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이런 노트북이? - 삼성 뉴 ‘시리즈9’

입력 2012-03-23 17:44:09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노트북을 박스에서 꺼내는 순간 본 리뷰어 비롯 서너 명의 참관인은 순간 경탄을 금치 못했다. 국산 노트북 중 이런 디자인과 레이아웃을 '선사'하는 제품을 그동안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속속들이 사용해 보지 않고 겉모양만으로도 이 노트북은 세간의 관심을 끌만큼 비범했다. 리뷰를 진행하는 동안 여러 외근/미팅 자리에서도 모든 이들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그거면 된다. 적어도 사용자 자신 외에 다른 이들에게 그런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면 이 노트북은 국산 노트북으로서 절반 이상 성공한 셈이다. 삼성 노트북 제품군의 최 정점, 삼성 뉴 ‘시리즈9’이다.

경고

본 리뷰에는 제품을 찬양하는 문구가 대거 포함돼 있다. 그럴 만한 이유를 본문에서 충분히 설명하고 있으나, 본 제조사와 그 제품이라면 체질적으로 몸서리를 치는 독자는 가급적 열람을 삼가기를 권한다.



200만 원 대의 비용적 가치를 넘어라

제품의 제작 의도와 성격, 대상 소비자군 등을 깡그리 무시하고 그저 가격 하나만으로 모든 제품을 평가하는 독자는 본 리뷰가 대단히 거북스럽게 느껴지리라. 가격부터 말하면 삼성 뉴 시리즈9은 2012년 3월 현재 200만 원이 가뿐히 넘는다(NT900X3B-A74 모델 기준, 2012년 3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244만 원). 30~40만 원짜리 쓸만한 노트북도 수두룩한 마당에 200만 원이 넘는다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가 대단히 힘들다. 물론 제조사 측도 뉴 시리즈9을 일반 사용자를 ‘타겟’으로 제작하지는 않았으리라 판단한다. 본 리뷰어가 늘 강조하듯, 값싼 걸 비싸게 사는 건 어리석지만, 비싼 걸 그에 맞게 비싸게 사는 건 자연스러운 소비 형태다. 비싼 제품에는 비싼 이유가 분명 있을 테니까. 비용의 수치보다 제품의 상징적 가치를 중요시 여긴다면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는 한 구매를 망설일 필요는 없다. 그럼 뉴 시리즈9에는 200만 원이 넘을 만한 '이유'가 과연 있을까...


가장 먼저 비교를 불허하는 압도적인 두께와 외형을 꼽을 수 있다. 혹자들은 애플 사의 ‘맥북 에어’를 언급하며 유사 디자인이라 폄하할 수도 있다. 사실 그렇다. 디자인과 외형의 유사성에 대해 솔직히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폄하의 대상은 될 수 없다. 어차피 이러한 크기, 두께, 무게의 노트북이라면 그 어느 제조사가 만들더라도 대동소이한 디자인이 나올 것이다. 그저 애플이 먼저 내놓았을 뿐이다(물론 그들의 기술력은 인정할 만하다). 대신 맥북 에어는 일반 노트북(IBM호환 PC) 사용자에게 사용환경에서 거리감이 있다. 그걸 기꺼이 감수하고 그 수려한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이다.


뉴 시리즈9은 그동안 국산 노트북에서는 전례 없던 두께와 무게를 보여준다. 말 그대로 진짜 ‘노트’와 같다. 크기, 두께, 무게 모두 그렇다. 무게는 불과 약 1.2kg. 두께 역시 약 40~50 페이지 분량의 노트와 비슷한 1~1.3cm 정도다. 노트북으로는 정말 가볍고 얇다. 물론 이미 맥북 에어를 통해 궁극의 '얇음'을 미리 맛보긴 했지만, 국산 노트북으로는 놀랄 만큼 날렵하고 가뿐하다.


다만 노트북 같지 않은 얇음으로 인해 불편한 점도 다소 감수해야 한다. 우선 일반적인 유선 랜 케이블, 외부 디스플레이(D-sub) 케이블을 그대로 사용할 순 없고, 반드시 젠더(중간 어댑터)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랜 케이블 젠더는 제품에 기본 포함되어 있어 그나마 다행인데(또한 와이파이를 주로 사용해도 된다), 아직까지 널리 사용되는 D-sub 포트용 젠더는 들어있지 않다. 즉 D-sub 포트만 제공되는 빔 프로젝터 등을 연결할 때는 뉴 시리즈9 본체의 마이크로 HDMI 포트에 별도의 젠더를 끼워야 한다.

본 리뷰어도 실제 외부 미팅 시 D-sub 포트 전용 빔프로젝터에 연결할 수 없어 그냥 본체 LCD로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했다. 아직까지는 D-sub 포트가 업무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기에, 최신 노트북이라도 (랜 케이블 젠더처럼) D-sub/마이크로 HDMI 젠더는 기본으로 제공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그거 얼마나 한다고). 참고로 HDMI 포트로 연결할 때도 일반 HDMI-마이크로 HDMI형 케이블을 구비해야 한다.

여담으로 일부 울트라북이 그러하듯, 유선 랜 포트도 젠더 없이 바로 끼울 수 있도록 포트 모양을 효율적으로 설계했다면 전반적인 더 좋았겠지만, 12.9mm에 불과한 두께 때문에 여의치 않았으리라 본다. 참고로 유선 랜 포트를 여닫이 식으로 설계한 ‘시리즈 5 울트라’는 두께가 17.6mm이다.

이외에 USB 2.0 포트 1개와 USB 3.0포트 1개가 제공된다. 일반적으로 USB 마우스 하나, USB 메모리 등을 사용한다면 아무 불편 없지만, 여러 가지 USB 주변기기를 사용한다면 USB 허브를 준비해야 하겠다. 얇은 두께를 위해서는 2개의 USB 포트도 호사라 여길 만하다.


한편 키보드의 경우 13.3인치 LCD 크기 덕에 전체 키 배열이나 너비 등은 무난하지만, 얇은 두께 때문에 키 감과 키 누름이 약간 가벼운 듯하다(개인적인 평가니 사용자마다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타이핑 하는 데 불편한 건 아니다. 대신 키 크기가 크고 키 간격도 충분해 고속 타이핑도 무난하게 가능하다. 아울러 어두운 곳에서 타이핑 하기 편하도록 은은한 LED 빛도 켤 수 있다(고급 노트북의 기본 옵션이다).

터치패드도 단정하고 말쑥한 전체 디자인 기조에 따라 버튼과 평판을 구분 없이 통합했다. 다만 보기에는 좋으나 사용할 때는 약간의 혼동이 있을 수 있다. 한 손으로 평판을 조작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버튼을 누를 때 이를 자칫 멀티터치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통합형 터치패드를 장착한 노트북에서는 흔히 겪을 수 있으므로 익숙해지면 큰 불편 없으리라 판단된다.


충전 케이블도 본체를 닮아 비교적 작고 가볍다. 케이블을 한쪽으로 둘둘 말아 휴대하기 편하도록 설계한 작은 배려도 국산 노트북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부분이다. 본체와 충전 케이블을 모두 휴대해도 1.5kg가 채 넘지 않는다. 본 리뷰어처럼 외근이 잦은 이들에게는 정말이지 적극 권장할 만큼 바람직한 무게다. 얼마 전까지 휴대하던 2.5kg 수준의 노트북 일체와는 확실한 무게 차이를 체감할 수 있었다. 어디 무게뿐이랴. 날씬한 두께 덕에 가방도 또한 날씬해진다.

이 밖에 배터리는 따로 분리할 수 없는 일체형이다. 사실 요즘 노트북은 굳이 배터리를 분리할 필요도, 기회도 없다. 스마트폰 마냥 여분 배터리를 들고 다니며 교체할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에는 전원 케이블을 꽂아 충전할 외부 장소도 많으니 더욱 그러하다.


일체형 배터리지만 울트라북답게 완전 충전 후 사용 시간도 제법 길다. 오전부터 퇴근 시간 무렵까지 외근지를 돌며 틈틈이 사용하고 있는데, 연속 사용으로 따지면 대략 5시간 정도는 능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사용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대 7시간 사용이 공식 사양이다. 굳이 전원을 끄지 않고 커버만 덮어 놔도 절전 모드로 전환되니 (부팅할 필요 없이) 신속하게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때그때 충전하면 된다. 더구나 앞서 언급한 대로 충전 케이블도 작고 가벼워 본체와 함께 휴대하기도 좋다.

특이사항으로 덕지덕지 한 각종 브랜드 스티커가 없어 대단히 깔끔하다는 점을 꼭 언급하고 싶다. 일반적으로 CPU, 운영체계, 그래픽칩 제조사의 로고 스티커가 붙어 수려한 제품 디자인에 '티'로 남곤 하는데, 이들 스티커를 모두 제거했다는 점도 국산 노트북에서는 좀처럼, 아니 사실상 전례가 없던 제품이다('삼성'이라 가능했던 것일까).

글쎄, 이 정도의 외형과 옵션이라면 200만 원대 노트북으로서 손색없으리라 판단된다. 그래도 가격이 과하다고 생각한다면 다음을 참고하라.



인텔 '울트라북' 기술의 승리?

삼성이 이렇게 매력적인 ‘라인’의 노트북을 제조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인텔의 새로운 노트북 기술인 울트라북에서 찾을 수 있다. 인텔 울트라북은 보다 낮은 전력으로 (최고 성능은 아니더라도) 제법 쓸만한 성능을 발휘하는 노트북용 CPU와 메인보드(칩셋 포함) 등을 포함하는 노트북 기술이다. 이에 따라 기존 노트북보다 소비 전력이 낮아 동일한 배터리로 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최대절전 모드(노트북 커버를 닫은 상태)에서도 이메일 수신, 메신저 수신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 울트라북 기술의 특징이다.

아울러 기존의 넷북이나 울트라씬 노트북보다 얇고 가벼우면서 성능은 그보다 뛰어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에 작년 말부터 각 국내외 노트북 제조사를 통해 본격 공급된 울트라북은 올해 안에 노트북 시장을 평정하고 주류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노트북 외형과 디자인에 있어 새로운 트렌드가 시작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PC작업을 하기에 부족함 없는 성능

울트라북은 사실 성능 때문에 붙은 이름이 아니기에 엄청난 성능을 기대하지 않은 게 통설이다. 하지만 뉴 ‘시리즈9’는 성능 면에서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모든 문서 작업, 이메일 송수신, 인터넷 서핑, 이미지 편집, 동영상 재생, 온라인 캐주얼 게임 등을 소화하기에 결코 모자람이 없다. 특히 10초를 넘지 않는 부팅 속도가 정말 ‘울트라’스럽다. 외부 미팅 시 전원 버튼 누른 후 명함 주고 받으며 간단하게 인사하고 나면 윈도우 바탕화면이 이미 떠서 사용 준비를 완료한다.

뉴 ‘시리즈9’에는 인텔 2세대 코어 i7 프로세서가 내장됐다(본 모델에는 2637M 1.7GHz 프로세서 내장). 코어 i7은 코어 제품군인 i3, i5, i7 시리즈 중 상위급 프로세서다. 그동안 이렇게 얇은 노트북에 코어 i7 프로세서가 내장된 제품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여기에 기본 메모리는 4GB, 결정적으로 256GB SSD가 내장됐다. 일반 HDD보다 데이터 입출력 속도가 월등히 빠른 그 SSD다. 지금 인터넷 쇼핑몰에서 ‘256GB SSD’가 얼마인지 검색해 보라. 그럼 왜 뉴 ‘시리즈9’이 200만 원을 넘을 수밖에 없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아울러 그래픽은 인텔 내장 그래픽 칩셋이 적용됐다. 화려한 고성능 게임을 즐기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그런 게임을 즐기려면 묵직한 노트북이나 데스크탑을 선택해야 한다. 애당초 뉴 ‘시리즈9’의 타겟 소비자는 게이머가 아니다. 내장 그래픽 칩셋은 그래픽 성능은 상대적으로 덜한 대신 전력 소비가 낮아 노트북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노트북에 진정 필요한 게 그래픽 성능일까 배터리 사용시간일까? 대답은 명확하다.

기타 사양은 일반적인 노트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선 랜, 기가비트 유선 랜, 블루투스, 130만 화소의 웹 카메라, 이어폰/마이크 일체형 단자, SD메모리(SD/SDHC/SDXC/MMC) 슬롯 등이 제공된다. 워낙 얇다 보니 더 이상의 옵션을 달아 둘 공간이 없다. 참고로 SD메모리 슬롯의 원터치형 커버가 인상적이다. 카드를 끼우고 뺄 때마다 커버를 열고 닫을 필요가 없다.

2주 동안 뉴 ‘시리즈9’으로 내/외근 업무를 처리하면서 기사 집필을 위한 워드/액셀/파워포인트 문서 작성, 편집 작업, 포토샵을 통한 이미지 편집, 인터넷 서핑, 이외 업무용 프로그램 등을 골고루 사용했다. 본 리뷰 기사 역시 작성(MS워드, 파워포인트)부터 제품 사진 편집(알뷰, 포토샵)까지 모두 뉴 ‘시리즈9’으로 작업했다. 그 결과 성능적으로는 어떠한 불편함도 없었음을 맹세할 수 있다. 본 리뷰어가 좋아하는 온라인 농구 게임인 ‘프리스타일’도 무난하게 즐길 수 있었다. 무선 랜 연결로도 문제 없었다.

역시 코어 i7 프로세서와 SSD의 ‘힘’은 성능적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녀석 한 대 가방에 있으면 내 외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떤 업무라도 불편 없이 처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또한 태블릿PC가 아무리 잘 나가도 노트북 고유의 작업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는 걸 뉴 ‘시리즈9’을 사용하면서 새삼 각인했다. 태블릿PC는 어디까지나 콘텐츠 재생기기지, 작성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탐난다, 이 놈

그동안 디지털 기기를 숱하게 리뷰 하면서 신제품에 무뎌질 대로 무뎌지게 됐는데, 이 놈, 뉴 ‘시리즈9’은 그런 본 리뷰어에게 참으로 오랜만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 줬다. 웬만해서는 기기에 욕심을 내지 않는 성향인데, 뉴 ‘시리즈9’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강한 소유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 녀석만 있으면 왠지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물론 24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다소 부담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노트북 중에도 이런 완성도와 성능을 보여주는 제품이 있다는 건 분명 국내 노트북 시장 활성에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막연한 찬양이라 비하하는 이도 분명 있겠지만, 기회가 되면 딱 일주일만 가방에 들고 다니며 사용해 보라 권하고 싶다. 그러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카드 할부금을 따지며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NT900X3B-A74 모델보다 낮은 사양의 뉴 ‘시리즈9’은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 포털 내 배포되는 기사는 사진과 기사 내용이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온전한 기사는 IT동아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IT저널 - IT동아 바로가기(http://it.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