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캡틴, DTD 저주를 풀다

입력 2012-07-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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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때는 코치와 환하게 웃으며 대화하고(위쪽 사진). 경기 때는 진지 모드로 변신. LG 캡틴 이병규(9번)가 맞춤형 리더십으로 위기에 빠진 팀 구하기에 앞장서고 있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외유내강 이병규 ‘LG의 힘’

지난달 5연패 뒤 가장 먼저 삭발 모범
‘덕아웃 노래방’ 주도…이후 팀 2연승
취재진에 ‘후배들 잘봐 달라’ 애교도


LG는 지난 주중 KIA와의 3연전을 모두 내주는 등 6월 28일까지 6연패를 당했다. 시즌 개막 이후 단 한번도 5할 승률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며 선전했던 LG는 갑자기 무기력하게 무너지며 결국 승패차 ‘-4’까지 내려갔다.

‘DTD(Down Team is Down·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라는 문법에도 맞지 않는 말이 다시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까지 최근 수년간 시즌 초반 반짝하다 6월이 되면 엎어졌던 전례와 맞물려 ‘DTD의 저주’가 또 한번 위력을 떨치는 듯했다. 그러나 29일 문학 SK전이 우천으로 노게임이 선언되고, 큰 화제를 뿌린 ‘덕아웃 노래방’ 사건 이후 묘하게 분위기 반전이 이뤄졌다. 이후 7월 1일까지 이틀 연속 SK를 잡고 6연패 뒤 2연승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내부에서조차 심각한 위기의식을 낳았던 무기력한 연패를 끊고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었던 데는 김기태 감독의 변함없는 ‘형님 리더십’과 ‘덕아웃 노래방’을 통해 확인된 선수단 분위기 등이 밑바탕이 됐다. 여기에 ‘두 얼굴의 캡틴’ 이병규(9번)의 힘도 컸다.

이병규는 지난달 27일 KIA에 패하며 5연패에 빠지자 가장 먼저 머리를 짧게 깎았다. 이튿날 잠실구장에서 만났을 때, 사연을 묻는 취재진에게 “오늘은 말을 하고 싶지 않다”며 굳은 얼굴로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팀 내 고참이자, 주장인 그의 행동은 동료 선수들에게 무엇보다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를 따라 용병 주키치까지 삭발을 한 것에서 잘 나타난다. 당시 팀 내 최고참인 최동수는 “(이)병규가 지금은 말도 삼가고, 결연한 분위기에서 팀을 추스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지금은 엄숙 모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겉으론 심각하고 강경한 모습이었지만 이병규의 속내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평소에도 후배들의 인터뷰 기사가 실리면 신문을 오려다 불쑥 건네는 세심함을 지니고 있는 이병규는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선수들을 다독이며 후배들을 챙겼다. 29일 SK전이 노게임으로 선언되기에 앞서선 취재진에게 빵과 과자를 건네며 “후배들 상처받는 기사는 쓰지 말아달라”고 애교(?) 섞인 부탁을 하기도 했다. ‘두 얼굴의 캡틴’, 이병규가 LG의 큰 힘이 되고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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