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촬영을 열흘 앞두고 돌연 제작이 무기한 연기됐던 영화 ‘26년’의 제작진이 당시에는 밝힐 수 없었던 속사정을 공개했다.
영화사 청어람 최용배 대표 등 ‘26년’ 제작진이 27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반인 소액 투자로 이뤄지는 ‘크라우드 펀드’ 방식으로 4년 만에 영화를 다시 제작한다면서 당시 제기된 ‘외압설’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영화 ‘26년’은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26년이 흐른 뒤 그 피해자 가족들이 사건을 일으킨 ‘그 분’을 찾아가 복수하는 이야기.
만화가 강풀 작가가 2006년 웹툰으로 연재해 인기를 모았고 ‘괴물’을 만든 영화사 청어람이 2008년에 제작을 추진했다.
류승범, 김아중, 변희봉이 주연을 맡고 이해영 감독이 연출하려던 ‘26년’은 촬영을 불과 10일 앞두고 돌연 무산돼 그 배경을 두고 영화계에서는 갖가지 추측이 일었다.
최 대표는 “2008년 당시 투자를 약속했던 곳들이 마치 도미노처럼 투자를 철회했다”며 “투자사의 고위 임원이 직접 (영화)펀드를 찾아와 철회 의사를 밝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그는 ‘외압설’과 관련해 그 실체에 대한 질문에는 “바람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었다. 실체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느껴지긴 했다”면서 여운을 남겼다.
최 대표는 이어 “영화를 투자하는 주체들은 (여전히)이 영화에 냉담하다”며 “이전이나 지금이나 분위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영화 제작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이야기의 힘이라고 그는 말했다.
최 대표는 “광주를 다룬 많은 영화와 문학작품이 있지만 대부분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면서 “‘26년’은 광주에서 시작한 현재의 이야기를 그린다.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과 슬픔을 모두 담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복수의 대상으로 나오는 ‘그 분’을 둘러싼 법적인 분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법적인 검토를 했고 대체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판단하지만 혹시 ‘그 분’으로 추정되는 분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어 자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원작자인 강풀 작가 역시 ‘26년’의 영화화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강풀 작가는 “광주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화해, 용서의 시대라고 하는데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도 그 피해자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친구들은 5·18과 8·15를 헷갈리는 데 그건 전달자의 책임이다. ‘26년’이 목적 의식이 있는 작품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26년’은 4월20일까지 10억 원을 목표로 한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한다.
26일부터 시작된 모금은 온라인 펀딩사이트 ‘굿펀딩’(goodfunding.net)과 비영리 공익재단 ‘아름다운 재단’의 ‘개미스폰서’(socialants.org)를 통해 2만원, 5만원 단위로 이뤄진다.
영화사는 크라우드 펀드로 10억 원을 모은 뒤 현재 긍정적으로 논의 중인 투자처들로부터40억 원을 받아 총 50억 원 규모로 ‘26년’을 제작할 계획이다.
영화는 올해 11월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