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은 건재했다. 한화 박찬호(왼쪽)가 페넌트레이스 데뷔전이었던 12일 청주 두산전에서 1회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며 정원석과 주먹을 맞부딪히고 있다. 청주|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직구 최고 149km에 커터도 위력적
자신감 찾자 경기운영 능력도 돋보여
공 3개로 끝…1이닝 최소 투구 압권
7500석을 가득 메운 청주구장의 만원 관중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밤하늘이 떠나갈 듯한 박수소리가 그라운드를 덮었다. 덕아웃으로 향하던 한화 박찬호(39)가 모자를 벗어 화답했다. 그리고 무리를 지어 기다리는 동료들 품에 안겼다. 페넌트레이스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코리안 특급’을 향한 환호는 멈출 줄 몰랐다. 박찬호는 12일 청주 두산전에서 6.1이닝 4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팀의 개막 3연패를 끊었다. ‘신인투수’ 박찬호가 첫 등판에서 따낸 감격의 첫 승이었다.
○시범경기 우려 훌훌…‘순리’로 따낸 승리
한화 한대화 감독은 취재진이 어떤 질문을 던질지 예상하고 있었다. ‘3연패 중에 박찬호를 내세우는 것은 위험하지 않느냐’는 걱정. 그러나 한 감독은 “어차피 청주에서 양훈 다음에 박찬호를 내보내려고 했다. 비로 한 경기가 취소됐더라도 멀리 보고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변칙’이 아닌 ‘원칙’은 통했다. 시범경기에서 “맞으면서 적응기간을 거쳤다”던 박찬호는 정규시즌 첫 경기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타자들의 연이은 커트에 고생하고, 실투로 집중타를 내주던 투수가 아니었다. 1회에 볼넷과 도루, 수비 실책이 겹쳐 1사 1·3루 위기를 맞았지만 삼진과 땅볼로 무사히 넘겼다.
○3회 공 3개로 ‘1이닝 최소투구 퍼펙트’
백미는 3회였다. 공 3개로 한 이닝을 끝냈다. 우타자 고영민에게 바깥쪽 낮은 직구(144km), 좌타자 이종욱과 정수빈에게는 각각 바깥쪽 낮은 직구(144km)와 투심패스트볼(143km)을 던졌다. 셋은 약속이라도 한 듯 초구를 때려 모두 땅볼로 아웃됐다. 1이닝 최소투구 퍼펙트. 통산 36번째 기록이다. 삼성 정현욱이 2008년 9월 11일 대구 두산전 7회초에 성공한 뒤 3년 7개월여 만의 진기록이다.
○직구 최고 149km…‘특급’의 부활
두산 김진욱 감독은 경기 전 “세계적인 투수 박찬호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해 오늘부터 3번 김현수를 선발 출장시킨다”며 웃었다. 바로 그 김현수가 3타수 무안타로 돌아섰다. 이뿐만 아니다. 2회 용덕한을 상대로 던진 4구째 직구는 149km였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1회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난 뒤 자신감을 찾고 경기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게 눈에 보였다”며 “특히 슬라이더처럼 보이는 컷패스트볼이 제대로 통하기 시작하면서 위력이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박찬호가 던지는 내내 코칭스태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민철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온 건 5-0으로 앞선 7회 1사 1·2루. 박찬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을 정 코치에게 넘겼다. 총 투구수 92개. 다음 투수 송신영이 적시타를 맞아 실점이 2점으로 늘었지만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공주중 은사 시구자로 초대…의리도 챙겼다
이날 박찬호는 ‘실리’와 함께 ‘의리’도 챙겼다. 첫 등판 경기 시구자로 공주중 시절 은사였던 오영세 감독을 모셨다. 박찬호가 직접 구단에 “뜻 깊은 분께 시구를 부탁드려도 되겠냐”고 제안했고, 직접 전화를 걸어 정중히 요청했다. 오 감독은 당시 3루수였던 박찬호를 투수로 전향시킨 은인이기도 하다. 오 감독은 “당시 체격은 큰 편이 아니었지만 손발이 크고 공을 채는 능력이 뛰어나 투수로 전향시켰다. 잊지 않고 기억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흐뭇해했다.
청주|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