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덕아웃 시어머니’ 홍성흔의 힘! 롯데 날다

입력 2012-07-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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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 스포츠동아DB

롯데 단일리그 첫 전반기 2위 숨은 주역

“안이한 정신력 못참아”…무서운 군기반장
강민호·황재균 등 스타들에 따끔한 호통
다혈질 용병 유먼도 눈물 쏙 빼도록 혼내
팀 보이지 않는 리더…양승호 감독도 든든


롯데는 18일 목동 넥센전 승리로 전반기 2위를 확정지었다. 롯데의 전반기 2위는 단일리그 체제 이후 최초다. 4번타자 이대호(오릭스)와 에이스 장원준(경찰청)이 이탈하고, 프리에이전트(FA)로 영입한 불펜 듀오 정대현, 이승호의 활약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성과라 더 값지다. 롯데의 예상 밖 선전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기록적 요소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롯데 특유의 위계문화가 만들어낸 가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홍성흔의 보이지 않는 가치

롯데 외국인투수 유먼은 홍성흔(사진)을 두고 “주장은 아니지만 리더”라고 평한다. 겉으로는 야구 잘하는 쾌남아지만 선수단 안에선 엄한 시어머니처럼 기강을 잡는 존재다. 홍성흔이 ‘무서운’ 이유는 그 대상이 강민호, 유먼, 황재균처럼 감독이나 코치들도 마냥 꾸짖기 어려운 선수들에게 할 말을 해주는 선배이기 때문이다. 강민호는 12일 광주 KIA전 도중 홍성흔에게 강한 꾸중을 들었다. 1회부터 송구 에러에 공을 빠뜨리고, 거푸 도루를 내주는 등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탓이다. 국가대표 포수답지 못한 안이한 정신력을 다그친 것이다. 최기문 배터리코치가 “그만하자”고 말려서야 끝났을 정도였다. 에이스 유먼도 다혈질이라 평소에는 온순한데도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이성을 잃기 일쑤다. 이럴 때 경기 중에는 포수 강민호가 유먼을 컨트롤하지만, 덕아웃에선 홍성흔의 몫이다. “유먼이 눈물나도록 혼났을 때는 거의 홍성흔이 꾸짖을 때”라고 한다. 3루수 황재균에 대해서도 18일 넥센전 번트 실수 후 양승호 감독이 나서기 전 홍성흔이 먼저 군기를 잡았다. “희생번트는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다음에 풀스윙을 한 것은 팀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내의 보이지 않는 내조

물론 영리한 홍성흔이 마냥 호통만 칠 리는 없다. 다른 선수들도 보고 있기에 사정없이 꾸짖지만, 그 다음에는 꼭 문자 메시지로 진정성을 보여준다. 강민호, 유먼, 황재균 모두 홍성흔의 꾸지람이 팀을 먼저 생각해달라는 메시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홍성흔의 부인인 김정임 씨도 여기에 가세해 후배 선수들 중 얼굴빛이 안 좋아 보이는 선수가 눈에 띄면 남편에게 확인을 한다. 그래서 홍성흔에게 혼이 난 선수에게 따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서 위로해주는 내조를 펼친다.

홍성흔은 19일 넥센전에 앞서 “지명타자라 수비를 안 하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나 이런 선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독은 권위 손상 없이 선수단을 이끌 수 있다. 홍성흔이 롯데 전력에 미치는 영향력은 홈런, 타점이 전부는 아니다.

목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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