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익스피어, 신사의 나라에 난장을 許하다
영국이 낳은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가 근엄한 자태로 되살아난다. 1960년대 ‘브리티시 인베이전’(영국 음악의 팝 시장 침공을 의미)의 주인공이었던 ‘비틀스’의 록 선율이 다시금 가슴을 적신다. 첩보영화의 대명사 007의 제임스 본드가 다시 권총을 잡는다. ‘복고’ ‘저항’ ‘혁신’의 아이콘들이 2012년 런던 올림픽의 시작을 알린다. 27일 오후 9시(한국 시간 28일 오전 5시) 시작되는 런던 올림픽 개막식은 이처럼 영국의 대표적인 문화상품과 역사, 사회를 버무린 한 편의 대형 뮤지컬 같다.
개막식 시나리오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하지만 ‘데일리 텔레그래프’ ‘허핑턴 포스트’ ‘데일리 메일’ 등 현지 언론은 런던 올림픽 개막식이 영국의 과거-현재-미래를 그린 작품이라고 전했다. 이날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는 6만2000명의 관중과 1만6000명의 각국 선수, 1만 명의 무용수가 자리한다. 행사 중간에 양 70마리와 말 12마리, 닭 10마리 등 동물들도 등장한다. 영국을 상징하는 전통적인 오두막과 광산까지 재현된다. 키워드별로 런던 올림픽 개막식을 재구성했다.


셰익스피어
런던 올림픽 개막식의 주제는 ‘놀라운 섬(Isles of Wonder)’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태풍)’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한 배우가 “두려워하지 말라. 이 섬은 소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괴물 캘리번의 유명한 구절을 낭송한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배우 케네스 브래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템페스트’는 선이 악을 누르고 승리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복수와 처벌 대신 용서와 화해, 절망과 암흑을 넘어 희망과 빛을 묘사한다.

대니 보일
개막식 총연출을 맡은 대니 보일 감독은 그동안 파격적인 영상미를 추구했다. 영화 ‘트레인스포팅’에서 스코틀랜드 출신 헤로인 중독자의 방황을,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선 인도의 슬럼가를 가감 없이 보여줬다. 그런 그이기에 개막식도 고고한 분위기만은 아닐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예상했다. “영국의 ‘경이로움’과 ‘괴로움’이 함께 묘사될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에 대해 보일 감독은 “영국의 가장 멋진 모습은 물론이고 ‘다양한’ 면모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움과 추함을 솔직히 드러내겠다는 얘기였다.
[3] 농경사회 흔든 산업혁명 역사의 격동기를 가감없이 드러내다
개막식은 27t짜리 대형 종이 울리면서 시작된다. 이 종은 세계에서 소리가 나는 종 가운데 가장 크다. 런던 국회의사당 동쪽 탑의 빅벤과 미국 필라델피아의 자유의 종을 제작한 442년 전통의 화이트채플 종 제작소에서 만든 것으로 웅장한 타종 선율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평온했던 영국의 농경 사회가 그려진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예루살렘’에서 묘사된 ‘즐거운 녹색 땅’의 모습을 재현한다. 드넓은 평원에 농부와 동물이 조화를 이루는 장면이 펼쳐진다. 농경사회를 지나 산업혁명 속 영국은 어둡게 묘사된다. 대공황 시대에 템스 강 근처에서 스모그를 내뿜는 사악한 공장이 그렇다. 그리고 많은 예술가와 인터넷 사업가들이 둥지를 튼 오늘날 런던의 모습을 통해 밝은 런던을 그린다.

폴 매카트니
영국 첩보영화의 히트상품인 007도 개막식의 볼거리다. 이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 분장한 여성과 제임스 본드(배우 대니얼 크레이그)가 버킹엄 궁전 등에서 촬영한 영상이 소개된다. 이어 제임스 본드가 헬리콥터를 이용해 낙하산을 타고 경기장으로 내려오는 깜짝쇼가 예정돼 있다. 개막식의 피날레는 전설적인 록 그룹 ‘비틀스’의 몫이다. 비틀스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는 명곡 ‘헤이 주드(Hey Jude)’를 열창하며 개막식을 마무리한다. 이 곡은 폴이 동료였던 존 레넌과 첫 번째 부인 신시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주드(줄리언)를 위해 쓴 곡이다. 존과 신시아가 이혼한 뒤 상처받은 어린 줄리언에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세상의 모든 짐을 홀로 짊어지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 노래 역시 영국을 향한 희망과 격려로 읽힌다.
런던=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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