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핵방망이가 돌아왔다

입력 2012-03-1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삼성 이승엽이 한국무대 복귀 후 타격폼을 바꾸는 도전을 감행했지만 노력의 결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승엽이 18일 잠실 LG전 1회 2사 후 첫 타석에서 방망이를 힘껏 휘두르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타격폼 바꾼 한뼘의 힘


일본서 변화구 대처 위해 소극적 타격폼
그립위치 한뼘 내려 강한 임팩트 되찾아
“아직 늙지 않아…나는 한창때” 자신감


무뎌진 타격폼을 손보기 위한 고단한 과정이 이제야 조금씩 빛을 보는 분위기다. ‘돌아온 국민타자’ 이승엽(36·삼성)이 시범경기 개막전인 17일 잠실 LG전 5회 임찬규를 상대로 우중월2점아치를 뿜었다. 18일에도 안타 생산에 성공하고, 큼지막한 플라이를 잇달아 뿜어내며 ‘이승엽다운’ 모습을 보였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11타수 1안타에 그쳤던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18일 경기에 앞서 “(1차) 괌 전지훈련 때까지만 해도 걱정이 많았는데, 일본 오키나와부터 점차로 좋아졌다. 이제 조금씩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일본에서 뛰면서 힘을 앞세우기보다는 맞히는데 급급한 스윙을 하다보니, 예전과 같은 폭발력을 내지 못했다”며 “신인도 아니고, 이승엽이다. 코치들에게 승엽이와 대화를 통해 바꾸자고 설득했고, 승엽이가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라 이에 잘 따라왔다”고 밝혔다.


○‘한 뼘의 변화’, 파워를 되살리다!

8년간 일본무대에서 뛴 이승엽은 변화구에 대처하기 위해 어느 순간부터 소극적인 타격폼에 젖어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배트가 몸에서 떨어져 나오며 특유의 레벨스윙 궤적을 잃어버렸다. 레벨스윙에 가깝게 올려쳐야 비거리가 많이 나온다. 스윙 전 동작은 최소화하면서 폴로스루를 크게 한 것도 파워를 높이기 위해서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파워포지션에서 그립의 위치. 이승엽은 지난해까지 파워포지션에서 그립의 톱 부분이 머리 위쪽까지 갔던 것을 한 뼘 정도 내리고, 몸쪽으로 더 붙였다. 류 감독이 “이제야 제대로 힘이 실린 타구가 나온다”고 말하는 것도 방망이를 휘두르기 직전 양손의 위치를 내리면서 강한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든 덕분이다.


○30홈런 이상만 때려준다면…

이승엽은 그립 위치를 직접 시범보이며 “아직 늙지 않았다. 아직 한창 때”라며 웃었다. 하지만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1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타율을 보이는 등 타격폼 변화로 적잖이 고전했다. 스스로도 아직은 ‘100%’라고 말하지 못한다. 여전히 변화에 대한 적응기지만, 다름 아닌 이승엽이기에 충분히 옛 모습을 되찾으리란 확신이 크다. 요미우리 시절부터 이승엽을 지켜본 LG 김기태 감독은 “워낙 좋은 선수라 지금 잠시 주춤한다고 해도 곧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평했다. 류 감독도 “승엽이가 30, 40홈런만 때려준다면 우리가 또 우승할 수 있다”며 그에게 거는 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돌아온 국민타자’, 이승엽의 변신이 곧 최적의 타격 메커니즘에 도달할 것이란 믿음이다.

잠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