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시진 감독. 스포츠동아DB
②‘만년 꼴찌’의 반전, 넥센에 반했어
초등학교 시절 반 친구들 가운데 그래도 좀 산다는 집 아이들을 골라내는 데는 이것이 한 몫 하기도 했지. 그것이 뭔고 하니 야구 점퍼와 야구 모자란 말씀이지. 체육 수업이 있는 날이면 아무런 개성 없고 디자인이랄 게 없는 위아래 흰 체육복을 입고 흰 운동화를 신고 등교해야 했던 바, 그때 청룡이며 사자며 호랑이며 곰 등의 엠블럼이 새겨진 점퍼를 입은 남자 친구들이 앞서 걸을라치면 그 모습에 어찌나 설레던지. 승승장구 잘 나가던 프로야구단의 어린이 회원으로 가입하면 회원증에 배지에 자부심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었으니 지금 와 생각해보면 빚을 내서라도 부모들, 어찌 해주고 싶지 않았으랴.
그러나 그들 속에 빨간 망토를 쓰고 파란 팬티를 입은 슈퍼맨은 없었지. 바로 삼미 슈퍼스타즈 말이지. 대신 책상을 에워싼 채 딱지치기를 하는 아이들의 틈바구니 속 뒤집어지는 딱지 속에 그들은 존재했다지. 5만이네 10만을 넘었네, 각 구단의 어린이 회원이 늘어가는 사이 점점이 사라져버린 슈퍼맨과 원더우먼. 아이들이 선호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분명했지. 왜? 꼴찌니까! 꼴찌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건 문학(文學)에서나 가능한 일이니까.
그래, 그 문학으로 말미암아 그들을 다시 만났지. 하루는 첫 직장의 사수가 다가와 내게 이렇게 묻는 것이 아닌가. “민정아, 너 인천이 고향이니까 삼미 슈퍼스타즈에 대한 기억이 있겠구나. 내게 얘기 좀 해주겠니?” 관심이 없었으니 떠올릴 추억도 없었을 터, 아, 그러니까, 그게 말이에요, 만 반복하던 내게 사수는 말했었지. “실은 내가 그 이야기를 좀 써보려고 준비 중이거든.” 그로부터 몇 년 뒤 사수는 소설가 박민규가 되었고, 그의 첫 장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베스트셀러로 영화화로 널리 알려졌지. 안쓰러운 꼴찌가 아니라 당당한 꼴찌, 그 역발상의 신선함은 모두에게 앞으로, 앞으로가 아니라 뒤로, 뒤로 돌아보게 하는 세상살이의 폭넓은 시야를 가져오게 했지.
그리고 바로 지금, 팀 순위 1위를 달리는 넥센 히어로즈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그 감정의 격함을 달래는 와중이지. 만년 꼴찌가 선두로 치고 나왔다는 사실에? 아니, 아니지. 풍랑에 휩쓸린 듯 사연 많은 역사를 가진 팀이라는 사실에? 아니, 아니지.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하는 튼튼한 재정이 아님에도 불구하다는 사실에? 아니, 아니지. 그럼 대체 왜냐는 물음에 내 대답은 이러할 뿐이지. 열 명이 참으로 한 명 같아서, 그 한 명이 참으로 묵묵해서, 그 묵묵함이 참으로 믿음직스러워서, 그 믿음 뒤에 김시진 감독이 참으로 우뚝해서. 게다가 잘생겼잖아. 검색해보니 58년 개띠, 4강 가면 막춤 추신다니 개다리 춤이 되려나. 그거 보고 싶어서라도 감독님,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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