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서부터)선동열-오승환-안지만. 스포츠동아DB

(왼쪽에서부터)선동열-오승환-안지만. 스포츠동아DB


13일 대구 KIA전을 앞두고 오승환을 비롯한 삼성 투수 5명은 원정 덕아웃을 찾았다. 자신들의 스승인 KIA 선동열 감독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각자 팀 승리를 위해 경쟁하는 처지지만 경기를 떠나면 삼성 투수들에게 선 감독의 존재는 여전히 특별하다. 평소 입담이 좋은 안지만은 선 감독에게 “(정)현욱이 형은 아직도 감독님 눈치를 봅니다. 공 못 던지면 KIA 덕아웃을 쳐다본다니까요”라며 농담을 던졌다. 이에 선 감독은 껄껄 웃으며 “눈치 안 봐도 되니 우리랑 할 때는 슬슬 던져라”라고 답했다.

삼성 투수들이 인사를 마치고 돌아가자 선 감독은 “류(중일) 감독은 쟤네 보고만 있어도 배 부르겠어”라며 부러움을 나타냈다.

삼성 투수들 대부분은 선 감독이 삼성 투수코치와 감독으로 재임하던 시절 길러낸 ‘작품’들이다. 선 감독 역시 이들에 대한 감정이 각별했다. 선 감독은 “2004년 투수코치를 할 때 쟤네들은 전부 무명이었다. 공을 많이 던지지 않았던 애들이라 전지훈련 때 공 3000개씩을 던지게 하면서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애들도 잘 따라줬다”며 과거를 떠올렸다.

덧붙여 선 감독은 “2004년 (현대와 맞붙은) 한국시리즈가 생각난다. 비 잔뜩 맞으면서 9차전까지 치르는데, 애들이 계속 나가서 던지는 걸 보니깐 내가 나가서 던지고 싶을 정도로 안쓰럽더라. 게다가 그 때 현대에게 졌다. 지고 나서 애들을 보니 더 안쓰러웠다”며 제자들에 대해 진한 애정을 나타냈다.

선 감독과 삼성 투수들은 2005년 오승환이 가세하면서 전년도의 아픔을 씻고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시련과 환희를 함께 한 스승과 제자들의 ‘애틋할 수밖에 없는’ 감정이다.

대구|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트위터 @stopwook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