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와 포수는 상대 타자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필요로 한다. 경기 전 배터리는 전력분석원들에게서 넘어온 자료, 지난 게임에서 상대팀과 맞섰던 기억, 최근 타자의 컨디션 등과 함께 투수 자신의 컨디션을 기본적으로 계산하고 게임 운영에 나서야 한다. 미리 어떤 상황을 가정해 특정 카운트를 만들고 그 때 어떤 구질로 승부를 할 것인지, 역산법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난주 게임들을 복기해보면 리그 전반적으로 투수들이 본인 위주로 피칭하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타자들이 특정 볼을 노리고 있음이 느껴졌지만, 상황에 대한 탄력적 대응보다는 ‘눈에 보이는’ 볼 배합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투수는 볼 하나하나에 반드시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 볼이 승부구인지, 타자의 방망이를 나오게 하기 위한 유인구인지, 때론 타자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기 위한 위협구인지 등 상황에 따라 볼을 던지는 목적이 각기 달라야 한다. 배터리의 볼 배합은 투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기초행위라고 할 수 있다. 투수의 볼은 이처럼 각기 목적이 있어야 하고, 목적이 없는 볼은 죽은 볼이 될 수밖에 없다.
투수와 포수가 어떤 볼을 어느 코스에 던질지를 결정함에 있어 누가 주도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투수와 포수의 역할 등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포수가 운용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타석에 선 타자의 위치, 스윙 궤적, 파울이 형성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상대 벤치 분위기 등을 파악하는 데 있어 투수보다는 포수가 더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험이 적고 젊은 포수들이 노련한 피처들과 호흡을 맞출 때는 투수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도 무방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경기 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투수와 포수가 서로 많은 교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코스에 어떤 볼을 던지느냐 결정하는 배터리의 볼 배합은 근본적으로 타자와의 승부에서 이기기 위한 확률을 높이려는 것이다. 배터리는 볼 배합에 대한 기본지식을 갖춰야 하고, 기본지식이 탄탄할 때 순간적인 응용력이 생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