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이사회 발언 언론에 말하지마” 구본능 총재의 함구령…왜?

입력 2012-04-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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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2012년 제 3차 이사회'에서 KBO총재 및 9개 구단 대표들이 참석해 이사회 회의를 하고 있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2012년 아시아시리즈 한국개최, NC 다이노스의 2013년 1군진입, 제 10구단 창단논의를 의결한다. 서울|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2013년 NC 다이노스 1군리그 참가→2014년 KIA 뉴 파크 완공→2015년 제10구단 1군리그 참가, 그리고 창원과 대구 뉴 파크 완공.

프로야구는 700만 관중 시대를 그리며 르네상스를 만끽하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프로야구를 반석에 올려놓을 프로젝트는 이렇다.

그러나 10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로 이 계획 자체가 흔들리게 생겼다. NC의 2013년 1군 승격에는 사실상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다. 이것은 성과로 봐도 좋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10구단이다. 이것이 거론조차 못되고 최소 1개월을 허송하게 됐다. 이제 일정상 도저히 선수수급 스케줄에 맞출 수 없다. 야구계 한 인사는 “10구단을 준비하는 지자체도 있고, 기업도 있는데 허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어라서 잘 쓰지 않는데 ‘입장’이란 말이 있다. 이사회에서 롯데는 막 나가서 문제였지 그들의 ‘입장’은 이해는 간다. 최대 미스터리는 KBO, 더 정확히 말하면 구본능 총재의 ‘처신’이다.

구 총재는 “이번 이사회에서 결정을 안 하면 반기업 정서로 번질 수 있다”는 일부 사장단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표결로 가지 않았다. KBO 관계자는 “그러다 부결이라도 나면 어떡하느냐”고 반문했다. 만약 구 총재의 생각이 그런 것이라면 KBO의 사전조정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뻔하다. 어느 야구인은 “총재가 그룹 일 보느라 화·금요일만 출근하니 시간적 헌신이 부족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는데 할 말 없게 됐다. 다른 이는 “재벌 총재가 뭐가 아쉬워서 저렇게 몸을 사리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NC가 창단 의향서를 낼 때 2014년이라고 했다는 것이 KBO의 해명이다. 그러나 나중 이사회에서 ‘2013년을 전제로’라는 합의 문구가 생겼다. NC도 당연히 그것에 맞춰 선수수급을 했고, 투자를 했다. 이것을 가장 앞에서 지원해줘야 할 KBO가 결정적 상황에서 다른 구단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한 야구인은 “신상우 총재 이래 구단의 힘이 너무 세졌다”고 한탄했다. 이 구도를 깨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10일 이사회였는데, 구 총재도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래놓고 구 총재는 “오늘 이사회 얘기는 언론에다 하지 말라”고 사장단에 3차례나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그렇게 떳떳하지 못할 것이라면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건지 되묻고 싶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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