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승부조작 영구제명 후엔 ‘나몰라라’ 처벌만 있고 도움은 없는 축구협회

입력 2012-04-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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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K리그 승부조작에 휘말렸던 전직 K리거 이경환(24)이 유명을 달리했다. 꽃다운 20대 청춘을 피우지도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승부조작 사태 이후 1년이 흘렀다. 당시 60여 명이 법적 처벌을 받았고, 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할 줄 아는 게 오직 축구 밖에 없던 그들은 홀로 고립됐다는 외로움과 따가운 시선 때문에 사회에서 격리됐다.

그동안 프로축구연맹은 사회봉사프로그램을 개설해 32명의 보호관찰대상 선수를 꾸준히 관리해왔다. 이 프로그램이 축구계 복귀를 보장하진 않아도 참여율은 비교적 높았다. 조기 축구 이외에는 축구에 대한 갈증을 마땅히 풀 곳이 없던 전직 선수들은 이곳에서나마 웃음을 찾고 소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연맹 외에는 이렇다할 프로그램이 없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들에게 ‘영구 제명’ 조치만을 취했을 뿐 지금껏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처벌만 있고 도움은 없었다. 이경환의 자살 사건 이후에도 축구협회의 분위기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프로구단들도 ‘도마뱀 꼬리 잘라내는’ 형식이다. ‘우리도 책임 있다’고 나서는 곳은 없다. 현재 지방의 A구단만이 B선수(보호관찰 3년, 사회봉사 300시간)를 산하 유소년 팀 임시 코치로 합류시켜 조금이나마 돕고 있을 뿐이다. 물론 A구단도 이 얘기가 외부로 알려지는 걸 꺼린다.

아직 사회적인 분위기가 ‘용서’와는 거리가 멀다. 승부조작이라는 엄청난 죄를 지었으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최소한의 숨쉴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래야 더 이상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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