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8년만에 선발승 “아내 껴안고 울고싶다”

입력 2012-07-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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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1루수 박정권(오른쪽)이 13일 문학 두산전 7회초 무사 1루서 김동주의 플라이 타구를 잡은 뒤 선발 박정배에게 공을 건네며 격려하고 있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자신 방출한 두산 상대 7이닝 무실점
골리앗 니퍼트 맞선 다윗의 값진 승리
위기의 SK 구한 ‘달맞이꽃’ 감동 두배


세상에는 해바라기꽃이 있는가 하면, 달맞이꽃도 있다. 13일 사직 롯데전에선 한화 박찬호(39)가 선발 출격해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날의 히어로는 ‘해바라기꽃’ 박찬호가 아니라, 한때 박찬호의 훈련파트너였던 ‘달맞이꽃’ SK 박정배(30)였다.

방출의 설움을 겪었던 박정배가 친정팀 두산에 비수를 꽂으며 위기의 SK를 구했다. 박정배는 13일 문학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2005년 프로 데뷔 후 첫 선발승을 거뒀다. 박찬호의 공주중∼공주고∼한양대 직속후배지만, 박정배의 야구인생은 박찬호와는 정반대였다. 2005년 두산 입단 이후 1·2군을 오갔다. 시속 140km대 중반의 빠른 공과 낙차 큰 포크볼을 갖고 있었지만, 실전에만 투입되면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볼을 던지는 것이 특히 문제였다. 그나마 훈련에 임하는 성실한 태도 덕분에 종종 기회를 얻었지만, 자리를 잡지는 못했다. 주변에선 “너무 순하고 착한 성격이 도리어 운동에는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결국 박정배는 지난 연말 두산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위기의 박정배에게 손을 내민 팀은 SK였다. 박정배를 2군 경기에서 지켜봤던 이만수 감독은 한번의 테스트를 거쳐 바로 SK 유니폼을 입혔다. 3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던 박정배는 “새로운 야구인생을 만들어준 팀에 감사한다”며 “꼭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12일 문학 넥센전에서 8연패를 끊기는 했지만 SK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었다. 13일 두산 선발은 9승을 기록 중인 니퍼트. 반면 주축 투수들의 부상이탈로 선발진에 구멍이 난 SK는 박정배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13일 경기 전까지 박정배의 시즌 성적은 12경기에서 1승2패. 통산 선발 등판 회수는 5번째에 불과했다.

그러나 다윗은 골리앗을 무너뜨렸다. 박정배는 최고 구속 148km의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을 적절히 섞어 두산 타선을 농락했다. 특히 힘 들이지 않고 맞혀 잡는 투구내용과 3회 무사 1·2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기는 등 위기관리능력도 돋보였다. 7회초 2사 2루서 좌익수 김재현이 두산 이원석의 2루타성 타구를 잡아내는 등 수비도 그를 도왔다. 박정배는 “칠 테면 치라는 생각으로 던졌다. 몸쪽 승부가 잘 먹힌 것 같다. 집에 가서 와이프를 껴안고 울고 싶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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