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전 못 이룬 꿈, 후배들이 이뤄주길”

입력 2012-07-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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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런던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의 기수인 남자핸드볼대표 윤경신(왼쪽)이 64년 전 1948런던올림픽에 마라톤대표로 참가했던 함기용 옹과 만나 인사하던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트위터@setupman11

1948년 런던올림픽 마라톤 대표 함기용 옹, 태극전사들 응원

“당시 런던 가는데만 18일 걸려
배 위서 훈련, 활주로서도 훈련”

결단식 선수단 “메달로 보답”


“안녕하세요. 핸드볼선수 윤경신(39)이라고 합니다. 손자 분과도 잘 아는 사이입니다.”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 203cm의 거구가 노신사에게 수줍게 다가갔다. 런던올림픽 개막식 때 태극기를 들고 입장할 ‘기수’ 윤경신은 한국 선수단의 최장신이자 최연장자다. ‘남자핸드볼의 전설’ 윤경신은 1992년 바르셀로나를 시작으로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까지 변함없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번 대회까지 합치면 사격의 이은철, 여자핸드볼의 오성옥, 스키의 허승욱,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규혁에 이어 한국 스포츠 사상 5번째로 올림픽 5회 출전의 금자탑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그도 82세의 함기용 옹 앞에선 어린아이 같았다.

함 옹은 1950년 보스턴마라톤대회 우승자로, 최윤칠(84) 옹과 함께 1948런던올림픽에도 출전했다. “당시 런던까지 가는데 18일이 걸렸어요. 배를 타고, 또 비행기로 갈아타고,…. 18일 동안 훈련을 중단할 수가 없으니 배 갑판 위에서도 달리고, 비행장 활주로에서도 뛰고 그랬어요. 런던에 도착했을 때는 컨디션이 엉망일 수밖에 없었지. 그래서 메달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함 옹의 얘기를 들은 윤경신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힘들게 가셔서, 마라톤에 참가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십니다. 저런 선배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함 옹은 “후배들이 내가 못 이룬 꿈에 도전해줬으면 좋겠다. 태극기를 많이 휘날리게 해달라”며 윤경신의 어깨를 두드렸다. 한국 선수단의 기수는 긴 허리를 숙여 예의를 갖췄다.

윤경신은 함 옹의 손자인 작가 함영훈(40) 씨와 절친한 사이다. 함 작가는 2010년 판화와 회화를 결합해 스포츠스타 19인의 환희와 눈물을 담아낸 작품을 전시한 적이 있다. 윤경신 역시 이 19인 중에 포함됐다. 대한체육회는 함 옹과 최 옹을 이번 런던올림픽에 초청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올림픽에서 10개 이상의 금메달로 종합 10위 이내 진입을 노리는 한국 선수단은 총 22개 종목에 출전하며 임원 129명과 선수 245명으로 구성됐다. 총 26개 종목 가운데 농구, 테니스, 승마, 카누에서 출전권 획득에 실패해 선수단 규모는 1984LA올림픽 이후 가장 적어졌다. 선수단 본진은 20일 런던으로 출발해 현지적응훈련에 돌입한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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