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김호곤-제자 최용수, 칭찬으로 수놓은 ‘사랑과 전쟁’

입력 2012-04-2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호곤 울산감독(오른쪽)과 최용수 서울감독. 스포츠동아DB

동래고-연세대 선·후배로, 연세대에서 사제지간으로 한솥밥을 먹은 울산 김호곤 감독(61)과 서울 최용수 감독(39). 국내외를 넘나드는 살인 일정에 지친 울산의 연기 요청으로 미뤄진 울산과 서울의 K리그 8라운드(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양 팀은 2-2로 비겼다. 폭우 속 양 팀의 혈전과는 달리 사령탑들의 장외 전쟁은 없었다. 대신 한 마디 한 마디에 따스한 정이 묻어 나왔다. 온통 서로에 대한 칭찬 뿐.

최 감독은 “늘 스승님께 배운다. 작년 6강 플레이오프(PO) 때 지고 10년 동안 얻을 깨우침을 며칠 만에 체득했다”고 했다. 심지어 지난 주말 인천-울산전에서 김 감독이 트레이닝복 차림을 한 걸 보고, 그대로 따라했다며 자신의 트레이닝복 바지를 슬쩍 보여주기도 했다. 늘 명품 양복을 입고 열띤 지휘를 펼쳐온 최 감독이었기에 이날 패션은 신선했다.

“난 나이가 많고 비가 내려 추우니 그냥 (트레이닝복을) 입었을 뿐이다. 아무 것도 없는 나를 하도 칭찬해 당황스럽다”면서도 흐뭇해하던 김 감독은 대뜸 제자의 나이를 묻더니,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나도 감독 생활을 오래 했지만 젊은 친구가 조금 일찍 감독을 하는 것 같아 걱정도 된다. 최 감독이 오래 축구계에 남아야 할 텐데, 지금처럼 꾸준히 잘했으면 좋겠다.”

양 팀은 원하던 승점 3을 챙기지 못했어도 충분히 흥미로운 경기를 펼쳤다. 벤치 역시 많은 소득을 챙겼다. “한 수 배우겠다”던 최 감독은 0-2로 밀리며 다 기울어진 승부를 2-2로 만들어내는 스승의 관록을 보며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게 됐다. 김 감독도 한 명이 퇴장당해 수적 열세 속에서도 선전을 펼쳐 ‘좋은 감독’ 자질이 분명한 제자를 보며 희망을 느꼈다.

울산|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