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엑스트라 훈련과 러닝을 마친 뒤, 구단 버스에 오르는 이승엽. 오키나와(일본)|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류중일 감독 “배트 잘 돌아가고 스피드 좋아졌다”
2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는 SK-삼성의 연습경기가 열렸다. 이승엽(36·삼성)은 좌익수 뜬공, 볼넷, 삼진을 기록한 뒤, 교체됐다. 29일 국내 무대 복귀 이후 첫 연습경기에서는 안타를 쳤지만, 삼성 류중일 감독은 오히려 이승엽의 2일 경기를 더 높게 평가했다. “첫 번째 경기에서는 공을 갖다 맞히는 스윙이었는데, 이번에는 더 배트가 잘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배트 스피드가 좋아졌다”는 설명이었다.
○2003년과 2006년처럼? 지금 내 몸에 맞는 스윙을!
1일 아카마구장에서 만난 이승엽은 “이제 몸 상태가 70∼80% 정도 된 것 같다”고 했다. 엑스트라 훈련 도중 타격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큰 소리로 기를 불어넣으며 자신을 채찍질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의 노트북에는 요미우리에서 맹활약하던 시절(2006∼2007년)의 타격장면 동영상이 있다. 이승엽은 “한국에서 56개를 쳤던 때(2003년)가 더 (밸런스가) 좋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때의 동영상은 찾기 힘들더라”고 웃은 뒤, “지금은 예전과 몸이 다르다. 이제는 생각이 많아져서 공보고 공치기가 잘 안된다. 그 시절처럼 하기보다는 현재 내 몸에 맞게 군더더기 없는 타격을 해야 한다”고 했다. 삼성 김성래 타격코치는 “이승엽이 경기를 치르면서 확실히 더 좋아지고 있다”며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역시 삼성 유니폼이 잘 어울린다. 삼성 이승엽이 훈련을 마친 뒤 팬들을 위해서 사인을 해주고 있다. 오키나와|전영희 기자
○투수들의 몸쪽 승부? 하나도 걱정 안한다!
류 감독은 “일본투수들이 집요하게 몸쪽 공을 던지면서, 이승엽의 타격 밸런스가 무너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국내 투수들도 이승엽의 약점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의 한 투수는 “예전에는 이승엽을 피해가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과감한 승부가 주류다. 몸쪽에 대한 제구도 2000년대 초반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승엽의 생각은 단순명쾌하다. “몸쪽에 컨트롤이 정확하게 된 공은 어떤 타자도 쉽게 치지 못 한다”는 것이다. 그는 “몸쪽 공은 하나도 걱정하지 않는다. 실투가 왔을 때 그것을 놓치느냐 놓치지 않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류 감독 역시 “A급 타자들은 구종·코스에 따라 미세하게 폼을 바꾼다. 이승엽 역시 20가지 가까이 된다”며 신뢰를 보냈다.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한국무대
이승엽은 “한국무대는 내가 가장 좋았을 때의 향수를 간직한 곳이다. 만 8년 만에 돌아오니, 신인 때와는 또다른 설렘이 있다”며 웃었다. “올림픽 등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투수들과 모두 상대해 보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하지만 상대투수들이 워낙 좋아져, 목표설정에는 신중했다. “굳이 꼽으라면 30홈런-100타점이지만, 정확하게는 시범경기가 지나봐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기대와 부담은 언제나 있었다”고 말한 국민타자는 전력질주로 오키나와의 바람을 가른 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오키나와(일본)|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