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동계올림픽 출전, 그리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도전. ‘피겨여왕’ 김연아가 2일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목표를 털어놓으며 환한 표정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내년 전국피겨선수권 1위· ISU 기준 통과 첫 관문
3월엔 세계선수권 출전…10위내 들어야 티켓 2장
“금메달리스트 아닌 국가대표 김연아로 봐달라”
‘피겨여왕’ 김연아(22·고려대)가 2014소치동계올림픽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김연아는 2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 2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후 은퇴하겠다. 이제 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로 봐달라”며 “올림픽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도 도전하겠다는 새 목표가 생겼다. 18년 선수 생활을 아름답게 끝맺고 싶다”고 밝혔다.
○이제는 ‘금메달리스트’ 아닌 ‘국가대표’ 김연아
김연아는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전후로 쏟아진 관심에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금메달 이후 선수로서 더 높은 목표를 찾기 어려웠고, 그와 반대로 국민과 팬들의 관심과 애정은 더 커졌다. 그 부담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대회에 나서기 위해 기술을 연마하고 훈련하는 과정이 얼마나 고될까, 실수라도 해서 기대에 못 미치면 어떻게 할까 싶어 걱정이 돼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국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런저런 부담 때문에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한다면 나중에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았다. 아직 현역 선수로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피겨퀸’에게 동기 부여한 후배들의 의욕
2010∼2011시즌 그랑프리시리즈에 불참한 김연아는 2011세계선수권 준우승을 마지막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2011∼2012시즌은 아예 통째로 쉬었다. 그 사이 김연아의 선수 생활 연장 여부와 대외 활동, 대학 생활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방송에서 김연아의 교생실습을 ‘쇼’라고 표현한 연세대 황상민 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가 취하하는 사건도 있었다. 김연아가 이날 거취 발표를 결심한 배경으로 보인다. 그래도 김연아는 “그 1년여의 시간이 개인적으로는 무척 소중했다”고 말했다. 마냥 쉬고 싶었던 그녀에게 의욕을 불어넣은 건 태릉선수촌에서 함께 훈련한 후배들. 김연아는 “어릴 때 봤던 후배들이 이제 다 커서 힘든 시기를 겪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게 느껴졌다. 또 그 나이 때의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도 받았다”며 “언니로서, 그리고 선배로서 후배들과 어울리고 조언하는 시간이 무척 보람찼다”고 귀띔했다.
○김연아가 2013세계선수권에 출전하려면?
김연아는 일단 2013년 3월 세계선수권 출전을 목표로 삼았다. 한국에 주어진 출전권은 단 1장. 내년 1월로 예정된 전국피겨종합선수권 여자 싱글 우승자에게 주어진다. 물론 김연아에게 국내대회 1위는 어렵지 않다. 다만 국내에서 자격을 얻는다 해도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정한 국제대회 기준 기록을 넘어야 한다. 김연아는 “컨디션을 끌어 올리면서 적당한 시기에 편안한 국제대회에 출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연아가 세계선수권에서 10위 안에 들면 한국은 소치올림픽 출전 티켓을 2장으로 늘릴 수 있다. 또 1위 혹은 2위를 한다면 3장까지 확보한다. 현실적으로 시니어 무대에서 세계 10위권에 들 만한 한국 선수는 김연아 뿐. 김연아는 “꼭 티켓 2장 이상을 따서 후배들과 함께 올림픽에 나가는 게 목표”라며 싱긋 웃었다.
태릉|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