 쉽게 눈에 띄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면의 웃음, 그리고 검찰청 돌입 직전 온갖 상념을 담은 듯한 담배 한 모금. 과연 박현준의 속내를 대변하는 것은 어느 쪽일까. 그는 기를 쓰고 따라붙은 취재진의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을 아무 말도 없이 뒤로 한 채 청사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대구|정도원 기자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