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기춘-김재범 금 확신”

입력 2012-07-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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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기춘(왼쪽)-김재범. 스포츠동아DB

남자유도대표팀 정훈 감독 자신만만

4년 전부터 준비…베이징때보다 기량 월등
황희태 송기남도 전성기…금메달 다크호스
세계 랭킹 미리 관리…‘껄끄러운 상대’ 피해


바야흐로 한국남자유도의 전성시대다. -73kg급의 왕기춘(24·포항시청)과 -81kg급의 김재범(27·한국마사회)이 이끄는 한국남자유도는 2008베이징올림픽 이후 4년간 국제대회를 석권해 왔다. 이 기간 동안 남자대표팀을 이끈 정훈(43·용인대교수) 감독은 ‘한국유도사상 국제무대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남자대표팀은 4년간의 노고를 마지막 결실로 보상받겠다는 각오다. 23일 ‘결전의 땅’ 런던으로 떠나는 정 감독은 ‘금메달 2개 이상’을 자신했다.


○통한의 5초, 후배들이 내 실수를 거울삼았으면…

정훈 감독의 현역시절은 화려하다. 하지만 유독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동메달을 딴 1992바르셀로나올림픽은 여전히 정 감독에게 천추의 한으로 남아있다.

“딱 5초를 남기고, 넘어갔어요. 연장가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 방심했던 탓이죠.”

정 감독은 -71kg급 4강전에서 하이토스(헝가리)에게 한판패를 당했다. 하지만 이후 절치부심하며, 1993세계선수권 결승에서 하이토스에게 설욕전을 펼치기도 했다.

“만약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땄다면, 인생이 바뀌는 것인데…. 많이 아쉽죠. 그 덕에 자신을 낮추게 됐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요.”

왕기춘과 김재범은 지난 4년간의 우승 경험 등을 고려할 때,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세계최고다. 그래서 정 감독은 무엇보다 “자신과의 싸움”을 강조한다. 후배들이 20년 전 자신의 실수를 거울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쓰라린 경험도 종종 털어놓는다.

“바르셀로나올림픽 때는 제가 좀 오버트레이닝을 한 측면이 있었어요. 열흘 정도 앞두고는 훈련량을 좀 줄여야 하는데, 저 스스로 마음이 급하니까…. 지금은 선수들에게 급할수록 천천히 돌아가자고 강조합니다.”


○4년의 숙성, 농익은 왕기춘-김재범 콤비

베이징올림픽에서 왕기춘, 김재범은 나란히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 감독은 “두 선수 모두 그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고 했다. 이제는 완성형 선수가 됐다는 의미였다.

“2011러시아그랜드슬램대회에서 (김)재범이가 (8강에서) 반칙패를 당한 적 있었어요. 완전히 이기는 경기인데, 발을 뒤로 빼다가 지적을 받은 것이었죠. 그런 경험들이 쌓였다는 것이 4년 전과 가장 큰 차이입니다.”

특히 왕기춘이 나서는 -73kg급은 한국남자유도의 전통적인 강세 체급이다. 1984LA올림픽에서 안병근(50·용인대 교수·스포츠동아해설위원)이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정훈∼이원희(31·2004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왕기춘으로 계보가 이어졌다. 안병근·정훈은 당시 -71kg급으로 뛰었지만, 이후 이 체급이 -73kg급으로 조정됐다. 정 감독은 ”(왕)기춘이는 최근 거의 모든 출전대회에서 우승했다. 약 80%쯤은 되는 것 같다. 현재 이원희의 전성기와 비교해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실력이 올라왔다. 절대 이원희에게 뒤쳐지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황희태와 송대남 베테랑 듀오도 다크호스!

다크호스는 노장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90kg급 송대남(33·남양주시청)과 -100kg급 황희태(34·수원시청)다. 정 감독은 “유도선수는 보통 26∼29세 때 최고점을 찍고, 30세가 넘어가면 체력적으로 쇠퇴한다. 이들의 나이는 유도선수로서 환갑, 진갑이 이미 지났다. 그럼에도 이들은 현재가 전성기다”며 놀라워했다. 비결은 타고난 힘과 누구보다 성실한 훈련 자세에 있다. 두 선수 모두 한때 유도를 떠날 결심을 했다가 정 감독의 간곡한 만류로 다시 도복을 입었기 때문에, 땀의 의미를 더 소중하게 여긴다.

남자대표팀은 지난 4년 간 철저한 계산속에 선수들의 세계랭킹을 관리했다. 올림픽 시드배정에서 껄끄러운 상대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정 감독은 “모든 것이 우리가 뜻하는 대로 됐다”고 했다. 이제는 매트 위에서의 승부만이 남았다.

“정말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저 역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런던으로 떠납니다. 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으로, 한국유도에 제 이름 두 자를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명장 밑에 약졸 없다고 했다. 장수의 매서운 시선처럼, 선수들의 눈초리 역시 반짝이고 있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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