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온라인 속 내 흔적은?

입력 2012-04-10 16: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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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이 사용하던 SNS나 포털사이트는 어떻게 될까. 고(故) 송지선 아나운서가 자살한 이후 남아 있던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트위터 계정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유가족들이 싸이월드에 계정 삭제를 요청했으나 싸이월드 측은 “6개월 뒤에 자동으로 삭제된다”는 답변만 내놓았을 뿐 사실상 미니홈피를 방치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접근 권한이 없는 유가족들은 고인의 힘겨웠던 상황을 토로한 글과 악성 댓글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고인의 계정이 살아 있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유명인의 경우에는 악성 댓글과 광고글이 홈페이지에 끊임없이 달리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고, 일반인의 경우에도 사생활 관련 내용이 해킹을 당할 경우 손 쓸 방법이 없다.

하지만 계정을 삭제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국내 포털사이트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싸이월드의 경우 사용자의 사망 여부를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고인의 미니홈피를 그대로 유지한다. 그러나 악성 댓글과 광고글로 인해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미니홈피는 ‘이용제재’ 대상이 된다. 만일 이 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서비스 제한을 받게 되는데, 이 기간이 대략 6개월에서 1년 정도다. 즉, 해당 미니홈피에 대한 신고가 있으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자동으로 삭제되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계속 유지되는 셈이다. 하지만 유가족이 사망 소식을 증명하고, 고인의 미니홈피 폐쇄를 원하면 해당 미니홈피를 삭제해 주고 있다. 다만 직계가족임을 증명할 수 있는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증명서가 제출되면 미니홈피가 완전히 폐쇄된다고 보면 된다. 물론 회원정보도 소멸된다. 유가족이 고인의 미니홈피를 대리 운영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포털사이트인 다음 역시 이용자의 사망 여부와 유가족이 제대로 확인되었을 때만 계정을 삭제해주고 있다. 싸이월드와 마찬가지로 회원정보(아이디, 패스워드)는 유가족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


해외 SNS 중에는 사망 후를 대비한 부가서비스를 지원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SNS인 페이스북의 경우 이스라엘 회사인 ‘타임 캡슐스’를 인수해 ‘If I Die(내가 만약 죽는다면)’라는 앱을 개발했다. 이 앱은 사용자가 마지막으로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를 보존하고, 사용자가 사망하게 되면 기록 내용이 타임라인이나 메시지로 전송하는 앱이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우선 앱의 접근을 허가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나 동영상을 등록하기만 하면 된다. 일종의 유서를 만드는 것이다. 또 사용자의 사망을 확인해 줄 3명 정도의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망 확인이 이루어지면 사용자가 입력한 자료들이 타임라인에 뜨거나 가족과 친구들에게 메시지가 전송된다. 물론 페이스북 자체 약관에 의해, 직계가족이 요청하면 계정 폐쇄도 가능하다(사망자의 부모나 배우자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한편, 사망자의 계정 및 온라인상의 활동을 다루는 해외 사이트도 생겨났다. Legacy Locker(http://legacylocker.com)라는 사이트는 사용자가 사망 전에 가입했던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용자가 지정한 지인들에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사이트 관리자는 만약에 특정 기간이 지나도 사용자가 지인과 연락이 되지 않으면 지정된 사람에게 연락을 취해 사망사실을 확인한다. 확인이 되고 나면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지인에게 제공된다.

온라인 상에서의 사후 처리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업체들이 제각기 기발한 대책들을 마련하고 있고, 관련 법안도 논의중이다. 이제 실제 삶만큼 인터넷을 통한 가상의 삶도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거기에 맞춰 발 빠르게 진화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잘 이용해서 자신의 사후 문제를 미리 해결해 놓는 것도 좋을 법하다.

글 / IT동아 허미혜 (wowmihy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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