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두 스승 한까지 풀었다

입력 2012-08-0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방대두 총감독 전성기때 냉전으로 올림픽 좌절
김인섭 코치 시드니때 부상으로 통한의 은메달

예선에서 상대 선수와 부딪혀 부상을 당한 오른쪽 눈은 준결승 이후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퉁퉁 부어올랐다. 그러나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하지 않고 부딪쳤다”는 그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정신력으로 버텼다”고 했다.

김현우(24·삼성생명)의 투혼은 한국레슬링의 자존심을 세운 쾌거이자, 그의 멘토인 두 스승의 한을 풀어준 값진 금메달이었다. 금메달을 확정한 뒤 그는 방대두 레슬링대표팀 총감독에게 큰절을 올린 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소속팀 김인섭 코치에게 달려가 감격적 포옹을 나눴다.

방 총감독은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 때 선수로서 전성기였지만, 냉전의 영향으로 한국이 불참하면서 금메달 도전 기회를 잃었다. 4년 뒤 LA올림픽에선 동메달에 머문 아쉬움을 갖고 있다. 김 코치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부상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결승에 나섰지만 은메달에 그친 아픔을 겪었다. 왼쪽 갈비뼈 통증으로 진통주사를 맞았고, 손가락 2개는 꺾여서 건드리기만 해도 아픈 상황에서도 상대에게 약점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표정관리까지 했지만 부상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당시 레슬링 관계자들은 “김인섭이니까 은메달을 땄다”고 위로했지만, 김 코치에게는 두고두고 아쉬운 순간이었다.

김 코치는 특히 김현우가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2회전 탈락이라는 아픔으로 방황할 때 다시 코트로 이끈 은인이기도 하다. 김현우는 금메달을 따낸 뒤 “김 코치님께서 힘들 때마다 정신적으로 많이 도와주셨다”고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방 총감독은 “내가 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기쁘다”며 자신의 한을 풀어준 제자에게 오히려 고마움을 드러냈다.

런던|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뉴스스탠드