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선수단이 12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대한항공을 꺾고 V6에 성공한 뒤 시상식에서 모자를 던지며 환호하고 있다. 인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수많은 우승경험이 준 승리의 믿음
선수들 깨우치는 신치용 소통 리더십
부상자 유광우·석진욱 등 값진 희생
대한항공에 3-0…3승 1패 정상 축배
삼성화재가 챔피언결정전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삼성화재는 1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4차전에서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0(25-22 25-21 25-17)으로 꺾고 3승1패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날 37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끈 외국인 선수 가빈은 3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MVP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프로배구 출범 이후 8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삼성화재는 올 시즌 6번째 정상에 올랐다.
○신치용 감독의 리더십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타고난 승부사다. 18년간 삼성화재를 이끌며 아마추어 시절인 슈퍼리그 8년 연속 우승과 V리그 6회 우승을 이뤄냈다. 그는 선수들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기보다는 스스로 모자란 부분을 깨우치고 채우도록 만든다. 신 감독은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거꾸로 선수들 스스로 본인의 부족한 점을 생각하게 하고, 해결 방법을 연구해오라고 주문한다”고 했다. 감독이 던져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수들은 자신의 포지션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연구한다. 이를 연마하며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방법을 알게 됐다. 반면 준비 없는 선수에게는 가르침도 없다.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살얼음판, 그것이 신 감독이 추구해온 프로배구다. 신 감독은 “난 원 포인트 레슨을 해주면 그만이다. 선수들을 격려하며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그 어떤 방법보다 효율적이다”고 했다.
○배구단 문화, 그 자체가 우승 DNA
삼성화재 배구단에 없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적당히’와 ‘불가능’이라는 단어다. 프로출범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챔프전에 오른 명문 구단의 위상은 자연스럽게 선수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줬다. 정규리그 우승 뒤 주어진 3주간의 훈련기간 중 첫 열흘 동안은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든 훈련을 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최상의 몸 상태로 챔프전을 치르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이 서로에게 전이되는 팀 분위기, 그것이 바로 삼성화재의 우승 DNA다.
○팀을 위한 묵묵한 희생
삼성화재의 우승 뒤에는 화려한 공격수 외에도 묵묵히 팀을 위해 희생한 선수들이 있다. 신 감독이 정규리그 우승의 수훈 선수로 꼽은 유광우(26·세터)와 석진욱(35·레프트)이다. 둘은 챔프전에서도 부상을 참고 희생정신을 발휘하며 우승을 이뤄냈다. 신 감독은 “가빈이 많은 공을 세웠지만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통합우승은 힘들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유광우는 발목 수술 이후 현재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신경치료를 받는 상태다. 하지만 우승이라는 목표 앞에 부상을 잊었다. 신들린 듯한 점프 토스와 효율적인 볼 배급으로 경기를 조율했다. 무릎 수술 이후 재활조차 장담할 수 없었던 석진욱도 마찬가지다. 몸을 사리지 않는 서브 리시브와 디그, 꼭 필요한 순간의 알토란같은 득점으로 승리를 이끌어냈다.
인천|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reno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