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모인 2002 월드컵 스타 11명 릴레이 인터뷰] 안정환 “오늘은 골 넣고 꼭 감독님께 안길게요”

입력 2012-07-05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리그 올스타전을 위해 10년 만에 다시 뭉친 2002한일월드컵 4강 전사들이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가운데)이 지시를 하지만 귀담아 듣지는 않는 모습이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박지성 “명보형, 몇분이나 뛸 거예요?”
홍명보 “현역인 네가 죽어라 뛰어야지”

김남일 “태영형을 왜 무서워 할까요?”
김태영 “내 밑에서 지도자 수업 해봐”


‘반지의 제왕’ 안정환의 질문을 받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크게 웃었다. 히딩크는 ‘애제자’ 박지성의 컨디션을 궁금해 했고, 박지성의 질문은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진군 중인 홍명보 감독에게 향했다. ‘진공청소기’ 김남일의 도발에 ‘마스크맨’ 김태영은 발끈하기도 했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10년 만에 다시 뭉쳤다. 이들은 5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012 K리그 올스타와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2012’를 펼친다. 스포츠동아는 좀처럼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한국축구의 별들이 서로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답하는 릴레이 인터뷰를 특별 기획했다.


히딩크→박지성 : “한국축구의 역사를 함께 했던 너희들과의 재회가 너무 반갑다. 지성은 지난 10년 동안 많은 기량 발전이 있었을 텐데 내일(5일) 필드에서는 어떤 모습 보여줄 수 있겠니?”


박지성 : “지금은 시즌을 준비하는 시기라 몸은 50% 정도예요.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K리그 선수들과 처음 함께 뛰는 것이고 국내 팬들 앞에도 오랜 만에 서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박지성→홍명보 : “형이 은퇴한 지도 벌써 10년 가까이 지났잖아요. 요즘 운동 열심히 한다고 들었는데 경기 때 몇 분이나 뛸 수 있을 것 같아요?”


홍명보 : “아직 현역에서 뛰고 있는 너희들이 죽어라 뛰어야 하지 않겠니? 나는 가급적이면 미드필더로 뛰고 싶어. K리그 현역선수들도 못 막는 올스타 공격수들을 내가 어떻게 막겠어.”

홍명보→김남일 : “2002년 세대들은 이제 선수생활을 서서히 마무리할 때인데 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뭐니?”


김남일 : “형. 요즘 마이 웨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오래 머물러 있네요. 이제는 저만의 확고한 철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아직 필드에서 뛰고 있잖아요. 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도 나 자신의 철학을 정립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김남일→김태영 : “전 형이 하나도 안 무서운데 다른 사람들은 다 무서워하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태영 : “가만 두지 않겠어. 가끔 전화 걸어서 보고 싶다고, 나중에 지도자 하면 내 밑으로 들어와도 되냐고 애교를 부릴 때는 언제고…. 일단 내 밑으로 들어와 봐.”


김태영→설기현 : “지도자가 되니 합숙이다 출장이다 해서 더 가족에게 소홀하게 되더라. 나중에 찬밥 안 되려면 미리 미리 잘 해둬야 해. 넌 몇 점짜리 아빠, 남편이니?”


설기현 : “형 전 걱정 없어요. K리그 돌아와 포항, 울산, 인천에 있으면서 시즌 중에는 가족들과 거의 떨어져 있잖아요. 이보다 더 소홀할 수 있을까요? 하하. 저희 가족들은 이미 다 면역이 됐어요. 오히려 영국에 있을 때는 슈퍼를 가도 온 가족이 같이 갔거든요. 영국에서는 90점, 여기 와서는 70점짜리 아빠, 남편인 것 같아요.”


설기현→유상철 : “예전에 중동에서 대표팀 경기 마치고 비행기 함께 타고 온 거 기억나요? 그 때 형이 딱 지금 제 나이였어요. 은퇴하면 뭐 할 거냐고 제가 물으니 형은 유소년 축구에 관심이 많아 그 쪽에서 일할 거라고 했었어요. 올해 대전을 맡으셨는데 그 때랑 생각이 바뀐 건가요? 바뀐 거면 이유가 궁금해요.”


히딩크 “안정환, 또 PK 미스하면 빼버릴 거야”



유상철 “대단한 운재야, 우리 팀에 와”
이운재 “전남 우승하면 생각해볼게요”

황선홍 “넌 어떤 지도자가 되고싶니?”
이을용 “한마디로 소통하는 지도자죠”



유상철 :
“뭔가 오해가 있었나 보네. 나 대전 감독하면서 지금도 유소년 축구 일은 하고 있어. 유소년 지도자는 내 평생 숙원과 꿈이었어. 왜 그만 두겠니.”


유상철→이운재 : “2002년의 너는 정말 최고였어. 그런데 지금도 너한테 언제 은퇴할 거냐고 선뜻 묻지 못하겠어. 너무너무 잘 하고 있으니까. 괜찮다면 우리 팀에 좀 와서 나 좀 도와주라.”


이운재 : “유감독님. 아직까지는 제 눈에 노란색(전남) 유니폼만 보입니다. 그 유니폼에 일단 별 하나 달고나서 감독님 부탁에 대해 생각해볼게요.”


이운재→황선홍 : “감독님께서는 지도자의 길을 가시면서 욕심을 낸다면 몇 개까지 별을 달고 싶으신가요?”


황선홍 : “일단 별 하나부터 다는 게 순서일 것 같은데(웃음). 올 시즌 K리그 우승한 뒤 내년 다시 한 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고 싶어. 거기서 우승해 세계클럽선수권에서 세계적인 팀들과 겨뤄보는 게 꿈이야.”


황선홍→이을용 : “너도 지도자의 뜻이 있는 것으로 안다. 2002한일월드컵 멤버들이 대거 감독에 오르는 추세인데 어떤 감독이 되고 싶어? 네가 가진 지도 철학을 듣고 싶구나.”


이을용 : “감독, 코치들 모두 각자 소신이 있잖아요. 저 혼자만의 결정으로 선수들을 이끌지 않고 주변 이야기를 많이 경청하고 아우르는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한 마디로 소통하는 지도자요.”


이을용→안정환 : “축구로 네 이름 석자가 널리 알려졌잖아. 물론 지금 프로연맹 명예 홍보팀장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지도자로 네 기술과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해 줄 생각은 없니?”


안정환 : “지도자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어요. 지금 일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코치되신 거 축하드리고요.”


안정환→히딩크 : “2002월드컵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골든 골 넣고 저도 감독님한테 안겼어야 했는데…. 늦었지만 이번 올스타전에서 한 골 넣고 감독님께 안기면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까요?”


히딩크 : “오, 정환. 그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나를 꼭 안을 필요는 없어. 내일 득점한다면 다른 방식으로 세리머니를 해. 대신 10년 전처럼 또 페널티킥 미스하면 당장 교체아웃 시킬 거야.” (안정환은 이탈리아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 릴레이 인터뷰 참가자


▲거스 히딩크(66·안지 마하치킬라 감독)
▲박지성(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홍명보(43·올림픽대표팀 감독)
▲김남일(35·인천 유나이티드)
▲김태영(42·올림픽대표팀 수석코치)
▲설기현(33·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41·대전 시티즌 감독)
▲이운재(39·전남 드래곤즈)
▲황선홍(44·포항 스틸러스 감독)
▲이을용(37·강원FC 코치)
▲안정환(36·K리그 명예 홍보팀장)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